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남석 입력 2021. 08. 12. 11:47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수많은 소행성 중에서 '베누'(Bennu)를 탐사 대상으로 정할 때 지구충돌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고려됐다.
당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만 한 베누가 2100~2135년 사이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천700분의 1로 추정됐는데, 2년여에 걸친 오시리스-렉스의 탐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300년까지 1천750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충돌 확률이 0.057%로 여전히 낮기는 해도 이전 추정치보다 더 높아졌다. 하지만 탐사선이 수집한 정밀추적 자료를 바탕으로 베누 궤도의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점에서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제트추진연구소(JPL)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CNEOS) 과학자 다비데 파르노치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오시리스-렉스의 탐사 자료를 토대로 2300년까지 베누의 궤도와 지구 충돌 확률을 분석한 결과를 행성과학 저널 '이카로스'(Icaru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베누 주변을 돌며 탐사하는 오시리스-렉스에 무선 신호를 보내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베누의 정확한 위치와 궤도를 파악했으며, 태양 복사가 베누의 표면을 달궈 궤도에 미치는 영향까지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베누의 미래 궤도를 분석해 2300년까지 지구 충돌 확률을 1천750분의 1로 산출했다. 또 충돌 위험이 가장 높은 날로 2182년 9월 24일을 꼽으며, 충돌 확률을 2천700분의 1, 0.037%로 제시했다.
1999년에 처음 발견된 베누는 '1950 DA'와 함께 태양계에서 가장 위험한 소행성으로 꼽혀왔다. 앞으로 100년 이내에는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없지만 2135년 지구와 달의 절반 거리밖에 안 되는 20만㎞ 이내로 근접해 지나간 뒤에는 불확실성이 존재했다.
이때 통과 시점과 위치에 따라 지구의 중력 영향을 받아 궤도가 바뀌며 충돌 코스로 들어서는 이른바 '중력구멍'(gravitational keyhole)을 지날 수도 있는데, 연구팀은 오시리스-렉스 탐사 자료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그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했다.
폭이 약 500m에 달하는 베누가 지구와 충돌하면 공룡대멸종 때와 같은 충격은 아니라도 10~20배에 달하는 충돌구를 만들고 이 충돌구의 100배에 달하는 지역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한다.
파르노치아 박사는 "오시리스-렉스 자료는 훨씬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줘 2135년까지 매우 높은 확실성을 갖고 미래 궤도를 산출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까지는 이런 정확도로 소행성 궤도를 예측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오시리스-렉스는 지난 5월 10일 베누에 대한 2년여의 탐사를 마치고 토양과 암석 시료를 갖고 지구로 귀환 중이며, 2023년 9월 24일 베누 시료를 지구에 떨구고 새로운 소행성 탐사에 나설 예정이다.
오시리스-렉스는 탐사할 소행성은 약 340m 크기의 '아포피스'(Apophis)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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