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77) 전 국방장관이 한국도 이제 독자적인 핵무장을 위한 로드맵을 밟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이 전 장관은 주간조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한·미 핵공유 체제 구축과 함께 자체 핵무장을 위한 종합적인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은 “지금처럼 핵무기 없이 항모와 전략폭격기 등 핵탄두 운반 수단만 한국에 전개해 연합훈련을 하는 확장억제로는 김정은에게 두려움을 주는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없다”면서 “당장 B61-12 같은 전술핵을 주한미군 기지에 재배치하고 나토 5개국처럼 전술핵운용협의권을 갖는 핵공유 체제로 강화할 것을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전 장관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중단한다는 조건으로 자체 핵무기 개발을 위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국제법적, 기술적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독자 핵무장에 착수하지 않으면 미국에 수준 높은 핵공유도 관철시킬 수 없다는 것이 이 전 장관의 논리다. 특히 이 전 장관은 “독자 핵무장은 북한 붕괴 시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관리 명분으로 개입하는 것을 저지함으로써 한국 주도의 통일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합참의장을, 이명박 정부 첫 국방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군 안팎에서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히는 인물. 보수·진보 정권을 넘어 전·현직 안보부처 장관 중 현재 미국이 제공하는 낮은 수준의 확장억제체제로는 북한의 핵 선제공격 위협을 막기 어렵다고 평가하는 대표적 인사로 꼽힌다
. 이 전 장관은 2020년 1월 한국,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나토(NATO)의 전직 총리 및 외교·국방장관 16명으로 구성된 ‘미국의 동맹국들과 핵무기 확산 문제에 관한 특별연구회(Task Force on US Allies and Nuclear Weapon Proliferation)’ 멤버로 참가해 조 바이든 행정부에 건의할 ‘새로운 핵무기확산 억제를 위한 한국의 시각’이라는 제하의 발표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현직에서 물러난 후 “후배 정책결정자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그동안 인터뷰를 고사해왔지만 날로 증대하는 북한의 핵 위협 앞에서 우리의 생존 전략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이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주간조선 기고문을 통해 전술핵 이슈를 꾸준히 제기해온 이교관 한국대전략연구원장이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편집자주>
- 새해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최대 안보 이슈는 북한의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이 아닐까 싶다. 북한은 2022년 말 전술핵 탑재 가능 탄도미사일을 연쇄 발사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호 시험 발사에도 성공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우리에게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그 자체는 물론 그것을 탑재할 수 있는 단거리 운반 수단조차도 엄연한 ‘현재적 위협’이다. 그러나 미국에는 가까운 미래의 위협이, 일본에는 좀 더 먼 위협이 될 수 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의 안전이 아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절대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
만일 김정은이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시에는 그 이상의 가혹한 핵보복을 당할 것이라는 두려움(‘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줘야 하는데 미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부터 그런 두려움을 느낄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은은 이제 핵 선제공격 직후 상대방의 핵 반격 전에 다시 공격을 가하는 제2격 능력(second strike)을 준비하면서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적이 핵 공격을 가할 경우 상대편도 전멸시키는 보복 핵 전략)’ 개념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된 희망적 가정에 몰입돼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평가하고 대응해 왔다.”
- 희망적 가정이 무슨 의미인가.
“정전협정 시작부터 오늘까지 70년 이상을 북한에 속아오면서도 ‘우리가 당근을 주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다’라는 잘못된 가정을 바탕으로 국가안보를 논하여 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의 레드라인(red- line·금지선)인 핵무기의 소형화와 경량화 및 미 본토 타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이 마치 우리의 레드라인인 것처럼 받아들여 왔다. 한국은 북한이 거친 수준의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핵위협에 둘러싸인 상황이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의 핵 위협을 평가함에 있어 북한이라는 집단을 보는 인식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특수 관계라는 것을 동맹국과 우방국들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은 헌법에 규정된 우리의 영토인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의 일부를 무장 점령한 불법집단이다.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것은 분쟁의 관리를 위한 미봉책일 뿐이다.
북한이 남한을 비방하는데도 우리 정부 당국자가 ‘국가 간 외교적 결례’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응하는 모습에 경악할 따름이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한 정책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반격 시 한국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러한 특수 관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 문제는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느냐 여부일 텐데 많은 국민이 그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현 한·미 확장억제 체제만으로는 김정은의 전술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공적인 억제는 ‘전략적 균형(strategic balance)’이 달성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안보가 이렇게 된 것은 미국 주도의 ‘핵비확산체제(NPT)’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남북한 간 전략적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확장억제라는 표현은 내가 합참의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10월 개최된 제38차 한·미안보회의(SCM)에서 채택된 장관 공동성명에 처음 포함된 이후 줄곧 사용돼 왔다.
미 전략자산을 간헐적으로 한국 작전지역에 전개하여 무력시위성 연합훈련을 하는 낮은 수준의 확장억제다. 우리는 이 체제가 갖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김정은이 공포를 체감할 수 있고, 우리 국민들도 신뢰해 주는 억제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 그런 억제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나.
“먼저 미국으로 하여금 두 가지 사실을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하나는 서유럽 나토(NATO) 동맹국들이 인식하는 러시아의 핵 위협보다 동아시아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 호주가 직면한 북한의 핵 위협이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한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나토 동맹국들이 제공받는 핵공유 체제보다 신뢰도가 훨씬 낮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하라는 약속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튀르키예 등 나토 5개 회원국은 한·미 확장억제 체제보다 억제력이 월등한 미국과의 ‘핵공유 체제(Nuclear Sharing Mechanism·NSM)’로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나토 핵공유 체제는 이들 5개국이 자국 내 미군 기지에 배치된 B61-12 전술핵무기의 저장·관리, 운반수단, 작전운용을 미국과 공유하는 높은 수준의 핵공유체제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도 완벽하진 않지만 우선 이와 같은 체제부터 갖추어야 한다.”
-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체제만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기가 힘들다는 게 결론인가.
“결국 문제는 한국이 무너진 대북 전략적 균형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핵무기에 의하지 않고서는 핵위협을 억제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확장억제에 의구심을 갖는 것도 미국이 전략자산을 아무리 한반도에 전개해도 그 안에 핵무기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자산이 전개되었다고 강조될 뿐, 한국 국민들의 눈에도, 김정은의 눈에도 핵무기가 안 보인다.
또한 유사시 핵무기로 즉각 반격해 줄 것이라는 미국의 의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래에 의한 동맹’ 정책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전략(open strategy)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hidden strategy)들을 동시·병행적, 장·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그런 전략들로 어떤 것들이 있는가.
“기본적으로 여섯 가지 방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확장억제의 강화(핵공유 등 핵동맹 포함), 외국에서 만든 핵무기의 한국 내 반입(미국 전술핵의 재배치),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 당근에 의한 북한 핵무기 포기 유도, 군사적 방책에 의한 무력화, 북한 정권의 자체 붕괴 유도 등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성공으로 무너진 남북 간 전략적 균형을 회복하고 궁극적 국가목표인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이들 방책 중 어느 하나에만 몰입하여서는 안 된다.
이들 방책 중 제일 중요한 것은 북한 정권의 자체 붕괴를 유도하여 국가목표인 통일로 가는 길이다. 나도 퇴임 전 여러 정부의 많은 최고위 정책결정자들을 접했지만 위에 열거한 복합적인 방책들을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나쁘게 얘기하면 적지 않은 최고위 정책결정자들이 재임 기간 중 남북 간에 큰 문제가 야기되지 않도록 현상유지 위주의 대응에만 머물렀다. 나도 과거에 국가안보의 일익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이러한 과오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현실을 직시할 때다.”
- 배리 포젠 MIT 교수를 비롯한 미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도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핵 개발을 추구한 이스라엘 정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보수 진영에서조차 미국의 제재로 경제가 크게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독자 핵무장은 절대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두려워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현 정부도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 체제를 미국에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우리도 핵무기 개발을 중단한다는 조건으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국제법적, 기술적 준비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 길은 아주 험난한 길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핵 선제공격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인 한국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한국이 자신의 안보를 스스로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서 자체 핵무장을 선택하는 것을 묵인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이 묵인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정치·외교적 과제일 것이다. 북한에 의해 사문화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얽매여서도 안 된다. 정책결정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더라도 한국 내에서의 핵무장 논의는 계속 이루어지는 것이 국가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전 장관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 논리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묵인을 받지 못한다면 일정 기간 혹독한 외교와 경제 제재를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한·미 군사협력과 연합방위 체제의 재조정에 관한 논란도 불가피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외교와 경제제재가 제아무리 혹독하더라도 그것이 한 나라의 생존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북한의 핵무장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재적 핵인질 상태’에 있다는 점을 들어 NPT 조약 10조에 명시된 ‘국가의 지상이익 침해’를 탈퇴 사유로 삼고 안전보장에 관한 자결권으로서 자체 핵무장을 선택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은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한국은 헌법 제5조에 따라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며 더구나 G20의 일원으로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해 왔다. 그런 만큼 한국은 핵무기 관리와 운용의 안정성에서 국제사회와 핵비확산체제의 신뢰를 충분히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 NPT를 탈퇴해서라도 독자적인 핵무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은 1990년대 초 북핵 위기가 시작된 이후 보수와 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대통령과 외교안보 부처 장관급 인사들로부터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관건은 현재 한국의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능력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전문성이 미흡하니 몇몇 전문가들의 얘기를 인용하겠다. 한국의 핵무기 개발 능력에 관해서는 미 전문가 세 사람과 국내 전문가 한 사람의 평가와 분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찰스 D 퍼거슨 미 과학자협회 회장의 경우 이미 2015년 ‘한국은 이미 사용 후 핵연료 형태로 수 톤의 플루토늄과 재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농축우라늄보다 플루토늄을 소재로 한 핵무기 개발을 선택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플루토늄의 장점은 소형화된 핵탄두에 사용하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핵 기폭장치에 필요한 ‘크라이트론(krytrons)’에 기술적 접근이 가능한 상태이고 핵탄두 내 플루토늄 주변을 에워싸는 고성능폭약 제조능력도 세계적 수준이며 현무 계열의 탄도 및 순항미사일이나 공군 주력 전투기인 F-15와 F-16 등으로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미 핵전문가들인 토마스 코크란과 매튜 맥켄지도 2014년에 ‘한국이 월성원전의 4개 가압중수로에서 매년 416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준(準)무기급 플루토늄 2500㎏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내 핵전문가 서균렬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도 2017년에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이내에 기폭장치와 투발수단을 갖춘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요컨대 이들 국내외 전문가의 평가를 종합하면 한국은 언제든지 독자 핵무장을 결심하면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위한 로드맵으로서 어떤 접근이 가능하다고 보나.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반능력을 토대로 독자 핵무장을 위한 세 가지 옵션에 대한 가설적 접근을 고민해 왔다. 첫 번째는 핵분열 물질 등을 준비해 두었다가 미국과 중국을 향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 압박을 목적으로 5년 내에 몇 개의 핵폭탄을 조건부로 제조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그 같은 외교적 압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매년 10여개의 핵폭탄을 만들어 제2격 능력을 갖추는 방안이다.
여기에는 5~10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국은 북한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핵 공격 위협도 억제하고 북한 정권 붕괴 시 중국군의 개입을 막는 데도 유용한 지렛대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핵개발 협력 체제를 호혜적으로 구축하는 방안이다. 특히 이 방안은 한·일 양국이 동맹국 미국의 묵인을 구하는 단계부터 핵무기 제조·저장 및 관리·운용에 이르기까지 협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잠시 언급한 바 있다.”
-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경우 거둘 수 있는 기대효과들은 무엇인가.
“모두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전체 국방예산의 범위 내에서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체 핵무장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을 저비용·고효율로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으므로 북한이 핵 선제공격 위협을 바탕으로 가하고 있는 온갖 협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한국의 핵무기 보유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제한사항을 타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으로 ‘공포의 균형’을 이룬 남과 북은 불안한 전략적 균형 속에서나마 교류협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한 통일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결심할 경우 미국은 이를 동맹국에 의한 새로운 핵확산이라는 우려에 따라 단념시키고자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으로서는 핵비확산체제의 형태라도 유지해야만 더 이상의 핵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식 핵공유 체제를 도입하자고 설득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어떤 전략적 협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미국과 중국이 저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중국몽(中國夢·China First)’을 통한 자국이익 중심주의로 가는 한 한국도 ‘한국 제일주의(Korea First)’를 지향해야 한다.
한국의 핵무장 의지는 미국으로 하여금 보다 높은 수준의 확장억제를 제기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이 독자 핵무장을 선택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북·중의 핵위협으로부터 안보를 확실하게 지킬 수 있도록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 핵심은 현 확장억제 체제를 전술핵 재배치나 한·미 ‘핵공유 체제(NSM)’ 또는 한·미·일·호 4국 간 핵공유 체제로 전환하여 현행 재래식 전력과 태세 위주의 동맹에서 ‘핵동맹(Nuclear Alliance)’ 체제로 가는 것이다.
현재의 확장억제 체제는 2010년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가 설치되었음에도 나토와 달리 전술핵의 운용 계획, 저장 및 관리, 핵 운용 연습 등의 직접적인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낮은 수준의 핵공유 체제라고 할 수 있다.”
- 낮은 수준과 높은 수준의 핵공유 체제를 나누는 기준이 뭔가.
“미국이 전술핵을 주한미군 기지에 재배치하느냐 여부다. 만약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 이전 단계인 중간 수준의 핵공유 체제를 원한다면 나토보다 훨씬 강력한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미 동맹 차원에서 핵을 포함한 북한의 위협에 관한 정보 평가를 토대로 미국의 핵과 한·미 재래식 전력의 통합운용을 보장하는 연합작전계획을 수립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핵투발 계획을 실행하기 전 당사국과 상의하는 조항 등이 명시된 연합작전 예규를 발전시켜야 한다.
이 같은 작전계획과 예규에 기초하여 소수의 한·미 고위관계자들이 위기관리 연습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면서 계획과 실행을 최신화함과 동시에 최적화하는 협력을 지속해나가야 한다
. 현재 한국 공군에 실전 배치 중인 F-35를 이중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미국 전략폭격기 B-52와 B-2를 한국 공군기가 엄호하는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정도의 핵공유 체제가 구축되면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대한 의지를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 한·미 핵동맹의 길을 선택하더라도 미국 전술핵을 주한미군 기지에 재배치하는 높은 수준의 핵공유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까지 견인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맞다. 한·미 핵동맹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 시까지를 조건부로 미 전술핵을 재배치하여 전략적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확보한 상태에서 북한의 핵포기를 강압해나갈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핵공유 체제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선언하고 협의하는 모습만으로도 북한의 전술핵 선제공격 위협을 억제하고 핵무기 폐기를 강요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도 코앞에 미국의 전술핵이 재배치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해낼 수 있을 것이다.”
- 북한 붕괴 시 중국은 핵무기 관리 명분을 앞세워 군사적으로 개입할 공산이 크다. 이를 봉쇄하려면 결국 우리가 독자 핵무장의 길을 계속 추구해야 하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한국이 추진해야 할 종합적인 로드맵이 뭐라고 생각하나.
“북한은 2년 전 ‘새로운 길’을 제시한 바 있다. 그것의 중간목표는 핵무장 완성이고 최종목표는 한반도를 적화통일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본래의 길’이 그것이다.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 김정은의 이 같은 야욕을 헛되게 만들기 위한 플랜 A, B, C의 순차적 이행과 복합적 추진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를 위한 전략 로드맵을 가동해야 한다.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 더 나아가 핵폐기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플랜 A인 지금의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시급히 강화해 작동시켜나가면서, 플랜 B인 핵동맹의 길로도 가야 한다. 한·미 또는 한·미·일·호 간 핵공유 체제를 가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전술핵 운용협의권만 갖는 중간 수준에서부터 시작해 전술핵의 주한미군 재배치까지 이루어지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플랜 C의 핵심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을 계속 살려나가 외교적 압박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북한 붕괴 시 중국의 개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인터뷰 말미에 “북한의 핵 선제공격 위협이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엄중한 상황을 목도하면서 나치 독일의 침략 전쟁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의 탄식이 새삼 무겁게 다가옴을 느낀다”고도 했다.
“처칠은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때는 방치했고, 이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어떤 해법을 적용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탄식했었다.
그의 탄식을 돌아보면서 늦었다고 판단되는 지금이라도 북한의 핵위협은 물론 중국의 핵위협 등 역내 모든 형태의 안보위협에 맞서 높은 수준의 한·미 핵공유 체제를 구축함과 동시에 미국과의 심층적 협의를 통한 독자 핵무장의 가능성을 계속 살려나가는 대전략이 요구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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