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의학 난제를 해결할 ‘동물 어벤저스’가 등장할까. 미국 유타대가 주도한 미국 연구팀은 박쥐와 코끼리, 돌고래, 벌거숭이두더지쥐, 범고래 등 인간과 가까운 포유류 7종 게놈에서 유전자를 만들지 않는 소위 ‘비번역 영역(non-coding region)’을 집중 연구해 생명과학 국제학술지 ‘셀리포트’ 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동물의 특성 중 인류가 의학에 활용할 수 있는 특징을 집중 연구했다. 예를 들어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체구가 작은데 30년 이상 살아 장수 연구자들이 최근 가장 주목하는 동물이다. 코끼리는 체구가 큰 만큼 체세포 수가 많아 암세포가 많이 발생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암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암세포를 유도하는 DNA 오류를 복구하는 수리 시스템이 잘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박쥐는 포유류 중 유일하게 능동 비행이 가능한 날개를 발달시켰는데, 그 발달 과정을 유전적으로 연구하면 사지에 유전적 장애를 지닌 환자를 치료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 외에 그 주변 영역을 연구했다. 이 부위는 전체 게놈의 98%를 차지하지만 유전자를 만들지 않아 그동안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조절 유전자 부근의 비번역 영역에서 동물 형질을 결정하는 새로운 DNA를 찾았다. 예를 들어 코끼리는 DNA 복구를 하는 주요 조절 유전자인 FANCL 부근 DNA가 바뀌면 암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파악됐다. 박쥐는 손가락과 발가락에 일종의 막이 덮여 있는데, 역시 비번역 영역 중 일부가 변형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의 경우 이 영역은 손가락이 융합되는 질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와 관련이 깊다.
크리스토퍼 그레그 유타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게놈의 비번역 영역을 해독함으로써 과거에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동물과 인간 사이 관계를 밝혔다”며 “그 덕분에 지금껏 인간 게놈에서 숨겨져 왔던, 신체 특징을 결정하는 새로운 DNA 후보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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