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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실록 힌트 줬다..해군 3500억 투입 'K-방패' 무장

大韓民國 國土防衛

by 석천선생 2021. 8. 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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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힌트 줬다..해군, 3500억 투입 'K-방패' 무장

 

이철재 입력 2021. 08. 01. 05:01 

 

이철재의 밀담

 

조선의 팽배수가 21세기 해전에서 근접방어무기(CIWS)로 되살아난다.

미국 해군의 CIWS인 팰링스를 육상용으로 개조한 미국 육군의 C-RAM 야간 사격. 팰링스가 어떻게 요격하는지 잘 보여준다. US Military News 유튜브 계정 캡처.


팽배(彭排)는 조선 초기 방패를 뜻했다. 팽배를 들고 다니는 팽배수는 칼로 무장했다. 이들은 본진의 제일 바깥 쪽에 배치됐다. 적의 공격을 방패로 막은 뒤 칼로 근접전을 벌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태종 10년 팽배수와 창수가 각각 목검과 목창을 겨뤘는데, 다음 날 창수 2명이 죽었다고 나와 있다. 그만큼 팽배수의 전투력이 상당했다는 얘기다.


LIG넥스원 ‘입찰경쟁’ 한화에 앞서


그런데, 방위사업청의 근접방어무기체계-II의 윤곽이 드러났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3500억원을 투입해 CIWS-Ⅱ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CIWS-Ⅱ가 적의 미사일을 떨어뜨리는 장면을 CG로 표현했다. LIG넥스원


최근 방사청의 제안서평가결과 LIG넥스원이 한화시스템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방사청은 ”최종적으로 사업자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LIG넥스원도 ”공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러나 방산업계에선 사실상 LIG넥스원이 이 사업을 따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CIWS는 함대공 미사일의 방어망을 뚫고 날라오는 적의 대함 미사일을 기관포로 떨구는 무기다. 아군 함정에 돌진하는 수상 목표물도 제압할 수 있다. 팽배수가 방패로 본진을 방어하면서, 칼로 적을 물리치는 임무를 그대로 해낸다.

 

미국 육군은 미국 해군의 CIWS인 팰링스를 육상용으로 개조해 로켓ㆍ고사포ㆍ박격포 방어(C-RAM) 시스템을 내놨다. 적 게릴라가 간이 로켓이나 박격포로 미군 기지를 기습적으로 때리면, 이를 막아내는 무기다. 실제로 효과가 제법 있다고 한다.

 


‘탱크킬러’ 기관포 쏘며 방어막 쳐


LIG넥스원은 지난달 6~12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조선해양대제전(MADEX) 2021에서 실물 크기의 CIWS-Ⅱ 모형을 선보였다.

CIWS-Ⅱ는 적 군용기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고, 전투정이나 무인함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LIG넥스원


LIG넥스원에 따르면 이 회사의 CIWS-Ⅱ는 30㎜ GAU-8 어벤저 개틀링 건을 달았다. 이 기관포는 ‘탱크 킬러’ 또는 ‘악마의 십자가’란 별명을 가진 A-10 선더볼트Ⅱ의 주력 무기다. A-10이 낮게 천천히 날면서 이 기관포로 살짝 긁어만 주면 여러 대의 탱크가 순식간에 파괴될 정도로 강력하다.

 

LIG넥스원의 CIWS-Ⅱ는 텅스텐으로 만든 관통탄을 초당 70발 속도로 쏜다. 관통탄은 26㎜ 두께 강판을 뚫을 수 있다. CIWS-Ⅱ는 또 대함 미사일이라면 사거리가 2㎞, 수상 표적이라면 12㎞다. 2㎞ 이내 표적은 40% 정도 명중시킨다.

 

이처럼 LIG넥스원의 CIWS-Ⅱ가 화력과 명중률을 키운 이유가 있다. 함대공 미사일이 많이 좋아졌지만, 실전에서 적의 모든 대함 미사일을 다 막을 순 없다. 그래서 CIWS가 최후의 보루로 나서줘야 한다.

 

CIWS가 대함 미사일의 탄두부 일부를 망가뜨렸다고 하더라도 운동에너지가 남아 있으면 계속 날아온다. LIG넥스원의 CIWS-Ⅱ에서 원샷원킬의 파괴력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대함 미사일을 요격할 때 미사일의 상ㆍ하면이나 측면보다 정면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명중률이 중요하다.

 

게다가 최근 마하 5(약 시속 6125㎞)가 넘는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이 나오면서 CIWS-Ⅱ의 화력과 명중률이 더 중요해졌다.

 

LIG넥스원의 CIWS-Ⅱ는 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가 360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AESA 레이더는 소자 하나하나가 작은 레이더와 같다. CIWS-Ⅱ의 4면엔 AESA 레이더판이 붙어있다. 탐지 시간이나 공간에 공백이 전혀 없다. 한국 해군이 지금 쓰고 있는 CIWS인 골기퍼와 팰링스는 분당 60번 돌아가는 2차원 레이더를 탑재했다.

 


LIG넥스원의 CIWS-Ⅱ는 탐지정보 처리속도가 골기퍼보다 1000배 이상 빠르다고 한다. 여기에 적이 강력한 방해 전파를 쏴 레이더 탐지를 방해하는 상황을 대비해 전자광학추적시스템(EOTS)을 갖췄다.

 

촘촘한 탐지망과 빠른 처리속도를 갖춰야만 앞으로 무리를 지어 자폭하려는 무인기나 무인 보트를 CIWS-Ⅱ가 제압할 수 있다.


한국, 미국 동맹 중 유일한 생산국


방사청이 CIWS-Ⅱ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이렇다. 한국 해군이 제일 먼저 도입한 CIWS인 골기퍼는 제조사가 더 생산하지 않는다. 대체품으로 들여온 팰링스는 제조사가 값을 2배로 높였고, 수리비도 확 뛰었다. 창정비를 받으려면 미국에 보내야만 했다.

미국 공군 무장사들이 A-10 선더볼트Ⅱ의 30㎜ GAU-8 어벤저 개틀링 건에 포탄을 장전하고 있다. CIWS-Ⅱ도 30㎜ 기관포를 단다. 포탄의 크기만큼 위력도 세다. 미 공군


방사청은 CIWS-Ⅱ 사업을 통해 10여 문의 시제품과 실전 무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생산량을 20문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K-방패' CIWS-Ⅱ의 수출 전망도 높다. CIWS를 생산하는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곤 중국과 러시아다. 유럽이나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에선 중국ㆍ러시아제 CIWS를 꺼리는 게 당연하다. LIG넥스원의 CIWS-Ⅱ는 미국 레이시언의 팰링스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

 

CIWS-Ⅱ 사업이 한국 해군과 방산업계 모두에게 좋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 되길 바란다.

 

 

이철재 기자 seajya@joongang.co.kr,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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