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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경찰이다"..얕봤다가 '화들짝' 특사경이 뭐길래

판사,검사, 사법개혁절실하다

by 석천선생 2017. 10. 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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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용 입력 2017.10.04. 06:01 수정 2017.10.04. 07:22

노동청 출석요구 5회 불응한 김장겸 MBC사장
근로감독관의 체포영장 집행에 자진 출석
민생 현장 곳곳에서 불법의 감시자 역할
文 대통령 '자치경찰·전문경찰화' 구상 제시

지난달 4일 아침,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1층 로비에 근로감독관 5명이 나타났다. 때마침 1층 로비에서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었다. 출정식 참가자들의 이목이 근로감독관에게 쏠렸다. 이들은 14층 사장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김 사장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노동조합법 위반)에 대한 5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체포영장 집행 소식을 들은 김 사장이 자리를 피해 이날 영장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김 사장은 이튿날 고용노동청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고용노동청은 지난달 28일 김 사장 등 전‧현직 임직원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김장겸 MBC 사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도화동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고용노동청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노동경찰이 단 한 번이라도 체포영장을 (신청)한 일이 있는가? 내 기억에는 없다”며 반발했다. 이례적이긴 하지만 근로감독관이 체포영장을 신청한 전례가 없다는 홍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감독관이 신청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수는 1450여 건이었다. 구속영장을 신청해 발부된 것도 19건이 있었다.

━ 검사 지휘 받아 경찰권 행사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을 조사하거나 체포하는 일은 일반 사법경찰관의 업무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근로감독관도 엄연한 ‘경찰’이다. 이들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 분류된다.

특사경은 ‘경찰권을 가진 행정 공무원’이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해 권한을 부여한다. 정부 부처와 기관, 지방자치단체마다 특사경이 활동한다. 이들은 사법경찰과 똑같은 권한을 갖는다. 수사, 영장 신청‧집행, 검찰 송치 등 업무 방식도 같다.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는 것도 동일하다.

<일반 사법경찰과 특사경 비교>
주요 구분
대검찰청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등 1000여 개 기관에 1만6000여 명의 특사경이 있다. 이들은 연간 10만여 건의 사건을 처리해 검찰로 송치한다. 일반 경찰이 10만 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특사경은 정해진 관할 구역 안에서 주민 생활과 연관된 행정법규 위반 사범에 대한 단속, 수사 등의 경찰활동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특사경의 역사는 꽤 길다. 일제 강점기인 1927년 총독부령 제33호로 특사경 제도가 시작됐다. 1956년 사법경찰관 직무법이 제정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처음에는 산림·환경 등 10여개 분야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40여 개 분야로 특사경 업무 범위가 확대됐다.

산림청에는 산림 특사경, 문화관광부에는 저작권 특사경, 제주도에는 공항 특사경, 병무청에는 병역기피자를 추적하는 특사경이 있다. 항공기 기장과 승무원도 특사경 지위를 갖고 있다. 등대 관리인도 특사경이다.

━ 민생 최일선의 ‘조용한 감시자’ 특사경의 활약은 환경‧원산지 표시‧식품위생‧청소년 보호 등 민생과 가장 가까운 분야에서 빛을 발한다. 경기지역의 한 지자체 특사경 관계자는 “특사경은 각 분야의 행정 업무로 잔뼈가 굵어 단속 현장에서도 ‘급소’가 어디인지를 잘 안다. 일반 사법경찰은 민생 치안 위주로 인력을 운용하고, 행정범죄에 대한 수사력 공백을 특사경이 채워 분업화하면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특사경은 추석 대목을 노리고 원산지를 속이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한 불법 식품가공업체 일제 단속을 벌여 85곳을 적발해냈다. 또 지난달 12일에는 공업용 규산염으로 만든 액상차를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팔아 3억 여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제조‧공급업자 6명을 붙잡아 형사입건했다.

서울시 특사경인 민생사법경찰대도 지난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해 화장품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CMIT/MIT 등 금지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 제조업체 155곳을 적발하고 234명을 형사입건했다.

하지만 아직도 특사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단속 과정에서 대상자를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빼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특사경 관계자는 “신분증과 수색영장을 내밀어도 ‘사기꾼 아니냐’며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도 있고, 과태료 고지서를 싼 걸로 끊어달라며 읍소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관련 업계에서는 특사경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정착된 편이지만 일반 시민들은 아직도 특사경이란 용어조차 생소해하는 수준이다. 경기도 특사경단에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특사경으로 근무할 때에는 이웃으로부터 ‘도청 공무원 아니었냐, 언제 경찰로 (직업을) 바꿨느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사법경찰’을 ‘사복경찰’로 잘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 미래 특사경의 키워드…‘전문’, ‘자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특사경의 미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전문경찰과 자치경찰이다. 중앙정부와 행정기관 소속 특사경의 미래상은 전문경찰에 가깝다. 미국 사례에서 향후 발전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은 연방 행정기관 산하에 전문 수사전담조직을 갖추고 있다. 식품의약청 범죄수사국(OCI), 연방 환경보호청(EPA), 미 국세청 소속 범죄수사국(CID),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대(HSI),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마약수사국(DEA) 등이 있다.

2014년 9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들이 고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지목된 김혜경 전 한국제약 대표를 연행하고 있다. [사진제공=HIS]
정병하 대검찰청 감찰본부장과 임정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별사법경찰 조직의 전문화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특사경의 일차적 존재 의의는 국가행정업무가 전문화‧복잡화되는 것에 발맞춰 양적‧질적으로 증가하는 행정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있다”며 특사경의 전문화를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밝힌 ‘노동경찰’ 도입 공약이 전문경찰 도입과 맥을 같이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특사경인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실질수사권을 강화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해 고용노동청이 적극적으로 법 집행에 나선 것은 문 대통령의 공약과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자치경찰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도 문재인 정부 들어 달라진 점이다. 자치경찰은 법률 정비만 이뤄지면 전환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노무현 정부 때 본격적으로 논의됐지만 실행되지 않았다.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주민과 밀접한 자치 사무를 지자체가 수행하면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더라도 수사 지휘권이 검사에게 있을 경우 검찰권 비대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검‧경 수사권 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제주자치경찰의 경우 특사경 권한은 있지만 치안 유지 등에 필요한 일반 범죄에 관한 수사권이 없어서 사실상 국가경찰의 관리를 받는 구조다.

제주자연사박물관에서 제주자치경찰단 기마경찰대가 어린이 관광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임승빈 명지대 교수(행정학)는 “자치경찰에게는 법집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수사권이 부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치경찰이 음주운전자를 보면서도 멍하니 서 있거나 단속 중에 공무집행방해를 당해도 직접 수사가 불가능해 국가경찰에게 공무집행방해 사실을 알린 뒤에 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현재 제주자치경찰의 문제점이 그대로 답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를 전국에 확대하는 방안은 문 대통령의 공약이다. 경찰개혁의 일환이자 지방분권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관련 법규를 정비해 시범 시행을 거쳐 2019년에 전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특사경을 자치경찰제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하고 있다. 결과는 10월쯤 나온다. 서울시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광역 자치경찰 모델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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