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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기장, 붕괴될 뻔..내핵 절묘한 타이밍에 고체화

우주의 신비

by 석천선생 2019. 1.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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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원 입력 2019.01.29. 01:00 수정 2019.01.29. 10:20  


지구 자기장은 ‘지구의 우산’이다. 우주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과 태양풍을 막아내기 때문이다. 지구를 구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자기장의 지배 영역, 즉 자기권(magnetosphere)이 없으면 고에너지 우주 입자들에 의해 지구의 생명체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지구 자기장이 태양의 고에너지 입자를 막아내는 모습. 파란색 부분 중앙이 지구(왼쪽)과 태양 폭발 장면(오른쪽) [미국항공우주국(NASA)=연합뉴스]
그런데 약 5억 6500만년 전, 지구 자기장을 만드는 ‘지오다이너모(geodynamo)’가 붕괴하면서 자기장 강도가 최저 상태에 도달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로체스터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팀은 28일(현지시각)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게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오늘날의 10% 수준까지 떨어진 지구 자기장 강도는 절묘한 시기에 고체로 굳어지기 시작한 지구 내핵에서 동력을 얻어 다시 안정을 찾았다. 때문에 이 연구는 내핵이 굳어지기 시작한 시기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구 자기장의 역사 간직한 ‘광물 타임캡슐’...“자기 역전 현상 수차례 발생”
자성을 띤 광물은 형성 과정에서 지구 자기장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입자가 배열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게 있다. 연구진은 캐나다 퀘벡 동부지역에서 자성을 띤 광물을 분석해, 약 5억 6500만년 전, 자기장 세기와 방향을 분석했다. 사진은 아이슬란드에서 태양풍과 지구 대기의 마찰에 의해 형성된 오로라. [EPA=연합뉴스]

연구진은 캐나다 퀘벡 동부지방에서 자기성 광물을 함유한 암석을 찾아내 분석했다. 사장석과 휘석 결정 속에 있는 자철석, 적철석 등 자성광물이 지구 자기장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도성재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이들 광물도 각자의 ‘큐리 온도(Curie Temperature)’을 넘으면 자성을 갖지 못한다”며 “그러나 마그마가 식고 큐리 온도 아래로 온도가 낮아지면서,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강도를 따라 광물 입자가 배열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 광물은 지구 자기장 세기의 특정 비율로 자성을 띠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당시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역추적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약 5억 6500만년 전인 ‘에디아카라기(Ediacaran Period)’ 당시 지구 자기장 강도가 오늘날의 10% 정도로 매우 희박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이를 근거로 지구 자기장의 양극이 완전히 뒤바뀌는 ‘지구자기역전’이 수차례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도성재 교수는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던 자기의 흐름이 역전되면 그 흐름이 부딪히며 서로 상쇄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자기장 약화는 자기 역전 현상의 근거”라고 설명했다.


내핵, 고체화하며 외핵에 에너지 공급해 지구 자기장 지켜

지구는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돼 있다. 연구진은 액체상태의 외핵 일부가 내핵으로 굳어지며, 열을 방출했고 이것이 자기장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원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캐나다 인공위성 정보분석업체인 콴들이 공개한 지구의 사진. [사진제공=콴들]
급격히 떨어졌던 지구 자기장은 어떻게 오늘날의 상태로 회복될 수 있었을까. 연구진은 “내핵이 절묘한 시기에 굳어지면서 지구 자기장이 사라지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윤수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과 특임교수는 “지구 자기장은 기본적으로 철ㆍ니켈 등이 액체로 녹아있는 외핵이 지구 자전에 의해 회전하며 만들어진다”며 “내핵은 자기장 형성에 직접적 영향은 미치지 않지만, 액체에서 고체로 굳으면서 잠열(Latent Heat)을 방출, 외핵에 동력원을 공급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액체만으로 이뤄진 외핵 속에 고체가 서서히 생성되며, 종전보다 외핵의 회전 패턴이 안정됐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내핵이 고체화되기 시작한 시기를 알아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연구진은 “내핵이 고체가 되며 부피가 커지기 시작한 시점은 약 25억년 전부터 500만년 전까지로 의견이 다양하다”며 “2억년 주기로 맨틀 대류에 영향을 미치는 지오다이너모의 패턴을 분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늘날에도 액체인 외핵과 고체인 내핵 경계에서는 마찰열이 발생하며 물질이 순환하는 ‘열대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 가벼운 원소와 무거운 원소가 순환하는 조성대류가 일어나며 자기장에 영향을 미치는 등 지자기의 운동 현상은 현재 진행형이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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