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 기자 입력 2019.07.05. 17:27 수정 2019.07.06. 00:27
첫 국산 엔진이 나온 지 61년, 대한민국은 ‘엔진 주권’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내연기관의 5대 주력 분야인 중 차량용 엔진, 건설기계 엔진, 선박용 엔진 등 3대 부문 기술은 국산화됐다. 나머지 주력 영역은 발전용 가스터빈과 항공우주 부문 엔진 분야인데 조만간 상당한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860년 유럽에서 내연기관이 처음 탄생한 후 서구사회가 약 160년간 다듬어온 엔진 산업을 한국은 약 반세기 만에 상당 부분 이룩한 것이다. 전기 및 수소에너지 시대로의 동력혁명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배터리는 아직 기술적 한계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않고 있고 내연기관 기술은 진보하고 있어 근미래에도 계속 투 트랙으로 내연기관 기술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정동수 한남대 기계공학과 교수의 시각이다.
엔진 개발의 백미는 기장 대중적인 차량 심장인 가솔린 내연기관이다. 한국에서는 1983년이 차량용 가솔린엔진 기술자립 추진의 원년이다. 당시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결단을 내 엔진 독자개발을 지시했다. 이듬해 용인에 설립된 파워트레인센터가 그 산실 역할을 맡았다. 현대차에 엔진 기술과 제품을 공급해온 일본 미쓰비시 측은 로열티를 절반 수준으로 할인해줄 테니 엔진 개발을 접으라고 회유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 회장은 흔들리지 않고 기술 독립을 시도했다.
내연기관 중 가장 강력한 출력을 내는 것은 단연 선박용 엔진이다. 메이드인코리아가 석권한 분야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전 세계 선박용 엔진 10대당 약 3대는 현대중공업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1972년 설립된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에서 성장의 기회를 엿보았으나 주요 기술과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계에 직면했다. 특히 핵심 부품인 대형 디젤엔진은 선가의 10%가량이나 차지했는데 전량 일본·유럽에서 수입해야 해 가격경쟁력이나 납기 단축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선박 엔진 독자개발을 결심한다. 1978년 세계 최대의 선박용 엔진 공장을 완공해 대량생산의 토대를 마련했고 이듬해 6월 첫 선박 엔진을 내놓았다. 당시에는 선박 엔진 분야에서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이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설비 노후화로 정밀한 작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이 약점을 파고들었다. 8,400만달러를 해외에서 빌려 1,000분의1㎜ 단위까지 정밀 가공할 수 있는 컴퓨터 기반 설비 등을 구축했다. 이 전략은 주효했다. 첫 엔진 생산 후 불과 9년 후인 1987년부터 세계 선박용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2000년 8월 완성된 ‘힘센 엔진’은 현재까지 1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항공·우주 엔진 시장에도 태극기가 꽂힐 날이 점점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년 내 완료를 목표로 최초의 한국 독자개발 우주로켓 엔진(추력 75톤급) 개발을 순항시키고 있다. 항공 엔진 분야에서는 오는 2024년 국방용 무인항공기용 터보팬엔진 독자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며 이와 별도로 2023년까지 극초음속을 내기 위한 스크램제트·터보제트 복합추진기관용 기초기반기술 개발 작업이 진행된다.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은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았지만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국산화를 위한 국책연구가 이뤄졌다. 한국동서발전·전력연구원 등이 최근 수년 새 기술 확보와 산업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두산중공업도 2014년부터 대형 가스터빈 상용기술 독자개발을 진행 중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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