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민 기자 입력 2018.12.09. 16:1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행은 북측의 결단만 남았다. 북측이 '과정'을 최소화해서라도 약속대로 연내 성사를 결정한다면 그만큼 비핵화 협상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내년으로 미룬다면 '매파'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신호가 될 것으로 해석된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북측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 후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정상국가의 외교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는 북한의 사정상, 평양에서 답이 와야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언제든 답방이 성사되면 곧바로 추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부분까지는 손을 못쓰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프레스센터도 없다"며 "갑자기 김 위원장이 온다고 하면 프레스센터 없이 (행사를) 치러야 하는 그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전혀 예측을 못하기 때문에 우리도 구체적으로 준비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북측이 '김 위원장이 내일 서울로 간다'와 같은 발표를 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측 입장에서 볼 때 김 위원장이 서울로 가는 것은 경호 등의 측면에서 매우 민감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전답사와 같은 기본적인 절차는 불가피하다. 동선 확보, 프레스센터 마련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할 시간이 필요한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북측이 '연내 답방'을 결정 한다면 적어도 답방 날짜 5~10일 전에 공식화를 하고 절차가 진행되는 게 유력하다. 그렇다고 해도 매우 약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보통 남북 정상회담은 고위급 회담, 실무접촉을 거치는 방식으로 한두 달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행이 성사된다면 그만큼 북측에서도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 테이블은 연내 서울 남북 정상회담에서 내년 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마련해 보낸 초청장에 김 위원장이 그동안의 관습을 깨면서까지 화답하는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다.
특히 이번 협상 테이블에는 북측이 그동안 원해왔던 '일부 제재완화'가 빠진 상태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제재완화를 논할 타이밍이 아니며, 타임테이블 교환이 주요 의제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행을 택한다면 제재완화를 당장 이끌어 내지 못하더라도 '빈손 협상'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를 지김에 따라, 흔들림 없는 약속의 이행이 이뤄지는 의미도 담긴다. 김 위원장 자신에게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명분이 생길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약식 과정을 거쳐 서울에 오게 된다면 문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그만큼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내 답방'이 물건너 갈 경우에는 북측 내부에서 변화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경호에 대한 문제, 제재완화 등 상응조치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내부적 반대가 커서 김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북측이 답방을 공식화 못할 경우 이런 분석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답방 시기와 관련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북측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속적으로 "답방을 통한 비핵화 협상 자체가 중요하지, 시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내년 초라도 김 위원장이 서울에 와 협상 의지를 보여주기만 하면, 향후 제2차 북미 정상회담까지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제 김 위원장이 답방을 결정할 때 내부의 무수한 반대를 뚫고 결정한 측면이 있다"며 "서울에서 김 위원장이 작은 봉변이라도 당할 경우 발생할 책임을 고려했을 때 북측 내부에서도 '연내에 서울에 가야 한다'고 총대를 맬 사람이 부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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