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6. 19:00
미 해군 항모전단 겨냥한 공중 탄도 미사일로 추정…우리 경항모 역할과 한계 짚어봐야
[비즈한국] 지난 10월 17일, 중국 SNS 웨이보의 한 밀리터리 마니아가 찍은 사진에 전 세계의 군사전문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중국의 최신 무기가 또 한 번 유출되었는데, 단순한 미사일이라고 하기에는 그 의미가 큰 ‘게임체인저’로 보였기 때문이다.
사진만 보면 평범한 비행기가 착륙하는 모습이다. 사진 속 H-6K 폭격기는 중국의 핵심 무기인데, 지속적인 개량이 이뤄졌지만 1958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오래된 설계의 무기체계로 잘 알려져 있다. 스텔스 성능도 부족하고, 속도가 빠른 것도 아니다. 다만 문제는 H-6K에 실린 그 동안 한 번도 목격된 적이 없는 새로운 미사일의 정체다.
중국의 한 밀리터리 마니아가 유출한 사진 한 장에 전 세계 군사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H-6K에 실린 미사일은 중국이 개발한 항공기용 미사일 중 가장 큰 크기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지난 해 공개된 중국의 최신형 중단거리 탄도미사일(IRBM) DF-17을 항공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개조한 ‘공중 발사 탄도미사일(ALBM)’이라는 추정을 내놓고 있다.
‘CH-AS-X-13’이라는 코드네임이 붙은 이 미사일의 어떤 면이 중국과 미국의 파워 게임을 바꿀 정도의 성능을 가진 것일까. 첫 번째로 중국의 최대 고민거리인 미 해군에 대한 대응 능력이 크게 늘어난다. 중국은 이른바 ‘반 접근 전략(A2/AD)’라는 이름으로 미 해군 항모전단의 중국 본토 공격을 거부하는 각종 미사일과 잠수함, 항공기 전력을 구축 중이다. 신형 미사일을 탑재한 H-6K는 3000km 떨어진 괌과 괌 근처의 항모전단을 공격할 수 있을만한 성능을 보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단순한 탄도 미사일이 아니라 ‘극초음속 글라이더(HGV)’를 갖추었다는 것도 대단한 위협이다. DF-17에도 탑재된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낮은 고도에서 마하 5~8 수준의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불규칙적으로 비행한다. 이를 통해 현재 미국이 가진 MD를 무력화할 수 있고, 군함과 같은 이동표적 공격이 매우 용이하다. 쉽게 말해 중국은 괌 너머의 미군 항공모함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날카로운 창을 새로 가진 셈이다.
중국은 H-6K 폭격기에 탑재한 신형 ALBM 미사일 이외에도 YJ-12 초음속 대함미사일, 전자 공격(EW)장비, WZ-8 고속 정찰 드론 등을 이미 탑재했거나 탑재할 예정이다. 지난 20년 간 개발한 각종 ‘항모 킬러’ 무기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실체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의 신형 공중발사 탄도탄 상상도. 사진=H I sutton
중국이 다양한 종류의 항모 킬러 무기들을 개발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항공모함이 중국 본토를 위협하는 바다에 진입하는 것을 막고, 태평양 서쪽 절반을 자신의 바다로 삼기 위해서다.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은 전 세계에 전개돼 있어 세계 어느 곳에서 사건이 터져도 대응할 수 있는 가공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 일 에서 몇 주 사이에 세계 어디든 5척 이상의 항공모함 전력을 집중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기동력을 자랑한다.
따라서 중국은 대만 혹은 주변국과 군사적인 충돌이 일어날 때, 인도양, 대서양, 지중해 등에서 신속하게 몰려오는 항공모함들을 원거리에서 파괴하거나, 혹은 접근하는 것을 봉쇄한다면 자신들이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도발을 한다 해도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두 가지 대응방법을 준비 중이다. 우선 아시아에 배치된 육군과 해병대 조직을 완전히 바꿔서 남태평양 및 남아시아 주변 섬에서 중국 군함과 미사일에 대응하는 임무를 맡기고 11척의 항모전단을 보조할 수 있는 새로운 6척의 경항공모함을 건조하는 것이다. 항공모함이 많아질수록, 태평양과 아시아에 상시 배치할 수 있는 전력이 증가되고, 이는 곧 중국의 기습 공격에 대한 대응 능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국형 경항공모함. 사진=대한민국 해군 제공
그렇다면 세계 최강 미국 해군조차 걱정하는 서태평양과 동아시아 해역에서 우리가 건조하는 경항모는 가치가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중국과 주변국이 ‘항공모함 킬러’ 무기를 만들면 만들수록 항공모함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다. 중국은 항공모함을 공격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과 각종 항공기들을 늘리고 있는데, 이런 장거리 공중 공격무기를 격퇴할 수 있는 유일한 해상무기 체계가 항공모함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십 년 전, 구 소련도 동일하게 미 항모전단을 공격하기 위해 폭격기와 잠수함에 초음속 핵 순항미사일을 배치했는데, 미국은 최신형 F-14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이지스 구축함의 콤비 플레이로 이에 대응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조차 항공모함이 없는 함대는 수 백 km 떨어진 곳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을 요격하거나, 수 천 km 밖 지상에서 공격하는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상륙함 및 경항모에서 운용할 수 있는 V-247 무인항공기. 사진=벨헬리콥터 제공
다만 우리 항공모함이 4만 톤 내외의 경항모이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가 두 가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첫 번째 한계는 좁은 폭으로 인해 동시 이, 착함이 어려운 점이다. 현재 알려진 4만 톤급 한국형 경항모의 경우 폭이 약 32m로 추정된다. 프랑스 4만 2000톤급 항공모함 샤를 드골은 폭이 64m, 인도 해군의 4만 1000톤급 항공모함 비크란트는 폭이 58m에 달한다. 이것은 현재 논의 중인 한국형 경항모가 원래 상륙함을 염두 해 둔 설계이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은 갑판의 폭이 좁으면 이른바 ‘교통체증’이 일어나기 쉽다. 항공모함은 갑판에서 이륙과 착륙뿐만 아니라 급유나 무장 탑재 등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항상 좁고 충돌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 항공모함이 각종 항공기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갑판의 폭을 늘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 한계는 부족한 ISR(정찰, 감시) 능력이다. 우리 해군의 경항모에 탑재할 F-35B는 전투기로서의 성능도 뛰어나지만, AESA 레이더, EOTS, DAS, 통합 전자전 시스템 등 지상과 해상, 공중의 위협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능력도 매우 뛰어나다.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 함대를 노리는 적 항공기는 물론 해상의 함선과 지상의 미사일 발사대도 미리 탐지하여 대응할 수 있다.
문제는 F-35B의 숫자가 적고 우리 항공모함에는 공중 급유기를 탑재할 수 없어 F-35B가 24시간 함대에 떠 있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조기경보(AEW)헬리콥터와 함께 필요한 것이 해상 작전용 무인항공기다. 해상 작전용 무인항공기는 무장 탑재능력은 부족하지만 상공에 오래 떠 있을 수 있어 F-35B가 없는 동안 영공을 감시하는 것은 물론, 무인항공기에 소형 드론을 탑재하는 일명 ‘드론 캐리어’로 운영하면 위험한 적진 인근 해안을 격추되어도 문제가 없는 소형 드론으로 정찰할 수 있어 함대의 안전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즉, 유무인 통합 항공 전력 구축이 필요하다.
중국의 해양 전략은 결국 미국의 함대가 태평양에 집결하기 전, 전력이 취약한 상태의 국가들과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간단하면서도 무서운 전략이다. 우리 항공모함이 태평양에서 평화를 만드는 마중물로서 그 역할을 다한다면, 도전과 위기가 계속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의 생존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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