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입력 2017.09.19. 01:50 수정 2017.09.19. 06:25
일본 도쿄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지바(千葉)현 이나게(稲毛)구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일본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 일본 방사선 암 치료 연구의 총본산인 이 연구소 지하에서는 길이 125m에 이르는 거대한 가속기가 가동되고 있다. 중입자를 빛의 80% 속도로 끌어올려 암 조직을 타격해 종양을 제거하는 장치다. NIRS는 이 장치를 이용해 암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은 세계 암 치료 연구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방사선의 일종인 중입자선을 이용한 치료는 ‘꿈의 암 치료법’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기준으로 암 정복에 가장 근접한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에 사용되는 X선이나 감마선과 달리 정상세포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것도 이 치료법의 장점이다. X선 등은 피부에 가장 강력하게 쏘이게 되며, 체내로 들어갈수록 살상능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NIRS 원장을 역임한 쓰지이 히로히코 입자선 암클리닉센터 원장은 “중입자선 치료는 정확히 종양만을 제거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신체 부담이 적으며 치료 시간도 짧다”며 “현재로선 세계 최고의 암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세브란스병원이 일본 히타치가 개발한 중입자 치료기를 들여와 2020년부터 가동한다. 이를 위해 현재 세브란스병원의 의료 인력이 이달 1일부터 2년간 NIRS에서 연수를 시작했다. NIRS에는 의료 인력만큼 많은 물리·생물학 연구진이 포진해 수술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기술을 미국·중국·대만·인도네시아 등 많은 나라가 앞다퉈 도입하려고 하는 이유다.
조승룡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는 “중입자는 체내 25㎝까지 들어와 암 조직을 직접 치료하기 때문에 정밀도가 높고 효과도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우수하다”며 “정상 세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 조직만을 타격하는 정밀함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입자 가속기도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는 장기인 위·대장·소장암 등은 중입자 치료로 잡기가 어렵다. 마찬가지 이유로 혈액암 역시 아직은 치료하지 못한다. 정상 부위에 중입자를 쏘면 조직 파괴와 2차암 유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NIRS는 장기의 움직임을 패턴화해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가마타 다다시 NIRS병원 원장은 “중입자선으로 잡기 어려운 곳에 퍼진 작은 암세포를 처리하기 위해 암세포를 한 곳에 모으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며 “5~10년 뒤면 임상 단계에 돌입할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이들 과제만 극복한다면 암의 완전 정복까지 일보 성큼 전진하게 된다.
■ ◆중입자선
「방사선의 일종으로, 물질 에너지를 파동과 입자의 형태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방사선 안에서 수소이온보다 큰 것을 중입자라고 부른다. 이 중 탄소 이온은 암 살상능력이 가장 높다. 」
지바(일본)=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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