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0.09. 03:00
[동아일보]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화재현장 대형 화재가 발생한 고양저유소에서 감식팀이 8일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화재 당시 폭발의 충격으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 휘발유 탱크 내벽에 철골이 드러나 있다. 이번 화재는 유증환기구(실선) 인근 잔디에 풍등이 떨어져 시작된 작은 불이 환기구를 통해 탱크 내부로 번지며 시작됐다. 고양=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 유증기 회수 장치 설치 의무 규정 없어
이번에는 저장탱크 1개에서만 화재가 발생했지만, 화재가 더 커졌다면 경기 북부 일대 유류 보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고 엄청난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화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고양저유소에는 유증 환기구만 있고 유증기 회수 장치는 설치돼 있지 않아 외부에서 발생한 불씨가 환기구를 통해 저장탱크로 옮겨붙을 수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주유소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 유증 환기구에 불이 붙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수 장치를 함께 설치한다”며 “저유소 같은 대용량 유류 저장소에 회수 장치가 없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용재 경민대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휘발유가 증발하면 유증기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이를 회수해서 액화시켜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방법상 이 장치 설치에 대한 의무 조항은 없다. 대한송유관공사 관계자는 “유증기 제거 장치 설치 시 비용이 많이 들고 비용 대비 효율도 낮다”고 말했다
○ 11년에 한 번만 정밀 안전점검
저유소에 대한 안전 점검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전문가가 저유소 유류탱크를 개방해 실시하는 정밀진단은 11년에 한 번씩 하도록 돼 있다. 안전점검은 송유관공사 측이 매년 1회 자체 검사를 해 관할 소방서에 보고하는 게 거의 전부다. 사실상 ‘셀프 점검’에 의존해 화재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유소 8곳 가운데 저장용량이 가장 큰 판교저유소(약 3억1300만 L)는 국가중요시설로 지정돼 있다. 국가중요시설은 적에 의해 점령 또는 파괴되거나 기능이 마비되면 국가안보 및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설을 뜻한다. 이에 따라 판교저유소는 정부 지침에 따라 매년 두 차례 점검을 받고, 민관군 합동훈련인 을지연습 때 화재 대비 훈련도 한다.
하지만 이번에 불이 난 고양저유소를 포함해 나머지 저유소 7곳은 저장 유량이 기준(1억5000만 L)에 미치지 못해 국가중요시설로 분류되지 않는다. 고양저유소는 2014년 이후로 외부 정밀 진단을 받지 않았다. 정태황 한서대 교수(항공보안시스템 전공)는 “저유소를 국가중요시설로 지정하는 기준을 낮춰 대부분의 저유소가 철저한 안전점검을 받도록 하거나, 현행 11년 단위의 외부 검사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주변 공기 오염 심각하지 않아”
이번 화재로 저유소가 있는 경기 고양시 화전동 일대에 검은 연기가 치솟으면서 인근 주민들은 연기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이순희 씨(64·여)는 “어제(7일) 하루 종일 목과 눈이 아프고 어지러웠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1km 떨어진 한국항공대는 사고 당일 기숙사 등에 “문과 창문을 닫으라”는 방송을 계속 내보냈고 일부 야외 체육 강의는 휴강했다.
하지만 실제 주변 공기 오염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연기는 화재 발생 3시간 뒤 서울 마포구를 거쳐 6시간 뒤 경기 하남, 8시간 뒤 강원 횡성, 12시간 뒤 강원 강릉까지 이동했다. 연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있는 서울 서대문구, 경기 양평 등의 대기측정소에서 측정한 초미세먼지(PM2.5)나 이산화질소(NO₂) 농도는 화재 전후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이지훈 easyhoon@donga.com·김하경 / 고양=윤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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