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 입력 2021. 08. 10. 15:3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이낸셜뉴스] 오는 13일 가석방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곧바로 다음주부터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풀어주는 '임시 조건부 석방'으로 해외출장이 제한된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인수합병(M&A)과 고객사 등 해외 거래선과 접촉하기 위해서는 출장 때마다 교정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경우 삼성의 영업비밀과 전략이 그대로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전용기까지 팔았는데...영업비밀 노출 우려
10일 재계 및 법무부에 따르면 앞으로 내년 7월까지 가석방 신분인 이 부회장이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선 출장 건별마다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해외 출장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번 가석방에 대해 손발이 묶인 '족쇄 석방'이란 비판이 나온다.
거의 매달 해외출장 길에 오르는 그룹 총수에게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기 힘든 조건이라고 재계는 토로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도 당국이 매번 해외출장을 승인할 것이란 보장도 없는 데다 승인이 떨어질 때까지 삼성으로선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기회비용이다. 무엇보다 한번 나갈 때마다 일일이 보호감찰에 보고해야 하며 행선지와 출장 기간 등 출국 목적을 밝혀야 되는 탓에 삼성의 영업비밀이 세상에 공개될 수 있다.
나노미터 기술 경쟁을 하는 반도체는 업종 특성상 어떤 장비를 들여오느냐, 설비를 어떻게 두고, 어떤 소재를 쓰느냐 등 사소한 정보만으로도 전략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분야다. 이 부회장은 동선은 국가 혹은 도시 정도만 공개돼도 특정 기업을 접촉했다는 분석으로 이어져 삼성에서도 기밀에 부쳐왔다.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로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협상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사례가 대표적이다. 알려진 것은 일부였으나 이 부회장이 일본에 가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고객사와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유럽을 가면 전장 관련 회사를 M&A할 것이란 보도가 잇따랐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은 동선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 급기야 지난 2015년에는 삼성이 소유했던 전용기를 모두 대한항공에 매각하기까지 했다. 올 초 다시 구속되기 전까지도 이 부회장은 직접 표를 사서 일반기를 타기도 했고, 급할 때는 전세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 반도체 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전장, 5세대 이동통신(5G) 등 미래 분야와 관련해선 이 부회장의 동선은 그 자체로 큰 정보"라며 "노출이 쉬워진 만큼 경쟁사 입장에서는 이전보다 훨씬 편하게 삼성의 미래전략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영 참배후 반도체 점검, 대국민 메시지 가능성도
이 부회장은 가석방되는 13일 가장 먼저 경기 수원의 가족 선영을 찾아 참배부터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018년 2월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된 직후에는 당시 와병 중이던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을 찾아 병문안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국 파운드리 신규공장 설립 건을 가장 먼저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석방 때도 이 부회장은 30조원 규모의 평택 반도체 2공장 건설 승인과 관련한 첫번째 의사결정으로, 초격차를 강조한 바 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동안 기술 격차가 좁혀진 후발주자와 현주소에 대해 진단하고, 이 부회장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고 주도한 '비전 2030' 점검 등을 통해 구체적인 처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3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실탄을 활용한 M&A도 다시 재검토되면서 하반기 삼성의 투자 시계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민과 임직원, 주주들을 향해 총수 공백에 대해 사과하고 향후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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