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기자 입력 2020.06.21. 06:00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수리온이 육군 유틸리티 헬기로 개발됐기 때문에 특수목적용으로 운용하기엔 부담스럽다
는 점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참수리 경찰헬기처럼 특수목적에 맞춰 시스템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면 결코 성능과 경쟁력이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지난 17일 경남 사천 본사 수리온 최종조립현장에서 이봉근 KAI 상무는 "수리온이면 급으로는 절대 밀리지 않는 만큼 (향후 관청헬기 도입시) 융통성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
국산헬기가 개발된지 6년이 지났지만 관청 및 공공기관에서 국산헬기의 비중이 미미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밝힌 셈이다.
수리온은 지난 2013년 KAI가 중심이 돼 민관합동으로 개발한 국산 헬기로 개발지 1조3000억원이 투입됐다. 의료수송, 산불진화, 긴급출동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육군을 제외하고 관용 및 민수용 수주 실적은 저조한 상태다.
현재 정부 기관에서의 수리온 운용 대수는 경찰8대, 해경 3대, 소방 2대, 산림 1대 등 총 14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체 약 120대 중 12% 수준에 불과하다.
수리온이 내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경찰청, 산림청, 소방청(지자체), 등 관청별 제각각의 입찰기준이 꼽힌다.
지자체 단위로 구매하는 소방헬기 경우 국산헬기를 배제하는 듯한 조건을 내걸기도 하면서 시·도 차원의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같은 내수판매 실적 부진이 수출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태국, 인도네시아, 페루 등 수리온을 눈여겨보는 국가들마저 구매 결정에 앞서 판매·운용실적을 뜯어보며 경쟁 기체와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7월1일부로 KAI의 수출사업을 총괄·책임 맡는 수출센터장으로 내정된 이 상무는 "수리온은 이미 검증된 프랑스의 유로콥터를 차용, 선진화된 장비를 기반으로 개발해 신뢰성이나 안정성이 높다"며 "그러나 국내 판매 실적이 눈에 띄게 높지 않아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1DB© News1
국내에서 수리온을 외면하고 그 영향으로 수출도 여의치 않게 되자 급기야 지난 3월 송도근 사천시장 등은 정부·지자체에 수리온 구매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 시장은 언론간담회에서 "정부는 국산품 애용에 나서야 한다"며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외면하는 제품을 세계 어느 나라가 사고 싶겠냐"고 꼬집었다.
5월엔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시·도지사협의회 총회에서 발언자로 나서 관용헬기 도입이나 노후기 교체 시 국산헬기 수리온을 구매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도지사는 특히 소방헬기 입찰시 자격조건을 외국산헬기로 정해놓은 현 상황을 지적하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 수리온이 최소한 입찰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정작 KAI는 특수목적용에 부합한 기종을 선택하는 지자체 및 관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수리온도 고객맞춤형 개발과 소량주문이 가능한 데다 장기 운용 시 유지비용이 15~20% 적게 드는 만큼 적극적으로 고려해달라고 밝혔다.
이 상무는 "러시아 헬기(카모프-32)보다는 구매 비용이 많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급 기종 기준 유지보수비용이 15%에서 20%는 저렴하다"면서 "한 번 고객이면 동반자적 관계를 추구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외산헬기 중 가장 많은 카모프-32는 1990년대부터 해외에 판매됐으며 대당 가격이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능이 떨어져 수리온에 비하면 부품 교체주기가 10분의 1 정도로 짧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수리 경찰헬기(KAI 제공) © 뉴스1
반면 KAI가 수리온을 기반으로 개발한 최신형 경찰헬기(KUH-1P) 경우 16개국 주한대사들이 체험 후 만족감을 나타낼 정도로 상품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16개국 주한대사 및 외교관계자를 사천 본사로 초청해 국산 최신헬기인 참수리 경찰헬기(KUH-1P)를 탑승·체험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국산 헬기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월 인도받은 참수리 3대를 흔쾌히 지원했다. 이는 기체성능 및 운용성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참수리는 미국 가민사가 개발한 GPS기반 최신형 디지털 항법장비들을 탑재해 Δ지형충돌방지시스템 Δ공중충돌방지스스템 Δ자동비행시스템 Δ기상변화감지시스템 등을 갖췄다. 엔진은 미국 GE사의 1850마력 T700 터보샤프트를 장착했다.
또 12인치 대형 조종석 모니터와 터치스크린 컨트롤러가 장착된 통합형 항전시스템(Avionics Suite)을 적용해 조종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수리온 기반 소방헬기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경상남도는 2022년까지 다목적 소방헬기로 수리온을 구매해 배치할 예정이다.
이 기종에도 각종 충돌방지시스템을 갖추고 지상접근 경보장치, 비상 부주장치 등 안전사양을 모두 탑재할 예정이다.
탑승인원 최대 14명에 화재진압을 위한 2000ℓ용량 배면 물탱크도 탑재한다. 최대 항속거리는 571㎞다.
KAI가 개발한 수리온 소방헬기. (사진제공=KAI) 2015.12.30/뉴스1 © News1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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