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종말' 꺼낸 기상청장 "한국 기온 상승 속도 세계 평균의 3배"

유병돈입력 2023. 4. 11. 16:51수정 2023. 4. 11. 20:55

 

유희동 기상청장이 "기후 변화는 세계 종말에 가까워졌다고 말할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100년간 기상 데이터로 본 기후위기. 대응 과제는?' 제2회 국가 현안 대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유 청장은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여러 가지 미래에 대한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 청장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평균기온은 14.88도로, 20세기 평균보다 0.98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구 평균보다 높은 속도로 변화해왔다. 1912∼2020년 한국 연평균기온은 10년에 0.2도씩 상승해 전 세계 평균인 0.07도의 3배에 달했다.

지난 30년(1981∼2010년)과 비교해 최근 10년(2011∼2020년) 열대야일은 4.6일 길어졌고, 폭염일도 2.8일 증가했다.

 

1991~2020년 사이 한반도 주변 해역의 수온 역시 18.32℃에서 18.53℃로 0.21℃나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전지구평균해수온도가 0.12℃(18.18℃→18.53℃) 오른 것에 비해 상승세가 컸다.

 

앞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지난달 20일 발간한 제6차 평가보고서 종합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 활동은 전 지구 지표 온도를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1℃ 상승시켰다"면서 "현재 속도라면 2040년 안에 지구 표면 온도가 산업혁명 전보다 1.5℃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 청장은 기상·기후 데이터를 오픈 API에 공개해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기후 위기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청장은 "기후변화가 야기한 위험 기상이 사회 각 방면에 기하급수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과학적 데이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픈API는 누구든지 데이터를 가져다가 분석·가공할 수 있게 하는 정보공개 방식을 말한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1.5℃ 오르는 것이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km로 주행하는 것이라면 2℃는 시속 200km, 3℃는 시속 300km 속도로 달리는 것과 같다"며 "3℃ 이상 기온이 오르면 문명이 붕괴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 회복적 개발'(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에 성공하려면 향후 10년간 이뤄질 정치적·정책적 선택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토론회에는 김진표 국회의장,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소속 조명희(국민의힘)·이소영(더불어민주당) 의원, 양의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