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은 역시 토란국이다.
추석 때 먹는 토란국은 꼭 알밤 같은 것이 참 예쁘기도 하지만 그것을 고운 국물 맛이 최고이다.
최고인 만큼 토란은 추석 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명절 음식이었다.
토란(土卵)은 글자 그대로 땅 속의 알이다.
맺힌 알을 거두어 껍질을 벗겨 국으로 끓이면 진짜 생긴 게 조그만 예쁜 하얀 알 같다.
그러나 토란의 제격은 역시 그 넓은 잎사귀에 있다.
아마 작물 중에서 토란만큼 넓은 잎은 없을 것이다.
비올 때 임시 우산의 대용으로 썼을 정도이니 말이다.
게다가 잎사귀에다 물을 약간 끼얹기라도 하면 또르르 굴러 내리는 예쁜 이슬방울이 맺힌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면 어릴 때 토란잎에 물방울을 끼얹으며 고놈들의 수정 같은 방울들에 신기해했던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토란은 또 하얀 꽃을 피우는데, 너무 드물게 피워 토란꽃을 본 사람이 드물다.
드문만큼 희소가치를 더하기 때문인가, 하얀 꽃의 수려함이 참으로 정숙하고 단아하다.
오랜 세월 재배작물로 키워지면서 개화습성이 없어져 가고 있다고 하는데, 날씨가 꽤 더운 해의 가을에 간혹 꽃을
피운다고 한다.
토란의 원산지는 인도와 중국의 인접지역으로 우리나라에는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이라는 고려시대의 의약
책에 씌어진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토란은 약재로도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 해독 효능이 뛰어나며 치질 등에 치료제로 쓰였다고 한다.
토란에서 나오는 즙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독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때문에 약성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뿐만 아니라 토란은 당질, 인, 염분, 칼슘 등을 함유한 영양가 높은 건강식으로도 손색이 없다.
재 배 법
토란은 습하고 비옥한 땅이면 아무 데서나 잘 자란다.
밭은 기본적으로 배수가 잘되어야 하지만, 유난히 배수가 잘되지 않아 무얼 심어야 할 지 고민되는 땅에다 심으면
좋다.
토란은 싹을 유난히 늦게 피우는 놈이다.
심고서 한달 반쯤 지나야 싹을 피우니 참으로 게으른 놈이다.
마음이 조급한 사람이면 이놈이 죽었나 살았나 파보고 싶게 만들지만 조금은 게으른 사람에게는 딱 맞는 작물이다.
사실 재배법이라고 할 것도 없이 심어 놓은 뒤 싹 까먹고 있으면 절로 잘 자라는 놈이다.
병충해도 달리 없고, 자라기는 얼마나 잘 자라는지 싹을 그렇게도 늦게 피운 놈이 장마 때가 되면 잎줄기를 손으로
잡아 빼듯이 쑥쑥 잘도 자란다.
밭 준 비
기본적으로 습한 땅을 선택하여 거름을 충분히 깐 다음 흙으로 덮는다.
이랑은 1.2m 정도로 만들고 보수성(保守性)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고랑은 얕게 판다.
거름은 잘 삭은 두엄이나 음식물찌끼로 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작년에 타작하고
남은 콩 깍지를 두텁게 깐 다음 물을 적실 정도로 충분히 주고 흙으로 덮어놓는다.
토란은 독립적인 밭을 만들지 않고 자투리땅이나 다른 작물 밭에 더부살이로 키울 수도 있다.
자투리땅을 이용할 때는, 매우 습하고 구석져 딱히 뭘 심을지 모르는 자투리땅을 골라 깊이 구덩이를 파고 두엄
이나 콩깍지를 한 자 정도 두텁게 깔아 물을 자작자작 적실 정도로 충분히 준 다음 흙을 덮고 한복판에 다섯 알
정도 심는다.
다시 콩깍지를 덮어주고 흙으로 밟아주면서 가물지 않게 자주 물을 주면 한 구덩이에서 세 섬의 토란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밭을 이용할 때는 그늘을 필요로 하는 작물 옆에 햇빛이 가리도록 남쪽으로 심으면 서로 공생관계를 이용
하면서 땅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면 그늘을 좋아하는 더덕 같은 것이 그런 작물들이다.
씨앗 준비 및 모종 키우기
지난해 준비해 둔 씨앗 중에 튼실한 놈들만 골라 한 알씩 잘라 심는다.
씨앗을 준비하지 못했을 때는 재래시장에 가서 씨앗 토란을 찾으면 된다.
토란은 그냥 심어도 괜찮지만, 좀더 싹을 쉽게 트게 하려면, 3월 중 하순쯤, 비옥하고 습한 땅에 임시로 빽빽이
묻어둔다.
그리고 4월 중순쯤 싹이 서너 개 날 때 준비해 놓은 본 밭에 옮겨 심으면 된다.
싹이 위로 향하게 하고, 거름을 섞은 흙으로 토란 알의 두세 배 정도의 두께로 덮어준다.
가 꾸 기
밑거름을 충분히 해 주었으면, 특별히 웃거름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좀더 수확량을 늘리려면 장마 철 즈음해서
풀을 매주고 주변을 빙 둘러 거름을 흙과 함께 덮어준다.
8월쯤 토란이 왕성하게 자랄 때 한번 더 주면 뿌리의 알이 더 커진다.
그러나 웃거름보다 풀 한번 매주는 것이 훨씬 좋다는 말처럼, 거름은 까먹더라도 풀을 매주는 일은 되도록 까먹지
않는 게 좋다.
풀을 매줄 때는 토란 싹 중 가운데의 크고 튼튼한 것만 냅두고 주위의 약한 싹은 잘라 준다.
그래야 알이 더 굵어진다.
잘라낸 싹과 잎은 그대로 풀을 매주고 거름을 준 자리에 흙과 함께 북돋아준다.
그러면 잘린 잎과 줄기가 뿌리의 영양으로 돌아간다.
습한 땅에다 심었더라도 흙이 마를 정도로 가뭄이 심할 때는 물을 흥건하게 뿌려주고 줄기 주위가 마르지 않도록
풀들로 덮어준다.
수확 및 갈무리
거두는 것은 서리가 내리기 전(10월 중순쯤)이면 되는데, 왕성하게 자란 이후에는 잎줄기나 어린 잎, 토란대를 먹을
요량이면 그때그때 따면 된다.
딸 때는 되도록 낫으로 확확 베지 말고 작은 칼로 흠집을 약간 내어 꺾어 자르도록 한다.
칼로 자르면 잘린 부위가 쉽게 산화되기 때문이다.
토란 즙에는 독성이 있어 손이나 팔에 묻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토란을 거두고 나면, 알은 알대로 모으고 대는 대대로 따로 모아 껍질을 고구마 껍질 벗기듯 하여 볕에다 말린다.
알을 캘 때는 어미 토란(종자로 심었던 토란)과 새끼 토란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흙도 털지 않은 채 거둔다.
양이 적어 집에서 먹을 것만 한다면 보관이 별 걱정이 없지만 양이 많아 두고두고 보관해 먹으려면, 양지 바른 남쪽을
향해 구덩이를 파서 볏짚이나 낙엽을 한 뼘 정도로 두껍게 깔고 토란을 차곡차곡 쌓은 다음 흙을 30cm 정도 덮어주면
된다.
특종,왕토란/슈퍼토란 재배방법 (0) | 2019.0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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