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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국산 전투기 KF-X, 앞길 막아선 美 F-15EX..빈약한 '무장' 강화 시급

大韓民國 國土防衛

by 석천선생 2021. 4. 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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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급 국산 전투기 KF-X, 앞길 막아선 美 F-15EX..빈약한 '무장' 강화 시급

김태훈 기자 입력 2021. 04. 05. 09:15 

 

 

▲ KF-X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상상도


8조 8천억 원 들여 개발하는 역대급 국산무기인 한국형 전투기 KF-X가 이달 초 공식 첫선을 보입니다. 롤아웃(roll out)이라는 행사입니다.

 

갓 조립을 마친 완전한 시제 1호기를 대중에게 공개하며 KF-X 성공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KF-X 롤아웃은 당초 5월 개최 예정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몇 번 당겨졌고, 이달 초로 최종 조정됐습니다.

 

20% 지분 참여국이지만 분담금도 안 낼 뿐더러 무리한 역제안을 하는 인도네시아의 귀빈 참석이 최근까지도 확정되지 않아 좀 불안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방한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롤아웃은 그럭저럭 구색을 갖추게 됐습니다.

 

그러는 동안 KF-X에 복병이 나타났습니다. 복병치고는 너무 강력합니다.

 

미국 보잉의 최신예 전투기 F-15EX입니다. 우리 공군의 주력 F-15K의 성능개량 계획과 맞물려 F-15EX 도입설이 고개를 들더니 서서히 소문의 거죽을 벗고 있습니다.

 

미국 측은 천문학적 액수의 F-15K 성능개량 비용을 깎고, 반대급부로 우리 공군은 F-15EX 수십 대를 도입하는 방안이 폭넓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잖아도 모자란 전투기 살림에 성능개량하려면 F-15K가 전력에서 무더기 이탈하는 터라 F-15EX를 신규 도입해서 그 공백을 채우자는 논리도 유포되고 있습니다.

 

미국 보잉의 4.5세대 전투기 F-15EX


F-15는 4세대, F-15EX는 4.5세대 전투기라고 했을 때 KF-X는 F-15EX와 같은 4.5세대에 속합니다. 막대한 국방비로 국산 4.5세대를 개발하고 있는데 미제 최신형 4.5세대를 사들일 아이디어가 튀어나오니 아닌 밤중에 홍두깨입니다.

 

F-15EX가 우리 공군의 전투기 구색에 끼어들면 같은 4.5세대 KF-X의 양산 대수는 줄어듭니다. 가격 상승 요인이어서 수출 경쟁력도 추락합니다. 자칫 KF-X 사업의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속도와 무장만이 살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개발 시간표 저 끄트머리에 처박아둔 공대지 무장 탑재 계획을 확 앞당겨 1차 양산분부터 적용해서 하루라도 일찍 공대공, 공대지로 완전 무장한 KF-X를 내놓는 것입니다. 보잉의 공세를 피하면서 KF-X를 성공시키기 위해 조속히 KF-X를 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능개량 5조 원 청구서와 F-15EX의 급부상

 

우리 공군의 주력 F-15K도 이제는 낡아서 성능개량할 때가 왔습니다. 기존 구식 레이더를 전천후 에이사(AESA) 레이더로 바꾸는 등 항공전자장비의 교체가 주요 대상입니다.

 

방사청과 공군에 따르면 3~4가지 대범주의 성능개량이고, 미국 측이 추산하는 비용은 5조 원을 상회합니다. 에누리가 없으면 F-15K 1대당 9백억 원이 소요됩니다. 요즘 F-35A 가격이 9백억 원 이하로 떨어졌는데 4세대 전투기 1대의 성능개량 비용이 5세대 전투기 1대 값입니다.

 

당연히 에누리 들어갑니다. 3조 4천억 원까지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순수한 가격 인하가 아닙니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3조 4천억 원은 보잉의 F-15EX를 20대가량 도입하면서 F-15K을 성능개량했을 경우의 비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F-15K 성능개량에 3조 4천억 원, F-15EX 20대 도입에 대략 2조 원입니다. 합치면 5조 4천억 원입니다. 미국이 애초에 부른 F-15K 성능개량 비용과 얼추 비슷합니다. 왠지 미국 측의 작전 같습니다.

 

미국 측과 우리 공군, 방사청이 이렇게 의사를 주고받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유력 매체들에서 F-15EX의 유용성을 부각하는 기사들이 앞다퉈 나오고 있습니다.

 

"F-35A는 유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소프트웨어도 결함투성이여서 미국에서조차 배척당한다", "미국은 그래서 막대한 무장을 장착할 수 있는 F-15의 최신형 EX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특히 종심이 짧은 한반도 전구에서는 F-35A보다 F-15가 훨씬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많아 귀를 솔깃하게 합니다.

 

미국 보잉 본사의 전투기 사업부에서 보잉 코리아로 전투기 홍보 예산을 보냈다는 말도 들립니다. 보잉 코리아가 전투기 홍보를 한다면 대상은 딱 하나, F-15EX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공군의 소요 제기로 F-15EX 도입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보잉이 한국 공군의 소요를 대신 제기해주는 모양새입니다. 외국업체가 한국 국방의 소요를 제기하는 유례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빈약한 KF-X 무장

이달 초 롤아웃 때 공개될 KF-X 시제 1호기의 막바지 조립이 한창이다.


F-15EX의 장점은 단연 무장입니다. 무장탑재량이 무려 13.4톤입니다. 11톤의 F-15, 8톤의 F-35A를 압도하는 것은 물론, 어지간한 폭격기보다 미사일과 폭탄을 더 많이 실을 수 있습니다.

 

괴물 무장의 F-15EX가 들어오면 같은 4.5세대의 KF-X는 성치 못합니다. 현재 KF-X 개발 시간표로는 더욱 그렇습니다.

 

KF-X는 2026년부터 2028년까지 1차분 40대, 이후 2032년까지 2차분 80대를 만들 계획입니다. 1차 양산 블록-1(Block-1)에는 공대공 무장만 탑재됩니다. 공대지 무장은 2차 양산 블록-2(Block-2)부터 들어갑니다.

 

공대공 전용 KF-X 블록-1은 F-15EX에 견줘 반의반 쪽 전투기에 불과합니다. KF-X 블록-2나 나와야 F-15EX에게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습니다. 적어도 8년 뒤, 먼 훗날의 일입니다.

 

F-15K 성능개량 비용 인하를 내걸고 F-15EX를 밀어붙이면 시쳇말로 '국뽕'에 올라탄다고 해도 KF-X는 F-15EX에 밀립니다. 한미 관계의 안정적 관리라는 명분이 얹히면 F-15EX는 한반도 시장에서 무적이 됩니다.

 

KF-X의 아킬레스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독자 개발되고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LIG넥스원과 함께 개발하다가 현재는 방사청이 ADD 빼고 업체 주관 개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거리 수백km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은 개발에 통상 15년 이상 걸립니다. 그럴 시간 없습니다. 무장에는 무장입니다. KF-X도 무장을 강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블록-1에도 공대공 뿐 아니라 장거리 공대지 무장을 장착하는 것입니다.
 

KF-X를 무장하라

공군 기지에 배치된 KF-X의 상상도

KF-X 무장 강화의 지름길이 있다면 바로 그 길로 접어들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공군의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타우러스를 KF-X에 바로 통합하면 2026년 블록-1부터 공대지와 공대공을 완전 무장한 4.5세대 KF-X를 내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블록-1에 탑재될 전투기용 에이사 레이더와 장거리 공대지 타우러스의 통합은 어렵지 않다", "최대 1년 반이면 타우러스와 KF-X의 통합이 가능하다"고 단언합니다.

 

ADD가 독일 타우러스의 기술 지원을 받아 타우러스를 국내에서 독자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 역시 주목되는 시도입니다.

 

KF-X의 공대공 미사일은 중거리 미티어와 단거리 IRIS-T입니다. 특히 미티어는 사거리가 200km로 길고, 초음속 비행에 적합한 덕티드 로켓 덕에 대단히 빠릅니다.

 

적의 전투기가 회피하기 힘든 대표적 공대공입니다. 타우러스는 500km를 낮은 고도로 날아 요격을 피하고, 벙커도 뚫을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입니다. 미티어와 타우러스로 무장한 KF-X는 4.5세대로 손색없습니다. 블록-2는 늦습니다. 블록-1부터 장거리 공대지 타우러스를 달아야 합니다.

 

빈약한 무장의 전투기는 각국 공군의 버림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은 공대공 전용 유로파이터 트렌치-1(Trench-1) 24대를 퇴역시킬 참입니다.

 

공대지 무장을 장착할 수 있도록 성능개량할 수 있지만 돈이 턱없이 많이 들어 단 20년 운용한 전투기를 버리는 것입니다. 영국은 또 항공모함용 함재기로 F-35B 대신 전통의 해리어 전투기를 채택하려고 합니다. 역시 무장 때문입니다.

 

요즘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등이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를 찾는 것도 짱짱한 무장이 큰 이유입니다.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공격기 FA-50 도입을 고려하면서 공대지와 공대공 무장 강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KF-X는 판돈이 벌써 제법 들어간 초대형 도박입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합니다. 2024년 양산계획을 결정하는데, 이에 앞서 반드시 블록-1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통합의 패스트트랙(fast track)을 확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공대지 무장 없는 KF-X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김태훈 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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