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것들에 대한 소회(所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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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변봉투.
옛 추억의 장을 넘기면
나날이 줄어가는
다급한 중년의
우아한 건방을 떠는
초등학교 가시내도
예외 없이
퍼세식 구시(변소)에 앉아
찍어왔을 채변담긴 봉투...
중년을 넘긴
서리가 하얗게 내린 머리카락은
늦은 가을날의 막연함이 되었고
아리따운 고운 모습들은
이제 주름이 늘어가는
애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을 것을...
그렇게 우리의 젊음도
우리의 추억도 나날이
사라진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1960년대 당시엔
부잣집에서도 재산 목록
상위를 차지하던
럭키금성 흑백TV.
가난한 시골에선
한동네에 한대,
아니면 두서너 동네에
한대나 있었던
참 귀한 물건이었다.
당시로서는
요술 상자 같은
그 작은 TV화면에
어찌하여 그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지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요사이 텔런트라 통칭하는
이쁜 주인공을 보기위해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는
TV가 있는 집 아이에게
비굴한 웃음을 흘리며
고놈의 티비에 환장한 친구들은
TV가 있는 집에 들렸다가
일진이 사나울라치면
TV시청은 커녕
안테나를 들고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며
들었다가 놓았다가
또는 돌렸다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파에 맞춰
화면을 잡기위해
야! 오른쪽으로 임마
아님 왼쪽으로
또는 위 아래로
잘못하면 그것도 못 ?춘다며
욕을 먹기 일쑤였다.
간신히 잡히는 화질도
화면에 줄이 서너 개
그어지는 것은 예사고
아래위로 오르내리고
또는 찌지직거리며
요새 같으면
아마 성질 급한 친구들은
TV 몇 트럭은 족히 부셨을 것이라 짐작된다.
뉴스를 보며,
연속극 여로를 보며,
분노하기도 했고
슬퍼하기도 했던
우리의 추억들....
저 흑백 TV처럼
세월은 잊혀진 한낮 꿈,
그러나 깨어나지 못하는
몽환처럼
기억은 언제나
어둠 속을 헤매는
허망함은 아닐지....
1980년 어느 달의 학생중앙
이제는 중년을 넘었을
그 아름다운 모델은
세월의 흔적을 벗어버리고
어디에서 구름처럼
살고 있을까?
롯데 소고기라면.
1960년대 초반의 내 기억에는
닭 그림이 그려진
삼양에서 만든
라면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배고프던 시절
아마 그때 돈으로 10원쯤 했을
그놈의 라면은
정말 맛난 음식이었다.
라면을 말하자면
지금은 세월을 달리하신
내사랑하는 어머님!
어머님의 기억이 언제나 함께한다.
지금은 팔순을 바라보는
큰 누님이 어렵사리 사다주신
라면을 처음 끓이실 제
설명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라면스프 봉지까지
당당하게 삶아서(?)오시던 모습
지금도 눈에 선하건만
아무리 그리워한들,
못 다함이 사무친들
지금 어디에서 뵈올 수 있을까?
돌아보면
자식으로서 못다 한 불효함만
가슴이 넘치도록 남는 것을...
시집간 딸아이,
이미 장성하여
일가를 이룰 나이가 된 아들 녀석.
어쩌면 이 아이들은
저희 조부모님에 대한
이 애비의 애절한 심정을
과연 얼마나 알 수 있을지...
그리고 보면
내 절절한 그리움의 원천은
언제나 바람맞이 갓등의 언덕에서
이 자식을 기다리시던
어머님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삼양라면과 당시의 군것질 거리
삼륜 용달차와 삼강아이스크림판매원
왕자 크레파스.
24가지의 색깔로
그리워하는 것,
갖가지 가지고 싶던
그 모든 것을 서투나마
그려갈 수 있었던
왕자 크레파스...
지금 저 크레파스를 든다면
세월의 하얀 여백위에
무엇을 그 때처럼
스스럼없이 그려갈 수 있을까?
삐고 멍든데,
허리 통증,
옆구리 결릴 때,
팔 다리 쑤시고,
온갖 신경통,
사랑싸움하다
눈두덩 밤 팅이 된데,
심지어 배 아픈데 까지
갖다 바르기만 하면
단박에 효험을 보던
만병통치약 안티푸라민.
세월의 치열한 삶,
너무나 지쳐버린 영혼에
저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갖다 바르기만 하면
만병이 치유되는
그러한 단박약은 없을지....
세월이 변함에 따라
아무리 좋은 약도
몇 번이고 의심의 눈초리를
곁눈질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세태.
이제는 순수함이란 단어는
뜬금없이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막연한 그리움처럼
오래전 사라진 전설,
잊혀진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또 하나의 전설 까스 활명수
헛!헛!헛!
우리나라 최초!
세계에서도 최초인
고대인이 붙인 파스를 아십니까?
고대인이 전투에서
몸살 신경통에 부치고 전투에 임하는 모습
롯데 왔다 껌.
무척이나 추억이 깃든
판박이 껌.
재미있는 그림이 들어있는
왔다 껌 판박이를 문지르면
그대로 하얀 종위위에
베껴지던 판박이 껌..
그리움도 하얀 여백에 문지르면
그대로 베껴지는
판박이 껌은
왜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리움을 문질러,
못 다한 내 불효함을 문질러,
잊혀진 옛 추억을 문질러,
눈물처럼 세월 속에서 사라진
내 첫 사랑의 그대를 문질러
다시 만 날수만 있다면,
잠시라도,
아니 찰나라도
마주할 수만 있다면
내 엄지검지,
손가락의 지문이 닳도록
내 손바닥의 껍질이 벗겨져
핏물이 강물처럼
흐르더라도
내 영혼이 마르고 닳도록
문질러 보겠지만
헛된 꿈!
이룰 수 없는
허무함이 아닌가?
쥐불놀이 깡통.
추억은
쥐불놀이 깡통처럼
깡통의 불이 사그라지면
명멸하는 모든 것도
사그라지는 것이 아닐까?
옛일을 생각하자니
창가엔
이른 장맛비 가득하고
문득 무리하여서라도
불가의 말을 빌리자면
만유(萬有),
그리고 유상(有相)
고공무상무아(苦空無常無我)
그렇게 짐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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