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 입력 2019.07.30. 08:30 수정 2019.07.30. 08:31
만약 그날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팬이라면 이번 칼럼은 패스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거액의 입장료를 내고 직관한 팬들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을 내용이다.
#애초에 뛸 생각이 없었던 호날두
많은 이들이 벤치에 앉은 호날두의 귀걸이를 확인한 뒤 그가 '애초에 경기에 뛸 생각이 없었다'고 예측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경기에 뛸 생각이 없었던 것은 추측이 아닌 진실이었다.
대기 선수들의 입장 장면에 그 답이 숨겨져 있다.
벤치에 들어서는 모든 선수가 자신의 유니폼과 보호장비를 챙겨왔지만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벤치에 나온 선수 중 유일하게 맨손으로 등장했다. 애초에 경기를 뛸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의아스러운 점은 경기에 뛸 생각이 전혀 없었던 그가 취재진 앞에서 줄곧 그럴듯한 제스처를 취했다는 것이다.
많은 취재진이 그가 후반전에 나올 것을 확신하며 유벤투스 벤치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지만 후반 45분이 지나도록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90분 내내 벤치에 앉아 손톱뜯는 호날두만 봐야했다.
#세징야의 세리머니에 어금니 깨물던 호날두
무료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그가 처음으로 다른 표정을 보인 것은 세징야의 호우 세리머니 본 직후였다. 경기 전 부터 호날두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호날두 앞에 호우 세리머니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 세징야는 전반전 골을 터트린 후 꿈을 이루었고, 호날두는 당황한 듯 그의 세리머니를 지켜봤다.
자신의 앞에서 펼친 호우 세리머니를 지켜보던 호날두는 그것을 조롱하는 의미로 해석했는지 금새 굳은 표정을 보였고, 세리머니 후 벤치 표정을 살피던 세징야는 결국 벤치 가까이로 다가가 감사하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세징야가 전하는 인사를 조롱하는 것으로 이해했는지 호날두는 더욱 차가워진 얼굴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잠시후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호날두는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호우 세리머니를 선보인 세징야는 재빨리 선수 출입구로 다가왔다. 호날두는 자신을 만나기 위해 서성거리는 세징야를 발견한 뒤 그제서야 오해가 풀린듯 악수를 청했다.
세징야는 그와 악수를 나눈 뒤 "한국에서 골을 넣으면 너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며 자신의 세리머니가 조롱이 아닌 동경의 의미였음을 전달했다고 한다. 오해를 푼 세징야는 경기 종료 후 호날두의 유니폼을 선물받고, 함께 셀카도 촬영했다. 아마 유벤투스 방한의 유일한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후반전에도 뛸 것 같은 시늉만 보인 호날두
골 넣은 동료에게 윙크까지 보내며 여유를 부리던 호날두는 팬들의 응원에는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후반 30분이 지나도록 벤치를 지키는 호날두의 태도에 일부 팬들은 급기야 호날두가 아닌 "메시~"를 외치며 아쉬움을 표했고, 그보다 더욱 화가난 팬들은 경기가 채 끝나기 전 경기장을 떠났다.
호날두 없는 호날두 경기를 본 대가는 너무나 컸다. 경기 지연으로 막차 시간이 가까워진 팬들은 허탈해 할 틈도 없이 서둘러 버스로 걸음을 옮겼고, 그마저도 놓친 이들은 찜질방 앞에서 또다시 긴 줄을 기다려야 했다. 평생 잊지못할 최악의 직관이었다.
이제 그의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어떤 상황에도 언제나 팬들을 향해 미소짓는 우리의 손날두, 아니 그냥 손흥민이 보고 싶다. 하루빨리 그에게 새 별명을 지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 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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