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환 입력 2020.06.14. 17:28 수정 2020.06.15. 00:00
[서울경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발표 이후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락소 폭파,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철거를 시작으로 올여름께 남북 국경지대 등에서 군사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특히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문재인 정부와의 교류가 아니라 미국 대선판을 흔들어 직접 제재완화 협상을 끌어내는 것인 만큼 고도의 신형 전략무기 시험 발사나 핵실험 재개 등을 올가을 안에 병행할 공산도 큰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김 제1부부장이 자신의 담화에서 장담한 대로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완전 폐쇄를 가장 먼저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김 제1부부장의 경고처럼 4층짜리 건물을 아예 폭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 다음 단계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철거 지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됐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금강산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를 단단히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금강산 관광시설은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장에서 “싹 들어내라”고 이미 주문한 사항이기도 하다.
이후에는 보복 권한을 넘겨받은 북한 군부가 남한이 대북전단으로 먼저 파기했다는 핑계를 대면서 상호적대 행위를 금지한 9·19군사합의를 파기할 것으로 진단됐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접경지에서 제2의 연평해전, 제2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같은 무력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그동안 김 위원장의 현장 순시 속에 수차례 시험했던 단거리미사일과 방사포 등을 실전 배치·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조만간 군부 쪽에서 험악한 내용의 담화가 나올 것”이라며 “판문점 견학이나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조성 사업에도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해상 지역인 북방한계선(NLL)과 한강 하구가 일단 위험해 보인다”며 “하지만 기상천외한 것이 나올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도 든다”고 지적했다.
남한에 대한 국지도발과 별개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 직전에 신형 전략무기의 시험 발사 등을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곳곳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의 레드라인(금지선)으로 내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직전 수준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일본 열도를 통과할 수 있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등을 공개·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추가적인 핵실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주문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져온 리병철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승진시켰다.
리선권 북한 외무상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도 이달 12일과 13일 ‘핵 문제’를 연이어 언급했다.
미국 NBC방송도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둔 가을쯤 도발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전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10월께 기습 도발이 이뤄질 수 있다”며 “북핵 위협이 없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고 정보당국이 위성사진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핵분열 물질과 미사일 생산 등을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정상 간 톱다운 외교가 실패한 사이 북한은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게 돼 더더욱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8월 남북이 군사적 긴장상태에서 극적으로 타협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번에도 이를 재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시 남북은 경기 연천 서부전선에서 포격을 주고받은 후 북한이 지뢰폭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약속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다만 이번 남북관계 경색은 국제 제재라는 큰 틀 속에서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데에서 비롯된 만큼 당장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 제1부부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도발 의지를 호언장담한 점도 판을 뒤집을 만한 명분을 만들기 어려운 요소로 지적됐다. /윤경환·노희영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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