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우 논설위원 입력 2019.05.31. 17:55
수도권에 출몰하는 미 공군 RC-135 정찰기의 발진 기지는 오키나와 가네다 기지. 한반도 상공에서 운용하면서도 오산이나 군산 기지를 활용하지 않고 장거리에서 찾아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안과 피격 가능성의 최소화. 북한과 멀리 떨어져 직접 공격받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는 가네다 기지의 미 공군 전략 자산(전략폭격기)과 같이 운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가네다 기지는 다른 장점도 있다. 활주로가 길고 격납고가 크며 조종사와 그 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미 공군이 보안을 위해 꽁꽁 감추는 전략 정찰기의 한반도 상공 비행이 연일 보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간 군사 전문가(밀덕·밀리터리 마니아)들에게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항공기에 장착된 ADS-B(Automatic Dependent Surveillance-Broadcast)라는 위치발신장치를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다른 항공기와의 충돌을 막고 항공 당국의 관제를 돕기 위한 장치인 ADS-B를 추적하면 항공기의 국적과 출발지, 도착지, 도착 예정시간, 속도, 위치 등의 정보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전략 정찰기를 띄우고 흘려서 북한을 압박하려는 미군의 심리전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군은 북핵 위기가 한창이던 2017년 북한에 경고하기 위해 전략폭격기의 비행 흔적을 일부러 남긴 적이 있다.
RC-135 정찰기의 기체 자체는 구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체 원형인 RC-135A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1961년. 보잉사가 1957년 첫선을 보인 B 707 기체를 정찰기로 개조했다. 무려 803대나 생산된 급유기 KC-135의 기체로도 활용된 B 707 기체의 최종 생산분이 1979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기체 자체는 최소한 30년 이상 기령(機齡·Fleet Age)을 갖고 있다. 그러나 내부는 첨단 장비로 가득하다. 같은 RC-135 정찰기라도 용도에 따라 성능이 다르다. 5월 말 수도권 상공을 비행한 RC-135U 컴뱃 센트(Combat Sent) 정찰기는 적 레이더의 전파를 잡아낸 뒤 적의 방공망을 분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미사일 기지에서 발신하는 전자파도 수집한다. 미 공군도 이 기종을 단 2대만 갖고 있다.
RC-135V/W 리벳 조인트(Rivet Joint) 정찰기는 미사일 발사 전 지상 원격 계측장비인 텔레메트리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고 탄두 궤적 등을 분석하는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전날인 8일과 13일에 수도권 상공을 비행한 미군 정찰기도 이 기종이다. RC-135V/W는 모두 17대가 배치돼 미 공군의 주력 통신감청 정찰기로 운용되고 있다. RC-135V와 RC-135W는 분류만 다를 뿐 성능은 동일하다. RC-135A에서 개량된 기체가 RC-135V, RC-135B를 개량한 기체가 RC-135W 정찰기다.
미 해군이 18대를 운용하며 9대가 배치된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남중국해 감시에 투입된다. 2001년 4월 하이난섬 해안에서 중국 J-8 전투기(미그-21 개량형)가 충돌, 중국 전투기 조종사 왕웨이가 사망하고 비행 기능을 상실해 하이난섬에 불시착한 미 해군 정찰기가 바로 이 기종이다. 남중국해의 해양 감시에 활용돼온 EP-3E의 한반도 투입은 대북 미사일 발사 징후 탐지 및 북한 화물선의 환적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북한을 다양한 수단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 북, 미사일 추가 발사 임박?=미군의 다양한 정찰 자산 투입으로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언제든지 한반도 투입이 가능한 오키나와에 공군과 해군의 정찰기를 집중한다는 외신의 보도까지 나왔다. 북한이 미사일 또는 인공위성 등 우주발사체(SLV)를 발사하려는 듯한 정황도 있다. 후자, 즉 인공위성 발사라면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냉각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위성 발사체는 언제든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사체에 위성을 탑재하면 인공위성이지만 핵탄두를 탑재하면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변한다. 미국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할 경우 도발로 간주하겠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미군 정찰기들의 활발한 활동이 한반도 위기로 이어질지 주목된다.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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