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 입력 2018.03.10. 00:22 수정 2018.03.10. 07:40
━ AI 제치고 다시 뜨는 동물·곤충 전사들
지속적 수중 생명체 센서(PALS)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사물 인터넷처럼 수많은 수중 생명체를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각각의 수중 생명체가 센서 역할을 해 적 잠수함이나 함정의 이동 경로, 수중환경 변화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연결망을 통해 아군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수중 생명체를 따로 기르거나 훈련할 필요는 없다. 바닷속에 지천으로 널린 물고기나 조개가 탐지기가 되기 때문이다. PALS 프로그램 매니저인 로리 애더네이터는 “미 해군이 현재 갖고 있는 수중 탐지수단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수중 생명체의 감지 능력을 이용할 수 있다면 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PALS는 결코 황당한 얘기가 아니다. DARPA가 어떤 곳인가. 펜타곤(미국 국방부)이 냉전 때 적(소련)을 기술적 진보로 놀라게 하려는 목적으로 세운 연구기관이다. 인터넷·컴퓨터 마우스·윈도·GPS 등이 여기서 개발됐다. 김대수 KAIST 생명공학과 교수는 PALS에 대해 “해양동물은 바닷속이 삶의 터전이니 연결만 잘하면 잠수함에 대한 훌륭한 수중 감시장치가 된다”고 설명했다.
요즘도 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개다. 군견은 군에서 폭발물이나 침입자를 찾는 임무를 맡았다. 미군은 군견용 방탄복을 만들었고 낙하산을 타고 병사와 함께 뛰어내리는 공수 군견도 있다.
그런데 군에 입대한 동물은 종류가 훨씬 더 다양하다. 동물·곤충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을 연구한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한국테러학회장)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로봇은 구동을 위한 배터리가 필요해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반면 생명체는 스스로 먹이를 먹으며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인공지능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돼지나 아프리카 대왕 캥거루쥐를 지뢰 탐지용으로 기르고 있다. 아프리카 대왕 캥거루쥐는 몸길이는 70㎝나 되지만, 지뢰밭을 활보할 정도로 민첩하다. 후각이 뛰어나고 지능이 높아 지뢰 탐지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란은 지난달 자국의 핵시설 주변 도마뱀에 대한 경계령을 내렸다. 미국이 도마뱀을 이용해 핵시설을 염탐할 것을 두려워해서다. 사이보그 동물이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11년 1월 자국 영공을 침범한 이스라엘 독수리를 포획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이 비행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이 독수리에 GPS를 달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를 스파이 독수리로 오해했다.
동물 대신 곤충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있다. 미국 과학전문기자 에밀리 앤디스는 2006년 DARPA가 “감시 장비나 무기를 실을 수 있는 곤충 사이보그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곤충에 전기자극을 줘 조종하거나 명령을 내리는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몸길이가 2㎝에 불과한 곤충인 거저리를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 대학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연구팀은 2016년 8월 원격조종으로 위험 지역에 투입할 수 있는 사이보그 메뚜기를 만들고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메뚜기는 더듬이로 폭발성 화학물질을 탐지한 뒤 바로 그 사실을 무선으로 알릴 수 있다. 연구비는 미 해군 연구청(ONR)이 지원하고 있다. 김대수 교수는 “고등 동물은 기본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래서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곤충을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연구가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전에 투입되지는 않지만, 군대의 마스코트로 계급까지 받는 동물도 있다. 가장 유명한 게 노르웨이 왕실 근위대 소속 닐스 올라프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동물원의 임금 펭귄인 올라프는 계급이 준장이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1913년 에든버러 동물원이 열 때 노르웨이가 임금 펭귄을 선물한 사실이 알려져 마스코트가 됐다.
■ [S BOX] 북한 땅굴 수색 중 숨진 군견 헌트, 무공훈장에 소위 계급 추서
군은 헌트처럼 공을 세운 동물에게 훈장도 준다. 가장 대표적인 게 영국의 ‘디킨메달’이다. 1943년 영국의 동물 구호단체인 ‘병든 동물을 위한 진료소’(PDSA)가 전쟁에 기여한 동물을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비둘기 32마리와 개 18마리, 말 3마리,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디킨메달을 받았다. 영국군은 당시 무전기 고장을 대비해 통신문을 전달하는 비둘기(전서구)를 키웠다. 한동안 맥이 끊긴 디킨메달은 영국이 이라크전에 참전한 2002년 이후 다시 수상 동물이 나왔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 10월 미 육군의 전서구 ‘쉘아미’(친애하는 친구라는 뜻의 프랑스 단어)는 적의 포화를 뚫고 통신문을 본부에 전달해 194명의 목숨을 구했다. 쉘아미는 이 과정에서 한쪽 눈과 한쪽 다리를 잃었고 프랑스 정부는 십자훈장을 수여했다. 」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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