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1.21. 17:04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미 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분담액) 협상이 난항하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free-ride)을 대폭 인상의 논리로 꺼내 들었다.
미 국무부 부(副)장관에 지명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는 20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질의에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 파트너 중 하나"라면서도 "그것이 누군가가 무임승차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을 향해 '안보면에서 무임승차할 생각을 하지 말고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더 내라'는 메시지로 읽혔다. 내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으로 현재의 5배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강경한 기조가 재확인된 대목이었다.
동맹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몇차례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인 유럽국가들을 겨냥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번에 고위 외교당국자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을 언급하면서 '무임승차'를 거론한 것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해 한국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전직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다른 견해를 내고 있다.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과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9일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 기고에서 한국은 안보 무임승차국이 아니라고 했다.
또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지난 15일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주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아시아정책연구소 주최 세미나 발제문을 통해 역시 한국의 한미동맹 관련 지출을 "무임승차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한국의 '동맹 기여'는 미국의 다른 주요 동맹국들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미국 동맹국들의 안보 비용 분담 수준을 비교할 때 거론되는 1차적 지표는 각국 국방예산이다.
한국의 국방예산은 절대액 기준으로 독일, 일본보다 작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 따지면 이 나라들보다 높다.
2018년 한국 국방예산(약 43조원)은 GDP의 2.6%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독일(1.2%), 일본(0.9%)보다 많이 높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동맹국들에 요구하는 '목표치'인 2%도 여유 있게 상회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방예산이 꾸준히 늘어나는 흐름 속에 국회계류중인 내년 예산안에 반영된 국방예산(안)은 50조1천527억 원으로, 올해 대비 7.4% 증액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또 하나의 지표는 미군 주둔비용을 얼마나 분담하느냐다. 한국에서 통상 '방위비 분담금'으로 표현되는 부분이다.
백재옥 한국국방연구원 책임 연구위원 등은 '국방정책연구' 2019년 가을호에 실은 논문에서 2017∼2018년 연평균 미국 동맹국의 미군 주둔비용 분담률에 대해 독일 11%, 한국 40.2%, 일본 45.1%로 각각 추산했다.
이는 미국이 해외 미군기지에서 부담하는 직접 주둔비용(미국 군인 인건비를 제외한 세출예산)과, 미군을 수용한 나라들(한·독·일)의 주둔비용 직접 지원액(한국의 경우 '방위비 분담금')의 합을 분모로 하고, 미군을 수용한 나라들의 직접 지원액을 분자로 해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올해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이 작년 대비 8.2% 증액된 1조389억원으로 책정된 가운데, 한국의 분담 수준은 분담 비율 기준으로는 일본에 다소 못 미치지만 독일은 크게 웃돈다.
'미국 편중' 지적을 들을 정도인 미국 무기 구매도 한미동맹의 맥락에서 한국의 중요한 기여로 꼽힌다.
한국은 2008∼2017년 미국으로부터 67억달러 규모의 군사 장비를 구매해 이 기간 세계 3위의 미국 무기 구매국이 됐다.
또 한국 내 미군 기지들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통합하는 데 소요된 건설비용 110억달러의 약 90%를 한국이 부담한 것도 '무임승차론'을 반박하는 근거로 거론된다. 그와 더불어 한국이 남성 의무병제를 도입한 데 따른 막대한 '기회비용'도 마찬가지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미국 관리들은 대통령의 스탠스(입장)에 맞추고, 대통령 주장에 논리를 제공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 전 원장은 '무임승차론'의 뿌리에 미국 전통적 동맹관계의 변화 시도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의 글로벌 헤게모니를 위해 만든 동맹 체제는 미국이 안보를 제공하고 동맹국들은 자유무역 원칙과 미국이 만든 국제 질서를 따르면서 외교적으로 미국을 지지해주는 식으로 상호 이익에 기반한 호혜적 관계로 유지돼 왔다"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거래의 조건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서 그가 직접 챙기는 사안인데 동맹국들과의 새로운 분담 구조를 만드는데 있어 첫 번째 상대가 한국이다 보니 미국은 '돌파'를 하려는 생각으로 무임승차론까지 제기하는 듯하다"며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미국 측에서 한국에 대해서까지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는 것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사임 등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동맹을 중시하는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 사라진 것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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