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 F-15K 전투기에서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특수전부대로 벙커를 점령하거나 출입구를 봉쇄하는 것은 리스크가 매우 크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수단과 그 운용 작전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먼 거리를 날아가 벙커를 파괴할 수 있는 공대지미사일이 필수인 이유다.
◆북한 벙커 부술 공대지미사일 필요한 이유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에 가장 위협적인 전력은 북한의 미사일이다.
휴전선과 가까운 강원도 판교군 지하리와 깃대령 일대서부터 함경북도 무수단리와 자강도 진천군 등에 이르기까지 수십여개의 미사일 기지가 있다.
이들 기지에는 벙커가 건설되어 TEL을 보호하고 있다. 유사시 기습적인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잠재력이 있지만, 일반적인 공습으로는 벙커 파괴가 쉽지 않다.
특히 산속에 만들어진 벙커는 토사나 바위층을 뚫고 들어간 뒤 벙커를 부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북한이 지난 2021년 공개한 열차 발사 KN-23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은 이같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궤도 상태가 양호한 일부 지역에서는 철도 터널에 숨어있다가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이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의 성능 등 구체적인 사항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탄두중량이 2t에 달하는 현무-4는 강력한 충격력으로 지하시설을 무력화하거나 콘크리트를 뚫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갱도에 숨은 북한 장사정포를 제압할 KTSSM은 관통력이 1~3m로 지하공간을 감지하는 지능형 신관을 사용해 갱도를 관통한 뒤 내부 공간에서 폭발한다. 이를 통해 갱도 내부의 장사정포와 운용인력을 태워버린다.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표적에 정확하게 낙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국 공군이 운용중인 타우러스는 대표적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다. F-15K 전투기에 장착하는 타우러스는 2중 탄두 체계를 갖춰 다른 공대지 무기보다 2배 이상 관통력이 높다. 덕분에 북한 지하벙커도 6m 이상을 관통해 파괴할 수 있다.
지하로 관통해 들어가면서 480㎏ 중량의 탄두를 폭발시킬 지점을 자동 계산하는 공간감지센서를 장착, 정확하게 목표물을 파괴한다. 필요하다면 방공포대와 항만에 정박해 있는 함정, 활주로에 대기 중인 항공기 등도 타격할 수 있다.
사거리도 500㎞ 이상에 달해 대전 상공에서 평양의 벙커들을 공격할 수 있다. 시속 1200㎞ 달하는 속도로 서울 인근에서 15분 안에 북한 내륙의 표적에 도달한다.
위성항법체계(GPS)와 관성항법(INS), 영상기반항법, 지형대조항법을 조합하는 유도시스템명중률을 높였으며, GPS 재밍 상황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이같은 특성은 북한 내륙의 지하시설 공습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지하 벙커는 구조적 특성상 두께를 두껍게 만드는 것에 한계가 있다. 강화 콘크리트로 벙커를 만들 때, 벙커 지붕 두께를 2m에서 4m로 늘리면 벙커 아래쪽으로 8배가 넘는 압력이 가해진다.
이를 견디려면 기둥 직경도 4m로 늘리고 기둥간 간격도 촘촘하게 구성해야 한다. 압력은 견딜 수 있지만, 그만큼 내부 공간이 좁아진다. 벙커 두께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주목을 받는다.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은 지하 핵시설에 초고강도 콘크리트를 적용,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시도에 대응하고 있다.
미 공군 F-15E 전투기에서 재즘 이알(JASSM-ER)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국방과학연구소(ADD)가 KF-21에 탑재하고자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관통력은 재즘보다는 높지만, 스톰 섀도우보다는 낮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
타우러스는 재즘보다 관통력이 더 우수하고, 겹겹이 구축된 벙커 지붕을 뚫고 들어가 목표한 내부 공간에서 폭발하는 능력을 지녔다.
북한의 주요 지하시설을 파괴하는데 충분한 위력을 지니고 있어 한반도 유사시 ‘킬 체인’의 일부로서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 SU-24 전폭기가 스톰 섀도 미사일 2발을 탑재한 채 비행하고 있다. SNS 캡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위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영국에서 스톰 섀도를 지원받아 공습에 나서고 있다. 사거리가 250㎞ 이상인 스톰 섀도우는 전투기에서 발사되면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낮은 고도로 내려간 후 적외선 탐색기 등으로 목표물을 찾아가 타격한다.
미국이 지원한 하이마스(고속기동포병다연장로켓시스템·HIMARS)보다 사거리가 3배 이상 긴 스톰 섀도는 전쟁 발발 직후 우크라이나군이 타격하지 못한 전선 후방 지역의 러시아군 병참 거점과 지휘소 공격에 쓰이고 있다.
탄두중량이 460kg으로 미국이 지원을 약속한 에이태큼스(ATACMS) 전술미사일 탄두중량(227kg)의 두 배에 가깝다. 그만큼 위력도 더 강하다.
F-15 전투기에 타우러스 미사일이 탑재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스톰 섀도처럼 SU-24 전폭기에 탑재된 채 운용될 가능성이 있고,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방안이 거론된 호주 공군 F/A-18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스페인 공군 소속 F/A-18에서 타우러스를 운용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도 F/A-18을 지원받는다면 사용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스톰 섀도에 이어 타우러스까지 지원받으면, 러시아에 대한 반격 수위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유사시 적 내륙 지역의 군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큰 무기다.
다만 한국은 북한 지하시설을 파괴해야 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관통력과 긴 사거리를 갖춘 미사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킬 체인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의 중요성을 군 당국이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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