윤성민 입력 2020.05.31. 09:01 수정 2020.05.31. 10:54
위 사진은 내년 11월부터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될 보잉사의 747-8i 기종. 아래는현재 대통령 전용기. [연합뉴스]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가 기종을 바꿔 내년 11월 첫 비행에 투입된다. 국방부는 공군 1호기 3차 임차사업에 보잉 747-8i 기종으로 단독 입찰한 대한항공과 29일 계약을 체결했다.
기존에 임차한 기종은 보잉 747-400였다. 새 기종은 최대 14시간에 1만4815㎞까지 운항할 수 있어, 운항 거리만 따지면 기존 기종보다 약 2300㎞ 더 길다.
신형 공군 1호기는 전용기 임무 수행을 위해 기체와 객실 개조 작업 등을 거쳐 내년 11월 본격 투입된다. 임차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다. 5년 임차 비용은 3003억원이다. 기존 보잉 747-400 임차 비용보다 2배 정도로 늘었다. 지난 5년간 임차 비용은 1421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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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전용기 갖고 있는데, 한국은 빌려 써
미국 등 선진국은 전용기를 보통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에어포스 원’(Air Force one)은 미 공군이 소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 전용기를 민간 기업으로부터 임차해 사용해왔다. 전용기를 빌려 쓰는 건 국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됐다.
2017년 11월 7일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경기 오산공군기지에 전용기 에어포스원으로 도착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소유 전용기를 도입하자는 논의는 노무현 정부 때 처음으로 시작됐다. 2005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을 하면서 당시 공군 1호기(현 공군 2호기) 얘기를 꺼냈다.
당시 공군 1호기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인 1985년 도입된 보잉 737-300기종이었다. 40인승에 불과했다. 이 기종은 첫 제작연도가 1965년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상당히 오래된 기종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사실상) 국내용이다. 미국과 유럽 등 멀리 정상외교를 가게 될 경우엔 1호기로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 장만하는 결정을 하게 되면 그게 적용되는 시기는 제 임기 중이 아니고, 아마 다음 대통령도 해당 없고 그다음 대통령 때나 쓸 수 있을 것”이라며 도입 필요성을 거론했다.
본격적으로 2006년 대통령 전용기 도입이 추진됐다. 하지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했다.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서민들은 경기침체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1000억원이 넘는 대통령 전용기 구입을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사치이자 졸속행정의 극치”라고 했다.
이재오 당시 원내대표는 “그럴 예산이 있으면 한 달에 5만원의 전기세를 못내 촛불 켜고 사는 빈곤층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고 질타했다.
지난해 12월 23일 베이징에서 청두로 가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한중 정상회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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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
이후로도 “국격을 생각하면 이제는 전용기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지만, 국회의 예산 심사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전용기를 도입하자던 정당도 야당이 되면 도입에 반대했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전용기 도입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그러자 이제 야당이 된 민주당이 과거 한나라당과 같은 논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격론 끝에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때 전용기 도입에 반대한 것에 사과하면서 여야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보잉사가 제시한 가격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5000억원 수준을 생각했지만, 보잉사가 제시한 가격은 8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전용기 도입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2010년 4월 대통령 전용기는 장기 임차 체계로 바뀌었다. 5년 단위로 대한항공의 여객기를 빌려 쓰는 방식이다.
이날 이뤄진 장기 임차 계약이 3차 사업이다.
대통령 전용기 구입 가능 시점은 다시 5년 뒤로 미뤄졌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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