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노동신문=뉴스1) =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1일 "첨단무장장비인 초대형방사포들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증정됐다"라고 보도했다.
“확실한 평화는 어드카면(어떻게 하면) 보장될까요.”(북한 내각총리)
“북이 가진 핵의 절반을 (남한에) 주십시오. 그래야 ‘전쟁 나면 남북 모두 끝이다’라는 게 보장되지 않겠습니까.”(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지난 2017년 12월 개봉한 영화 ‘강철비’ 후반에 나오는 한 장면. 영화 시작과 함께 북한 강경 군부 세력이 최고 권력자를 밀어내고 핵폭탄을 손에 넣으면서 한반도는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몰린다.
나중에 북한 내 쿠데타가 진압되고, 핵 위기를 넘기면서 남북은 새로운 평화 교섭을 한다.
북이 가진 핵(核)폭탄을 나눠 갖기로 한 것. 영화에서나 가능한 가상의 설정으로 보이지만 당시 영화 개봉을 앞두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남북이 핵을 공유한다는 영화 속 이 결말은 ‘우리도 어떤 식으로든 핵을 가져야 한다’는 핵무장 논의를 낳았다.
북한의 핵을 가져오든, 우리 힘으로 만들든 북에 상응하는 핵 전력을 갖춰야 전쟁 불안을 없앨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
그로부터 5년. 핵무장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공식석상에서 ‘한국도 핵을 가져야한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때문. 한국 대통령이 핵무장 추진에 대해 공식 언급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한국으로 들여오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조차 쉽게 꺼내지 못했는데 아예 우리 힘으로 핵폭탄을 만들자고 한 것. 윤 대통령이 핵무장 계획을 꺼낸 이유는 무엇이고, 실제 자체 핵 보유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걸까.
◇7·8차 北 핵실험 앞두고 나온 한국 ‘핵무장론’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여기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북의 군사 도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에 확고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역대 한국 대통령 대부분은 북의 핵 위협 대응 수단을 논의할 때마다 핵무장은 플랜B(차선책)로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이 핵무장 의지를 밝혀 ‘북이 핵으로 위협하면 우리도 핵으로 무장할 수 있다’는 대북 압박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 핵·안보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의 핵무장과 관련해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과)는 “실제 정부가 핵무장을 추진할지,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의 무력 도발이 계속 되는 가운데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핵무장’ 카드를 꺼낸 것은 그만큼 북핵을 둘러싼 동아시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북핵 위기가 최고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주요 국가 기념일에 핵 실험과 같은 대대적인 군사 도발 행위를 벌였다.
올해는 2월8일 인민국 창건 75주년, 7월17일 전승절 70주년, 9월9일 북한 정부 수립 75주년 등 굵직한 기념일이 많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다음달 16일 김정일의 생일인 ‘광명성절’ 전후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진행하고, 하반기에 8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던 미국 내에서도 기류가 바뀌는 모습이다. 미 백악관은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 직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며 한국의 핵무장 주장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 학계에선 ‘한국의 핵무장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미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8일 한미 양국이 미국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미국의 대북 정책 및 확장억제에 대한 제언’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동맹국들(한미)은 미국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준비 작업과 관련한 운용연습(TTX)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가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가운데 미 외교안보 정책을 구상하는 전직 고위 관료들이 모인 싱크탱크에서 전술핵 재배치 준비 절차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래픽=김현국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첨단무장장비인 초대형방사포들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증정됐다"라고 보도했다.
◇“美 ‘찢어진 핵우산’으론 불안”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실제 가능한 일일까.
우선 핵무장을 주장하는 측에선 그동안 북한의 달라진 핵 전력, 달라진 미국의 핵우산 위상 등을 핵무장이 필요한 이유로 든다.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 폭발력을 키웠고, 핵탄두를 소형화 하는데 성공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80~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로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서 미국의 확장억제력에만 의존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른바 미국의 ‘찢어진 핵우산’으로는 북의 핵 위협을 제대로 막기 어렵다는 것. 한 안보 전문가는 “한국이 북의 핵 공격을 받아도 워싱턴이 핵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다면 미국이 직접 북을 핵으로 보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자체 핵무장에 대한 필요성은 높아졌지만, 제약이 많다. 핵 개발을 추진할 경우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 반발이 큰 데다 한국이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걸린다. 현재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5국이다.
NPT 체제 공인을 받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하면 북한처럼 유엔 차원의 제재를 받게 된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기 위해선 NPT 조약 뿐 아니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탈퇴해야 하는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핵무장 추진으로 한미 동맹이 와해될 수 있다는 핵개발 반대 측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재처리 시설도 넘어야 할 산.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사용후 핵연료에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재처리 시설이 필수다.
일본은 과거 나카소네 총리 시절 미국과 협정을 맺고 일본 내에 핵 재처리 설비를 갖췄다. 반면 한국에는 아직 핵 재처리 시설이 없어 이를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저위력 핵무기’가 대안?
이때문에 비핵화 조약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는 ‘저(低)위력 핵무기’ 도입이 우리에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이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초기 원폭 수준의 핵폭탄은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 핵실험 과정이 필요 없고, 국제법상 문제가 될 소지가 적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 ‘핵무장론자’인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협력센터장은 “저위력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관련 과학자 500~600명이 필요한 걸로 추정되는데 이들의 명단을 파악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6개월 내에 핵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이런 기술과 인력을 사전에 준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자체 핵무기 개발을 결정하는 것과 별개로 국제 비핵화 조약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핵개발을 위한 사전 준비는 미리 해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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