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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는 무시, 가족은 얘기 안듣고"..혐로(嫌老)에 분노하는

사회생활속 화제들

by 석천선생 2018. 9. 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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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김지연 입력 2018.09.20. 06:31 수정 2018.09.20. 08:41

       
[혐오의 파시즘-세대간 혐오] '혐로(嫌老)사회'의 과제

예전 우리 사회에서 노인들은 배울 점이 많은 ‘인생 선배’로 대접받았다면, 요즘은 조롱과 혐오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노인들은 ‘틀딱충(틀니를 딱딱거리는 벌레)’ ‘연금충(나라에서 주는 노령연금 등으로 생활하는 노인)’ ‘할매미(시끄럽게 떠드는 일부 할머니를 매미에 비유한 표현)’ 등으로 통한다.

젊은 세대의 싸늘한 시선에 소외된 노인들은 오히려 마음 속에 분노가 쌓이고, 그 분노가 범죄로 표출될 수 있는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건강한 고령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뿐 아니라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족은 얘기 안듣고, 사회는 쓸모 없다고 무시”...외롭고 서러운 노인들

노인들이 일상에서 외로움과 서러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즉 가정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소외된다는 거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3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모(67)씨는 1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들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말을 걸면 귀찮아하는 게 느껴져서 서러울 때가 많다”며 “결국 나는 허공에 대고 잔소리만 늘어놓다 집을 나온다”고 푸념했다.

밖에서도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아 서러워했다. 부천에 사는 김모(71)씨는 종종 지하철에서 ‘무임승차 하면서 자리욕심까지 진짜 대단하다’ ‘진짜 무임승차 없애야 된다’ 등 모르는 젊은이들이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노인들 들으라는 듯이 크게 말하는 소리에 움츠러든다고 전했다. 그는 “이 나이 돼서 지하철을 공짜로 타기 전까지 나도 젊었을 때 열심히 일했다”며 “이제 나이 먹고 경제력 없다고 무시하니 화가 나고 서럽다”고 풀죽어 말했다.

그래서 많은 노인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5명 중 1명(21.1%)은 우울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6.7%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13.2%는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임계점 도달한 노인 분노...범죄 증가로 이어져

노인들의 불만과 분노가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즉 인정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분노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일 광주 북구 동림동을 지나던 시내버스에서 길을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대답했다는 이유로 버스 기사의 입에 버스카드를 쑤셔 넣고 멱살을 잡는 등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힌 70대 노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경북 봉화군에서는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은 70대 노인이 면사무소에서 엽총을 난사해 2명이 사망했고, 지난 4월에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시장에서 상인들이 폐지를 줍지 못하게 해 화가 난다는 이유로 두 차례 불을 지른 70대 노인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김모(68)씨는 최근 노인 범죄가 급증하는 것과 관련, “우리 노인들은 마음 터놓고 말할 사람도 없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모른다”며 “참다 참다 저렇게 잘못 터지는 게 아닐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노인범죄의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범죄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범죄자(65세 이상)는 2013년 7만7260명에서 2017년 11만2360명으로 45%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강력범죄와 폭력범죄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 강력범죄의 경우 2013년 1062명에서 지난해 1808명으로 70.2% 증가했고, 폭력범죄도 2013년 14216명에서 지난해 2350명으로 43.1% 늘었다.

◆전문가 “노인이 독립해 살 수 있는 사회 기반 조성해야”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한남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건강한 고령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인에 대한 인식 개선뿐 아니라 노인이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줘야한다고 조언했다.

임 회장은 18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다수 국민들은 노인들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지 ‘유병장수’ ‘빈곤장수’ ‘무업장수’ ‘독고장수’ 등 현대판 4대 노인의 고통과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을 위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노인들을 스스로 활동하게 하고 노인의 가치와 역할을 인정하는 사회가 가장 건강한 사회”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노인 범죄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족과 젊은이들의 무시와 비하에 소외감을 느낀 노인들이 분노하면서 노인 범죄가 늘어난다”며 “억울함 때문에 쌓인 분노가 이상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인들을 방치하면 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한국의 노인복지 시스템은 사후 처리 형태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예방적 차원에서 노인복지에 접근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노인이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해주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음식을) 먹여주는 것이 아니라 먹는 방법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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