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 08. 09. 08:43 수정 2021. 08. 09. 10:06
[사이언스샷]
오늘부터 우주선 두 대가 금성을 사이에 두고 거의 동시에 근접 비행하는 드문 장면이 연출될 예정이다. 최근 대기에서 생명체의 흔적이 포착되면서 금성 탐사 열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근접 비행이 금성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줄지 기대된다.
유럽우주국(ESA)은 우주선 두 대가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최종 목적지로 가는 동력을 얻기 위해 9~10일 금성 근접 비행을 시도한다고 밝혔다.
우주선들이 지나가는 곳은 기존 탐사선이 가지 않는 위치여서 금성의 환경을 새롭게 관측하는 전례 없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ESA는 기대했다.
먼저 금성을 지나가는 우주선은 유럽이 미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개발한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이다. 9일 오후 1시42분(한국 시각) 금성에서 7995㎞ 거리까지 접근한다.
솔라 오비터는 지난해 2월 지구를 떠나 2025년 3월부터 2029년 7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태양 극지 궤도를 통과할 예정이다.
이어 유럽이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개발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도 10일 오후 10시 48분 금성 550㎞ 거리까지 접근한다. 베피콜롬보는 2018년 지구를 떠나 2025년 수성에 도착할 예정이다.
솔라 오비터와 베피콜롬보는 당초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고 금성을 근접 비행할 예정이었다.
행성의 중력을 이용하는 이른바 중력도움비행이다. 행성의 중력에 끌려가 공전하다가 어느 순간 엔진을 점화해 다음 행성으로 건너간다.
마치 징검다리를 밟고 개울을 건너듯 행성의 중력에 이끌린 공전과 탈출 비행을 반복하면서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것이다.
두 우주선의 중력도움비행은 지난해 9월 영국 카디프대의 제인 그리브스 교수 연구진이 금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금성을 근접 관측할 절호의 기회가 됐다.
카디프대 연구진은 당시 하와이와 칠레의 전파망원경으로 금성의 50~60㎞ 상공 대기에서 미생물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화인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소화인은 인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물질로 지구 실험실에서 합성하거나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에 사는 미생물이 만든다.
아쉽게도 두 우주선은 이번 근접 비행에서 금성의 고화질 영상은 촬영하지 못한다.
솔라 오비터는 계속 태양 쪽을 향하면서 비행하고, 베피콜롬보의 주 카메라도 전송 모듈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베피 콜롬보는 수성 행성 궤도선과 수성 자기장 궤도선, 그리고 이들을 수성까지 데려가는 전송 모듈로 구성된다.
다행히 베피콜롬보의 두 궤도선은 자체 모니터용 카메라 두 대로 금성 근접 비행 당시와 이후 금성에서 멀어질 때 금성을 촬영할 수 있다. 이 카메라는 1024X1024 화소 해상도의 흑백 사진을 제공할 예정이다.
솔라 오비터도 태양풍 관측용 카메라로 금성의 밤에 고에너지 입자가 산란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무게 1.8톤의 솔라 오비터에는 태양의 대기를 촬영하고 자기장과 태양풍, 태양 에너지 입자 등을 측정하는 10가지 과학 장비가 탑재돼 있다. 베피 콜롬보의 수성 행성 궤도선과 수성 자기장 궤도선도 탑재 과학 장비로 금성의 자기장과 고에너지 플라스마 환경을 관측할 수 있다.
두 우주선의 금성 근접 비행은 향후 유럽이 계획하고 있는 금성 탐사선 ‘인비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ESA는 지난 6월 금성 탐사선 인비전을 이르면 2031년 발사하겠다고 밝혔다.
인비전은 나사가 개발한 위성 영상 레이더를 장착하고 금성 궤도를 돌며 대기부터 내핵까지 분석할 예정이다. NASA도 6월에 금성 탐사선 ‘다빈치+’와 ‘베리타스’를 2028년 이후 발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1989년 마젤란호를 금성에 보낸 이후 3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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