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현 입력 2019.03.31. 07:00
"자취생분들 (디지털) 도어락 센서가 열 받거나 불에 데면 자동으로 열린답니다. 조심하세요."
지난해 15만 명 규모의 페이스북 그룹에 게시된 글이다. 부산에서 자취 중인 여자라고 밝힌 글쓴이는 "새벽 누군가가 집 문을 열려고 했고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도어락이 불에 타 있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글쓴이는 형사와 주고받은 카톡이라면서 불에 그슬린 디지털 도어록 사진도 첨부했다. 자취생 그룹에 글이 게시되면서 활발히 공유됐고 "무섭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해당 글은 `자취생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로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디지털 도어록을 자취생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라는 특수상황에 처한 자취생 입장에선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말, 괴한이 디지털 도어록을 불로 지질 경우 내장된 화재감지센서가 작동해 문이 열릴까?
200가지가 넘는 도어록 제품을 대상으로 모두 실험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제품 간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안전기준 시험 내용과 업계, 전문가의 의견 등을 통해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봤다.
도어록 업계 "말도 안 되는 얘기"
우선, 디지털 도어록 업계는 관련 우려에 대해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I사의 이경훈 팀장은 "화재감지센서는 실내 쪽에 설치돼 있어 밖에서 불로 지져도 센서가 작동하지는 않는다."라며 "외기에 닿은 불 온도가 실내 쪽 센서로 쉽게 전도되지도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라고 일축했다.
화재 시 안전한 대피를 위해 실내 온도가 60도 이상의 고온일 경우 화재감지센서가 작동해 문이 자동으로 열릴 수 있지만, 밖에서는 아무리 열을 가해도 자동 개폐되지 않게 설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디지털 도어록 생산업체의 기술연구소 관계자도 "실제 화재처럼 도어록 전체가 녹아내릴 정도의 고온이 아닌 이상 외부에서 불을 지져 가한 열로 화재감지센서가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0년 중반 이후 국가기술표준이 강화되면서 제품의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도어록 판매업체 관계자 역시 "불로 지지는 정도로 문이 열리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면 하루아침에 망할 것이다. 보안을 중시하는 소비자 욕구가 나날이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도로 보안에 취약한 제품이 있다해도 금세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너무 안 열려' 문제 된 도어록
디지털 도어록이 화재나 고온 노출 상황에서 오히려 `너무 안 열려서' 문제가 된 적은 있다.
2005년과 2006년에는 대구와 서울에서 화재 시 디지털 도어록이 열리지 않아 주민이 사망하거나 신속히 대피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련 기능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그 영향으로 2006년 실내 온도가 60도 이상이 되면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등 안전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2007년 4월 이후 제조된 제품들은 반드시 해당 요건을 충족해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디지털 도어록의 안전기준을 명시한 KC 인증 기준을 살펴보면 화재·고온 노출 상황에서 제품이 가져야 할 기능성을 복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KC 인증은 필수·강제 인증이어서 제조업체는 이 규정에 따른 안전기준 검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규정에 따르면, 디지털 도어록의 화재감지센서는 반드시 실내 측 화재에 기인한 원인일 때만 동작해야 하고 외기 표면이 100~110도 온도에 노출돼 있어도 열리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해, 밖에서 아무리 불로 지져도 자동으로 문이 열리지 않게 설계돼야 한다는 의미다.
`너무 안 열려' 문제가 됐던 부분에 대해선 `270도 열에 10분간 노출돼도 안에서 수동레버를 통해 도어록을 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도어록이 완전히 녹아내릴 정도의 온도에서도 문이 열릴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선택 인증인 KS 인증 규정에도 같은 내용이 담겼다.
국가기술표준원에서 KC 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신상훈 사무관은 "화재 시 도어록이 안 열리는 게 더 문제가 돼서 관련 기준을 강화했다."면서 "밖에서 불로 지져서 도어록을 열 수 있다는 우려는 갖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제품의 안전기준을 시험하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손기택 전력기술센터장은 "외부에서 가한 열로 문이 열렸다는 관련 민원을 받아본 적도 없다."면서 "SNS 유통 글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확인이 안 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 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통해 추가로 확인해본 결과, 불로 지져 디지털 도어록을 열고 들어가 범죄를 저지르거나 관련된 피해로 집계된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
[검증 결과]
"디지털 도어록을 불로 지지면 자동으로 열린다." → 대체로 사실 아님
"디지털 도어락을 불로 지지면 자동으로 열린다."는 주장은 화재감지센서의 기능이 과장돼 알려지면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중반에 일부 발생한 관련 화재사고도 이런 오해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06년 디지털 도어록의 성능시험이 강화됐고 2007년 이후 출시된 제품은 강화된 기준을 통과한 제품이어서 SNS를 통해 확산한 내용은 신빙성이 매우 떨어진다. 업계와 다수의 전문가 또한 `근거가 없거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일'로 봤다.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혹시 있을지 모르는 범죄·화재 피해사례도 조사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국가인증을 통과해 정식으로 시중에 나온 제품이 아닌, 출처를 알 수 없는 저가의 제품을 구입한 경우나 정식 제품이라고 해도 일부 불량품이 있을 수 있는 점, 전문장비를 동원해 270도 이상의 열을 외부에 오랫동안 가하는 등의 예외적인 가능성을 고려해 해당 주장을 '사실 아님'이 아닌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단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좀 더 안전한 도어록 사용을 위해 ▲제품구매 시 KS나 KC마크를 확인할 것과 ▲구입한 지 10년이 넘은 제품은 새것으로 교체하고 ▲도어록 외에 보조 걸쇠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팩트체크K 판정기준]
※취재 지원: 팩트체크 인턴기자 최다원 dw0824@naver.com
임주현 기자 (le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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