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10일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수함)의 필요성을 공식 거론했다. 이날 핵잠수함 확보와 관련 군 당국이 태스크포스(TF)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식화했다. 2003년 처음 논의된 뒤 지지부진한 상태였던 핵잠수함 도입이 이번 정부에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이날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에서 열린 해군 국정감사에서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북한 및 주변국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억제전력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유용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적 고려 사안 등을 모두 감안해 해군의 명확한 입장을 알려달라’는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다.
심 총장은 “국가적인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뒤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답변이 제한된다”면서도 “(핵잠수함의) 유용성과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연구결과에 나왔다”고 말했다.
심 총장은 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북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대응에 적절하냐’는 질문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며 “SLBM을 탐지한 뒤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격멸하는데 가장 유용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해군 내에서 운용 중인 핵잠수함 관련 TF의 활동과 연관돼있다. 해군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며 “국가정책에 따라 결정될 사안으로 향후 국방부, 합참과 협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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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이 10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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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계획했지만 연료인 농축우라늄 확보 문제와 미국 등 주변국의 반대로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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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심정보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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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에도 디젤 연료 기반의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잠항지속시간에 제한이 없는 핵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 의원 역시 “해군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현재의 디젤 잠수함보다 작전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고 한반도에서 운용하기에 가장 유용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핵잠수함 건조 계획이 본격화되면 당장 3000t급 도산 안창호 잠수함(장보고-Ⅲ) 중 배치(Batch)-3 잠수함이 후보로 거론된다. 장보고-Ⅲ의 Batch-1, Batch-2는 2020년부터 2027년까지 디젤 추진체를 탑재해 건조하는 계획이 수립돼있다.
그런데 Batch-3은 아직 구체적 건조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2028년 이후 건조가 예상되는 Batch-3의 추진체를 핵추진 방식으로 개발하는 게 우선 가능하다는 의미다. 사업명 Batch는 같은 종류로 건조되는 함정들의 묶음으로 뒤의 숫자는 성능개량 순서를 뜻한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해군의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핵잠수함은 7년 안에 1조 3000억~1조 5000억원 예산으로 국내 개발이 가능하다.
세계 5위권인 원자력 기술력이 뒷받침돼 있어서다. 단 시기가 문제다. Batch 사업 일정상 Batch-3은 빨라야 2020년대 후반에 건조된다. 이런 관점에서 구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도입을 고려한다면 프랑스의 바라쿠다급 핵잠수함이 적절하다고 자유국방네트워크가 제시했다. 프랑스가 6대를 보유할 계획인 신형 공격형 핵잠수함(SSN)인 바라쿠다급은 25년 수명의 원자로를 탑재했다.
반면 핵잠수함 도입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한국은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해 핵연료를 조달할 수 있는데, 여기에 ‘평화적 이용’이라는 단서가 있어서다.
효율 높은 고농축 우라늄 기반 핵잠수함은 불가능하다. 최 의원은 “한미원자력 협정이나 국제사회와의 협의, 국민적 공감대 등은 정치권과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사안으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북한 SLBM에 대한 탐지·공격이 수중 작전에서 우선돼야 하므로 크기가 작아 적의 탐지가 어려운 무인잠수정을 갖추는 게 더 시급하다”며 “핵잠수함 한 대 비용으로 무인잠수정 30~40대를 구매해 해상 전역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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