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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는 청정에너지 '헬륨3' 가득 매장, 세계 각국 탐사 서둘러..한국은 "글쎄"

우주의 신비

by 석천선생 2019. 7. 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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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기자 입력 2019.07.07. 21:24       

[경향신문] ㆍ방사능 배출 않고 1만년 쓸 양
ㆍ최근 중국·인도·일본 등 적극적
ㆍ한국, 우주진출 청사진 ‘후순위’

1971년 7월 아폴로 15호의 우주인 제임스 어윈이 월면차 곁에 서 있는 모습.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2009년 개봉한 영국 영화 <더 문(The Moon)>에는 달 기지에 고립된 채 혼자서 생활하는 남성이 등장한다. 이 남성의 임무는 달에서 ‘헬륨(Helium)3’라는 물질을 채굴해 지구로 보내는 것이다. 3년간의 임무가 거의 끝날 때쯤, 자신은 사람이 아닌 복제인간이며 3년의 임무 기간은 곧 복제인간의 수명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수명이 다하면 다음 복제인간이 기지로 투입되고, 자신을 사람이라고 착각한 복제인간은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담긴 조작된 기억을 더듬으며 고된 노동 속에서 3년을 보내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에서 소재로 삼은 헬륨3라는 물질이다. 가장 큰 특징은 엄청난 에너지양이다. 헬륨3 1g은 무려 석탄 40t과 비슷한 에너지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달에 묻힌 헬륨3는 대략 100만t으로 추정된다는 게 과학계의 분석인데, 지구 전체에 1만년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 게다가 헬륨3로 만드는 핵융합 발전은 방사능을 배출하지 않는다. 청정에너지인 셈이다.

헬륨3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과학계에서 회자됐지만 비교적 유가가 낮았던 데다 아폴로 계획 이후 사실상 달이 버려져 있었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게다가 당시엔 미국과 러시아 말고는 달에 착륙선을 보낼 만한 기술을 갖춘 국가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석유 고갈 시점이 다가오면서 채굴과 운반 비용을 감안해도 헬륨3의 잠재적 가치가 예전보다 높아졌고, 특히 중국과 인도, 일본 같은 신흥 우주강국들이 달에 갈 역량을 확보한 때문이다. 실제로 외신에 따르면 인도는 이달 발사할 달 착륙선의 주된 임무를 월면에 널린 헬륨3 채굴 가능성을 타진하는 데 두고 있다. 만약 인도가 이번 탐사를 계기로 구체적인 성과를 낸다면 헬륨3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2018년 내놓은 우주진출의 종합 청사진인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계획’에는 헬륨3에 관해 이렇다 할 언급은 없다. 기본계획에 ‘무인 달 탐사 기반 미래 우주자원 채굴 역량 확보’라는 항목이 있긴 하지만 발사체 개발을 기초로 한 ‘안전보장’이나 지구관측 위성 개발을 중심으로 한 ‘삶의 질 향상’보다 한참 후순위로 밀려 있다. 실제로 헬륨3 채굴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언급하는 건 성급하다는 목소리가 국내 과학계에 있는 게 사실이다. 핵융합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헬륨3가 공급된다면 핵융합 발전을 위한 중요한 선택지 하나가 늘어나는 셈”이라면서도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 핵융합 연구의 주된 방향은 헬륨3가 아닌 삼중수소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지구로 들여올지 알 수 없는 헬륨3를 기초로 연구를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뜻이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도 “우주기술 선진국인 미국도 헬륨3에 관한 구체적인 채굴 계획을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헬륨3 채굴에 대해 다른 국가의 관심이 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지구물리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우주개발의 한 목표로 헬륨3 채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달에서 공들여 먼저 채취한 헬륨3 샘플을 우리나라에 조건 없이 제공해 줄 나라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꼬집었다.

우주 과학계의 한 관계자도 “유럽인들이 과거 남극에 탐험대를 보낸 것은 미지의 땅을 선점한다는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사람과 장비를 보내고, 기지까지 세울 2020년대가 되면 달에서 국가 간 경쟁이 벌어질 게 뻔한데도 한국의 달 탐사 계획은 자원 채굴처럼 미지의 땅을 적극적으로 선점하고 개발하려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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