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5.23. 20:51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23∼25일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첫날 일정이 시작됐다.
전날 미국·중국·러시아·영국 취재진이 베이징(北京)에서 원산으로 이동했으며 남측 취재단도 이날 오후 정부 수송기 편으로 원산에 도착해 합류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외국 취재진에 전면 공개하고 현장 취재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원산·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장용훈 기자 =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23∼25일 진행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첫날 일정이 시작됐다.
전날 미국·중국·러시아·영국 취재진이 베이징(北京)에서 원산으로 이동했으며 남측 취재단도 이날 오후 정부 수송기 편으로 원산에 도착해 합류했다.
이어 5개국 취재진은 오후 6시 원산의 숙소인 갈마호텔에서 출발해 열차 편으로 오후 7시 전후 풍계리로 향했다.
이들을 태운 열차는 총 416km를 시속 35km 안팎 속도로 12시간가량 달려 풍계리에 인접한 재덕역에 도착하게 되며, 그 지점에서부터 취재진은 차량과 도보로 24일 오전 핵실험장에 접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 관계자는 남측 취재진에 "내일(24일) 일기상황이 좋으면 (핵실험장 폐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 비핵화의 첫걸음이 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본행사가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그동안 6차례 핵실험이 이뤄진 곳으로, 이곳이 폐기되면 북한은 '미래 핵'을 사실상 포기하게 됨을 의미해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23∼25일 기상 조건을 고려하면서 풍계리 폐기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와 관련, "평화를 위해 상대방에게 상응한 행동 조치를 촉구하는 선제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 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폭발시켜 무너뜨리고 입구를 완전히 폐쇄하며 지상에 있는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시설도 철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은 "풍계리에는 4개의 갱도가 있고 3번, 4번 갱도는 사용이 가능해 이 갱도를 완전히 폭파해 폐쇄할지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각 갱도의 벽에 구멍을 뚫어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폭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그럴 경우 약 100㎏ 이상의 폭약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외국 취재진에 전면 공개하고 현장 취재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북한은 남측을 포함해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등 5개국 언론을 초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고위급회담 무기 연기 등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 남측 취재단을 뺀 채 나머지 4개국 취재단만을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용기 편으로 원산으로 이동시켰다가 이날 판문점 채널을 통해 입장을 바꿨다. 이로써 약속대로 5개국 취재진의 방북 취재가 성사됐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는 남측 취재단 이외에 미국 매체인 AP, CNN, CBS, 인터넷 매체인 Vice, 영국 뉴스채널 스카이 뉴스와 APTN, 러시아 타스, 방송사인 러시아 투데이, 중국 신화통신과 CCTV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과 물밑접촉으로 설득에 나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 남측 공동취재단의 풍계리행을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도 이번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15일 촬영된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의 위성사진을 판독해 갱도 폭파 장면 관측을 위한 전망대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도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발신할 수 있는 이번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남측 기자단을 받기로 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외신들은 이번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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