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입력 2019.06.25. 18:13 수정 2019.06.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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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자, ‘보통 사람’의 탈을 쓴 악마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서울·경기 지역의 성범죄자 84명의 판결문 200여 개를 읽는 내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들은 어쩌다 이런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괴물이 되었을까. 공포심도 들었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주거지들을 찾아다니며 ‘정말 만나게 되면 어쩌지’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들이 외출했거나 다른 곳에 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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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 후 범행장소로 돌아가 ‘재범 위험’
성범죄는 재범 위험성이 높다. 가해자 대부분이 출소 후 익숙했던 지역으로 되돌아간다. ‘탐사하다 by 중앙일보’가 성범죄자 알림e 웹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아동 성범죄자 중 서울·경기 지역에 사는 215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84명(39.1%)이 출소한 뒤 범행을 저질렀던 장소에 거주하고 있었다.
현행법상 이들이 보통의 사람들과 섞여 생활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범죄자의 인권 및 이중처벌 가능성 때문이다. 신상을 공개하고 전자발찌를 채워 보호관찰에 나서거나, 피해자 접근금지 및 아동시설 출입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의 제도가 현재 할 수 있는 차선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러나 제도는 마련돼 있으나, 제대로 집행할 물적·인적 구조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보호관찰관 190여 명이 관리하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3000여 명이다. 이번에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경찰은 신고도 없이 주거지를 떠난 성범죄자를 찾아 나서기는커녕 “주거지가 확정되면 그곳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말했다고 스스럼없이 밝혔다. 성범죄자의 주거지 점검이 그에겐 그저 ‘가욋일’이었던 게다.
채팅앱을 통해 만난 10대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은 보습학원 원장이 지난 13일 2심에서는 폭행·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로 징역 3년형으로 대폭 감형받은 사례도 있다. 이에 누가 동의하겠는가.
다시금 말하지만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악마는 보통 사람의 얼굴을 한 채 우리 주변에 살고 있다. 친근한 동네 아저씨였고 놀이터에서 자주 보이는 할아버지였고 때론 담임 교사였고 때론 병원 직원이었다. “누가 마음 편히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겠냐”는 ‘일상의 공포’를 없애기 위해선 ▶범죄 예방 시스템 ▶강력한 처벌 ▶철저한 사후관리를 위한 적극적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너무나도 뻔한 얘기지만 그 뻔한 것도 제대로 안 되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정진우 탐사보도팀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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