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2.06. 16:00 수정 2019.02.06. 17:10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지식인 226명이 일제의 한국 식민 지배에 대한 사죄 내용을 담은 1995년의 무라야마 담화 등을 근거로 남북한과 관련된 모든 역사적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6명은 6일 오후 도쿄 지요다구(區)에 있는 중의원 제2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일본 시민 지식인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와다 교수를 포함해 저명한 일본인 교수, 변호사, 언론인 등 20명과 와세다대학교 이종원 교수 등 모두 21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이날 회견장에는 6명이 직접 참석했다.
성명에 동의해 서명한 지식인은 역사가 103명, 학자·연구자 58명, 작가·변호사·언론인·출판인·예술가·영화감독 19명, 사회활동가 41명, 종교인 5명 등 총 226명이다.
2010년 한일병합 100주년 때도 양국 관계의 개선을 바라는 성명을 냈던 이들 지식인은 현재의 비정상적인 대립과 긴장 관계를 우려해 긴급히 성명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무라야마 담화'와 '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야말로 한일, 북일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일본의 자민당, 사회당, 신당 '사키가케' 등 3당 연립내각을 이끌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각의 결정을 통해 태평양전쟁 패전 50주년 총리 담화를 발표해 처음으로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한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아시아 제국(諸國)의 사람들"에게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음을 인정하고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표명했다.
한국이 특정되지 않았던 이 반성과 사죄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선언으로 이어져 "한국 사람들"에게 표명됐다.
또 2002년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간의 북일 평양선언에 "조선 사람들"이란 문구가 들어감으로써 일본이 북한에도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한 모양새가 됐다.
'간 총리 담화'는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 시절인 2010년 한일병합조약 체결 100년을 맞아 발표한 것으로,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재차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와다 교수 등 일본 지식인들은 이날 성명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웃 나라로 서로 협력해야만 양국에 사는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관계에 있다"며 이런 관계의 한반도에 일본 제국은 1904년 이후 41년간 군사 점령, 1910년 이후 35년간 식민지 지배를 했는데, 이것이 양국 역사의 어두운 부분(闇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 조선인의 역사 기억에서 이 부분을 지울 수 없고, 일본인들은 이 역사에 대한 인간적 대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일제의 지배는 1945년 8월 15일 끝났지만 일본인은 국가, 국민으로서 한국병합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일본과 대한민국, 일본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사이에 남은 모든 문제를 무라야마 담화와 간 담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마음으로 성실히 협의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와 국민이 과거 25년간 여러 노력을 해 왔지만 현재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면서 특히 북한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징용공' 배상 문제에 대해선 "전시 노무동원 피해자가 큰 문제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와 마찬가지로 한층 더 진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들은 북한의 전시 노무동원 피해자 문제도 같은 방식의 대처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에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음을 거론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를 향해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신속히 실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올해는 "3·1 독립선언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기념비적 해"라며 "일본에 병합되어 10년간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조선 민족은 이날 일본인들에게 일본을 위해서라도 조선이 독립해야 한다고 설득하고자 했다"고 상기했다.
이들은 3·1 독립선언문을 인용하면서 "이제 우리들은 조선민족의 이 위대한 설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동양 평화를 위해, 동북아 평화를 위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바탕으로 한일, 북일 간의 상호이해, 상호부조(扶助)의 길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결론을 맺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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