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호 입력 2019.08.17. 1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최근 DHC TV의 역사왜곡 방송 등 일본에선 황당한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위안부를 부정하는 등 근거가 없는 이같은 발언들은 일본의 비뚤어진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 계속돼 왔던 주장들인데, 이런 황당 주장은 한국의 유사 개인·집단들에게서도 비슷하게 발견되고 있다.
이같은 모습에 대해 전문가들은 좌우를 떠나 극단적 경향이 강한 세력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내놓는 보편적인 현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17일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최근 일본 기업 DHC의 인터넷 방송인 DHC TV는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 "조센징(조선인)들은 한문을 썼는데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해서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고 전했다. 이는 명백히 근거도 없는 역사왜곡 발언이다.
이후 한국에서 DHC 불매운동이 시작되는 등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DHC TV는 왜곡 주장을 이어갔다.
지난 12일에는 자민당 의원인 아오야마 시게루가 DHC TV에 등장해 "1951년부터 한국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명)를 마음대로 자신의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70년 간 일본이 한국에 싸움을 건 적이 없다"고도 발언했다.
그는 심지어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막후에서 미국에 돈을 건네 중재를 요구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모두 반박할 가치도 없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현직 국회의원까지 나와 방송에서 이같은 허위사실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 극단적 진영의 이런 역사왜곡 주장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대표적 극우 단체인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를 중심으로 위안부 및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발언이 지속적으로 표출돼왔다.
그런데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이같은 성격의 주장들은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모습이 아니다. 국내 극단적 진영·단체에서도 근거가 부족한 무리한 발언들은 계속돼 왔다.
대표적으로 최근 한일관계와 관련해 황당 발언을 내놓고 있는 이영훈 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부정해 논란이 된 책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인 이 전 교수는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이승만TV'를 통해 위안부는 성노예로 보기 어렵다는 자신의 주장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의 원류는 조선시대 기생제이며 이 제도는 해방 이후 민간 위안부, 한국군 위안부, 미군 위안부 형태로 존속했다"면서 "위생 상태, 건강 상태, 소득수준, 포주와 관계는 (일제강점기 이후가) 일본군 위안부보다 훨씬 참혹했다"고 언급했다.
주 대표의 경우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이미 여러번 사과했다', '(강제징용 개인청구권 관련) 대법원 판결은 문재인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1965년 한일협정을 어겼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발언 성격이 한일갈등 국면과는 관련이 없지만, 광화문 광장에 천막 설치·철거를 반복하고 있는 우리공화당도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는 건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조차 거리를 두는 극단적 정당으로 평가받는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조작·기획된 것이고, 당시 탄핵 반대 시위를 하다 숨진 5명은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언론 등의 지속적인 문제제기, 검찰 수사, 국민적 요구로 이어진 끝에 결국 헌법재판소가 각종 법적 근거들을 바탕으로 내린 결정이다. 탄핵 반대 시위를 하다 숨진 사람들의 사인은 경찰의 진압과 관련성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현상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좌우를 떠나 극단적 경향이 강한 세력들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내놓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양쪽의 국가적인 갈등이나 대결이 있을 경우, 극단적인 입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부각이 되는 것"이라면서 "예전과 달리 인터넷 시대가 돼서 조직적 연결이나 동원이 훨씬 쉽게 되는데, 그런 배경들도 덧붙여졌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극단주의 세력들은) 언제나 있었는데, 지금 일본의 경우 나라가 일정 단계 이후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일갈등이 나오니까 당연히 국가주의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서 "이번 (한일갈등) 케이스만이 아니라 다른 유럽 나라들도 국가 간에 충돌할때는 그런 목소리들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김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는 "극우나 극좌나 극단적 성향 가진 정치세력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극단적인 세력들의 과격한 발언들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유럽 극우정당들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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