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엿본뒤 미사일로 정밀타격..韓 첨단공격 눈앞에 박용한 입력 2020.08.09. 06:00 수정 2020.08.09. 07:07
한반도 주변을 실시간으로 엿보면서 치명적인 첨단 전략무기로 공격하는 입체적인 군사 작전이 가능해질까. 지난 3일 최초로 공개한 국방과학연구소(ADD)의 첨단 무기는 그런 미래가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ADD는 1970년 자주국방을 기치로 설립돼 지난 6일 창설 5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주로 무기 국산화를 이끌어 왔는데 이젠 첨단무기 개발을 선도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먼저 한반도 주변 감시망은 더욱 촘촘해진다. 중·대형 위성뿐 아니라 소형 위성까지 쏘아 올리기 때문이다.
현재 운용 중인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5호의 해상도는 1m급이다. 중형급 군 정찰위성(425사업)의 해상도가 이보다 더 높다. 초소형급 위성은 해상도는 비슷하지만 30분 주기로 한반도 촬영이 가능해 실시간 감시를 가능하게 한다.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군은 이미 2022년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총 5대의 정찰위성을 도입하는 사업(425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대와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탑재 위성 1대를 도입한다.
이런 중·대형급 위성은 해상도가 0.3~0.5m 수준으로 뛰어나며 주·야간 및 기상 악화 상황에서도 감시에 문제가 없다. 하지만 2시간마다 한반도 상공을 정찰하기 때문에 감시망에 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런 빈틈을 소형 위성이 메워 준다. ADD가 개발 중인 초소형 영상 레이더(SAR) 32대를 띄우면 30분 간격으로 한반도 주변을 정찰할 수 있다.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을 은밀히 쏘아 올리는 북한의 이동식 발사대(TEL) 움직임을 사전에 포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형 위성은 510㎞ 고도에서 1m 크기의 물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성능을 지녔다.
3일 충남 태안군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시연회에 초소형 영상 레이더(SAR) 위성 설계 형상이 전시돼 있다. [뉴스1]
이날 공개한 초소형 위성 모형은 원통형 본체에 날개형 태양전지판이 달린 일반 위성과 다른 형상이다. 앞면에 영상 레이더, 뒷면에 태양전지판이 일체형으로 구성된 직사각형 형태로 크기(가로 3m, 세로 70㎝)와 무게(66㎏)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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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 초소형 위성 개발 초읽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에서 개발하는 초소형 정찰위성은 세계 신기록 달성도 가능하다. 현재 가장 뛰어난 성능의 초소형 위성을 능가한다.
핀란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1m 수준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무게는 85㎏ 수준으로 한국 위성보다 무겁다.
ADD 관계자는 “실시간 정찰에는 대형 위성보다 기동성 좋은 초소형 위성이 더 효과적”이라며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무게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강원도 원산 북서쪽에 위치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각(별장). 한국군 정찰 위성을 띄우면 미군에 의존하지 않고도 독자적인 감시 체계를 갖추게 된다. [구글]
ADD는 지난해 12월 초소형 위성 개발에 착수해 현재 예비설계 단계를 거치고 있다. 2023년 11월까지 지상 실험용 검증모델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초소형 정찰 위성 개발이 완료되면 국산 로켓에 실어 올릴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달 28일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풀렸기 때문이다. 위성과 로켓까지 모두 국산화를 앞둔 것이다.
2017년 8월 24일 시험 발사된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인 현무-2C 탄도미사일. 현무-4 사거리는 800㎞지만 탄두 중량은 2t에 이르는 벙커버스터 탄도미사일이다. [사진 국방부]
위성으로 확보한 목표는 미사일과 드론으로 정밀하고 강력한 타격이 가능하다. ADD는 최근 핵무기 수준의 파괴력을 갖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지난 3월에 있었던 ‘현무-4 지대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는 일부 실패했지만 지난달 15일 시험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를 확인해 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연구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와 강력한 파괴력을 갖춘 최첨단 전략무기를 보니 참으로 든든하다”며 활짝 웃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거들었다. 그는 지난 5일 ADD 창설 5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최근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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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급 현무-4 전략무기 개발 성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대전 유성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첨단 무기와 군사장비를 시찰한 뒤 연구진과의 간담회에서 격려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극비리에 진행했던 전략무기 개발을 동시에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그만큼 독자 개발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다.
현무-4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막는 킬 체인(Kill Chain)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뿐 아니라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는 비대칭 전략무기로 평가된다.
현무-4는 핵무기급 위력을 갖는 재래식 무기로 평가된다. 핵무기를 달 수 없지만, 탄두 무게를 2t 수준으로 끌어올려 운동 에너지를 최대화했다.
한 소식통은 “현무-4는 외기권(고도 500~1000㎞)까지 올라간 뒤 마하-10 이상의 속도로 하강하도록 설계됐다”며 “이 미사일이 지상에 떨어지는 순간 위력이 전술핵 수준인 TNT 1㏏(1000t의 TNT를 터뜨릴 때 위력) 정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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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군 당국은 2017년 한ㆍ미 미사일 지침이 개정돼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이 풀리면서 현무-4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탄도미사일 탑재 중량 제한을 해제해 한계 없이 높은 위력의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정 장관은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첨단무기 개발을 서두르겠다는 입장도 꺼냈다. 국방부 장관이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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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현란하게’ 극초음속 미사일 경쟁
일본이 개발 중인 신형 극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방위장비청 제공]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빠른 속도를 가져 전 세계 어느 지역이든 1~2시간 내 타격이 가능하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엄청난 속도와 함께 현란한 움직임으로 미사일방어(MD)망의 요격을 피할 수 있다.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은 모두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Zircon)
일단 중국과 러시아가 앞서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DF (둥펑·東風)-17 극초음속 미사일을 선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2018년 3월 크렘린 궁에서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미사일과 Kh-47M2 킨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공개했다.
이에 뒤따라가는 미국(2023년)과 일본(2026년)도 극초음속 미사일 배치를 앞두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시기에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6월 “ADD가 2004년부터 극초음속 미사일 관련 연구를 진행해 성과를 올렸다”며 “2023년까지 비행시험을 완료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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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은밀하게 침투, 벌떼처럼 공격
군집 드론도 공격용 무기로 안성맞춤이다. 군사용 군집 드론은 평범하지 않다. 미래 전장에서 정찰ㆍ정밀 타격 등 치명적인 임무를 맡는다.
국방과학연구소 시험장에서 드론 수 십대가 동시에 비행하고 있다. 군사용 드론은 정찰과 공격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박용한 기자]
드론은 은밀하게 숨어들 수 있다. 크기가 작아 레이더 탐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촘촘한 적 방공망을 기습해 파괴하는 임무도 기대할 수 있다. 드론은 빌딩 숲 사이로 비행하면서 적이 숨어 있는지 살피며 미래전 도심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
군집 드론은 벌떼 공격도 가능하다. 영화 ‘엔젤 해즈 폴른’에서 수십 대의 드론이 미국 대통령을 향해 날아가 자폭한 장면처럼 말이다. 드론에 장착한 총기를 쏘거나 목표 지점으로 날아가 자폭 공격도 가능하다.
군집 드론은 똑똑하다. ADD는 소대장 드론을 지정해 모여있는 여러 대의 드론 정보를 한 번에 모아 지상으로 보내는 기술을 적용했다.
모든 드론이 지상으로 장거리 통신을 할 필요가 없으니 배터리를 아낄 수 있다. 소대장 역할은 여러 대의 드론이 돌아가며 맡는다.
뭉쳐 다녀도 안전하다. 군집 드론은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며 드론 간 충돌을 방지한다. ADD에서 개발한 통신 및 제어 기술 덕분이다.
컴퓨터 게임 하듯 손쉽게 다룰 수 있다. ‘분산제어’ 기술을 적용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임무를 받고 수행할 수 있다. 물론 개별 드론에 독립적인 임무도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첨단 기술 개발은 그동안 수많은 실패를 극복한 결과다. 시험 비행하던 드론은 여러 번 추락하기도 했다. ADD에서 개발한 군집 드론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다.
헬기와 같은 회전익 드론뿐만 아니라 프로펠러 항공기와 같은 고정익 드론의 군집도 가능하다. 당장에라도 일부 임무에는 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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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무기 실전 배치도 눈앞에
국방과학연구소는 비행하는 드론을 레이저로 요격라는데 성공해 관련 기술 개발을 입증했다. 레이저 요격기술은 로켓이나 미사일 등 다양한 대공방어 기술로 확대될 수 있다. [영상캡처=국방과학연구소]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다. 날아가는 드론을 떨어뜨리는 첨단 기술 개발에도 성공했다. 레이저 요격장치는 강력한 레이저를 정확하게 쏴 표적을 무력화하는 원리다.
아군 지역으로 침투하는 드론ㆍ고정익 무인기ㆍ멀티콥터 등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포탄ㆍ로켓탄ㆍ유도무기도 요격할 수 있다. 레이저는 최대 3㎞까지 발사할 수 있고, 20kW 출력 수준의 레이저를 쏘면 수 초 만에 표적이 파괴된다.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시험한 레이저 대공무기. 1.5㎞ 거리에서 날아가는 로켓을 레이저를 쏴 요격하고 있다. [영상캡처=록히드마틴]
ADD는 지난해 9월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에 착수한 지 3년 만의 성과다. 지난 1월 국방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처음 연구 시제품을 선보였다.
내년께는 날아가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에도 나선다. 2020년대 전반기까지 핵심기술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 당국은 우선 소형 무인기 및 드론을 방어하는 레이저 대공 무기 실전 배치가 2024년부터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용한 기자, 안흥=이근평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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