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새배 입력 2018.12.03. 12:03 수정 2018.12.03. 13
▲ 요코스카에 기항 중인 미 해군 제7함대 기함 ‘블루리지’
■ 미 해군의 핵심 전략 거점 '요코스카 해군기지'
일본의 수도인 도쿄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남쪽으로 달리면 도쿄만을 통해 태평양과 만나는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시가 나온다. 인구 40만 명의 중소 규모 도시이지만 이곳에 배치된 군사력만큼은 세계 어느 곳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한반도 유사시 최우선적으로 투입되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제7함대의 핵심전력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BMD'(Ballistic Missile Defense·탄도미사일 방어) 기능을 갖춘 이지스 순양함과 구축함 10여 척으로 구성된 항모전단의 모항이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요코스카 해군기지를 방문한 지난달 26일, 로널드 레이건호는 작전차 항구를 떠난 상태였지만, 부두에는 7함대의 기함인 '블루리지'를 비롯해 이지스함 여러 척이 기항한 상태였다. 이곳이 미 본토 밖에서 미군이 사용하는 가장 큰 해군기지이자 최대 규모로 함정들이 전방배치된 곳이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요코스카 기지의 강점은 단순히 해군 전투함이 많이 배치됐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에는 대형 함정의 수리가 가능한 '드라이독'(항구에서 선박의 건조 및 수리를 하는 시설)이 마련돼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도 3척의 이지스함이 드라이독에서 수리를 받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지난해 8월 말 싱가포르 인근 해상에서 3만 톤 급 유조선과 부딪혀 승조원 10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를 낸 이지스 구축함 '존 S. 매케인'이었다('존 S.매케인'함은 지난주 수리를 마무리한 뒤 다시 작전에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미 본토를 제외하면 하와이까지 가야만 그나마 비슷한 규모의 수리 시설을 찾을 수 있다. BMD 기능을 갖춘 이지스함들은 정비 소요가 특히 더 많은데, 완벽한 작전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요코스카 기지는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전력 운용에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요코스카 기지의 또 다른 특징은 일본 해상자위대와 같은 시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국 해군 2곳이 기지를 같이 운용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요코스카가 유일한데, 취재진이 방문했을 당시 미 해군이 사용하는 부두 맞은편에는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최대 규모의 함정인 '이즈모함'이 정박해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기존에 '헬리콥터 호위함'으로 운용하던 이즈모급을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F-35B' 전투기를 도입해 항공모함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중장기 방위력 정비 지침인 '방위계획 대강'에 명기했다. 전후 최초로 일본의 항공모함 보유가 사실상 공식화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요코스카 기지의 운영 지원을 전적으로 담당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남중국해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도 점차 기여도를 높이고 있다. 탄도미사일 요격 훈련을 비롯해 연합훈련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며 사실상 '단일군'처럼 기능하는 미일 양국 해군의 동맹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이곳 요코스카인 것이다.
유엔사 증원전력의 허브 '요코타 공군기지'
한반도 유사시 증원될 미 해군 전력의 핵심이 요코스카라면, 공군 전력을 논할 때는 도쿄 서부의 요코타 기지를 빼놓을 수 없다. 주일미군 사령부와 제5공군 사령부, 유엔군 후방기지 사령부와 일본 항공자위대 항공총대 사령부가 있기에 전략적 중요성은 결코 요코스카에 못지 않다.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가 정기적으로 순환배치되는 요코타 기지는 또한 주일미군과 유엔사의 핵심 수송 거점이다. 취재진이 방문했던 지난달 27일, 요코타 기지 활주로에는 10여 대의 C-130J 수송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우리 군도 도입한 C-130J는 기존 H형에 비해 수송 능력이 급증한 개량형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전역에서 작전이 가능하며 50000 파운드(약 22톤)의 화물 또는 90여 명의 병력을 한꺼번에 실어나를 수 있다.
유사시 유엔사의 증원전력과 물자는 이곳 요코타 기지를 먼저 거친 뒤 한반도로 투입되게 된다. 일본은 유엔사와의 지위협정(SOFA)을 통해 유엔사의 활동을 지원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유엔사 후방기지 사령관은 전적인 재량을 갖는다. 후방사령부는 지난해 일본 정부에 모두 27회에 걸쳐 유엔군의 주일미군기지 사용을 사전 통보했는데, 이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12~15회 수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한반도의 안보 환경이 급변할수록 일본 내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가 갖는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점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현재 유엔사는 도쿄 요코타,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자마, 나가사키현 사세보, 오키나와현 가데나·후텐마·화이트비치 등 7곳을 후방기지로 사용하고 있다.
■ 미 해병대, '후텐마 기지' 거점으로세계 어디든 12시간 내 전개
미 해공군의 주요 자산과 함께 강력한 전쟁억지력을 갖는 미군 전력의 하나가 일본에 전방배치된 미 해병대다.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의 '제3해병원정군'이 그 주인공인데 예하에는 제3해병사단과 1해병항공단, 3해병군수단, 3해병원정여단과 31해병기동부대 등의 전력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 제3해병원정군은 원정군인 동시에 미 해군의 상륙함 전력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상륙작전을 펼칠 수 있으며 자체 항공전력을 통해 전투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요소와 기능을 보유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투입되는 전력이 바로 '31해병기동부대'이다. 이 부대는 6개월 단위로 순환해 전진배치 되는데,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12시간 안에 전개해 분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에는 이들을 실어나를 MV-22 '오스프리' 수송기와 CH-53, AH-1, UH-1 등 각종 헬기가 빼곡히 배치돼 있었다.
취재진이 만난 제3해병원정군 소속 데이비드 스틸 대령은 "미 해병대는 태평양 지역의 20여 개 국가와 일년에 200여 차례 연합훈련을 실시하면서 어느 국가, 어느 군과도 연합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 해병대와의 연합훈련인 'KMEP'이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뒷받침을 위해 한미 간 대규모 연합훈련이 속속 연기되는 상황에서도 "순환 훈련에는 영향이 없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이번 방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주한미군 전력뿐만 아니라 주일미군은 물론 유사시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투입될 유엔군 전력이 한반도에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전쟁억지력을 발휘하는 핵심자산이라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주일미군 기지의 운영을 뒷받침하고, 주일미군과 전방위 협력을 강화하는 일본의 역할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3국의 공통 안보라는 관점에서 분명 일본과의 협력은 필요하고 앞으로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명확한 현실 말이다.
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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