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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광자풍으로 비행..'우주 범선'이 나타났다

新소재,新 과학

by 석천선생 2019. 5. 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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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기자 입력 2019.05.19. 21:22       

[경향신문] ㆍ‘화학 연료’ 안 쓰는 로켓 탄생

1969년 7월16일 달 착륙 임무를 띤 아폴로 11호를 싣고 발사되는 새턴5호 로켓. 높이가 110m에 달했으며 추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단 로켓은 등유의 일종인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한 인간에게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 전 세계 수억 명이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1969년 7월20일 달에 발을 디딘 아폴로 11호 선장 닐 암스트롱의 첫 마디는 인류가 지닌 탐험가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19세기부터 인간을 달에 보낸다는 상상은 문학 작품의 소재가 됐는데,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인간을 달에 보내는 일이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이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현실이 된 것이다.

견인차는 다름 아닌 로켓 기술의 발달이었다. 아폴로 11호를 달로 쏘아올린 새턴5호 1단 로켓의 추진력은 무려 3500t이었다. 대략 보잉 747 점보기 40대가 뿜어내는 힘과 비슷하다. 흥미로운 점은 새턴5호가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린 뒤 무려 50년이 지났지만 로켓이 힘을 내는 원천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새턴5호 로켓은 등유의 일종인 ‘케로신’을 연료로 사용했으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상황은 비슷하다. 연료에 액체 산소와 같은 산화제를 뒤섞어 힘을 내는 ‘화학 로켓’이 인류를 달에 보냈던 50년 전부터 지금까지 우주공학의 핵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자동차는 전기 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차, 수소를 연료로 한 연료전지차 등으로 진화했다. 비행기는 프로펠러만 돌아가는 엔진에서 터보제트엔진, 터보팬엔진, 램제트엔진 등으로 역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유독 우주 분야에서만 화학 로켓이 이렇게 오랜 기간 왕좌를 차지하는 건 일단 우주라는 특수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영하 100도 아래로 떨어지는 우주 공간을 극한의 속도로 비행하며 중력을 뿌리쳐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인 구조가 잘 알려져 신뢰성이 높은 엔진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분야처럼 실험적인 기술을 경쟁적으로 도입했다간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다른 이유도 있다. 화학 로켓을 뛰어넘을 기술적 대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에선 인간이 사용하는 다른 어떤 엔진도 쓸 수 없다.

내달 22일 발사하는 ‘솔라 세일’ 지구 궤도에서 대형 돛 펼치고 720㎞ 상공 1년6개월 항해 예정

그런데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연료가 아니라 태양의 힘을 이용한 로켓이 처음으로 지구 궤도를 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다음달 22일 발사될 ‘솔라 세일(Solar Sail)’이다. 태양을 비롯한 별이 내뿜는 빛은 ‘광자’라는 알갱이 성격을 갖는데, 지구 궤도에서 대형 돛을 펼쳐서 이 광자가 날아오는 힘을 받아 우주를 비행한다는 구상이다. 바람의 힘을 받아 대양을 항해하던 범선과 같은 원리다.

다음달 발사될 솔라 세일의 돛. 무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얇은 필름처럼 만들어졌으며 전체 넓이는 권투 경기가 열리는 링과 비슷하다.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 제공

솔라 세일이 우주에서 펼칠 돛은 폴리에스터 필름으로 만들어진 ‘마일라’라는 소재로 주로 전기절연 재료로 쓰인다. 32㎡ 넓이인데 대략 권투 경기가 열리는 링 크기다. 솔라 세일은 지구 720㎞ 상공을 약 1년6개월 동안 돌 예정이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제시 개념 성공 땐 우주 대항해시대 활짝

솔라 세일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건 <코스모스> <창백한 푸른 점>과 같은 대중 과학서적을 집필한 세계적 과학자 칼 세이건이다. 1976년 당시 미국의 인기 텔레비전 토크쇼에 출연해 솔라 세일 실현의 가능성을 주장한 뒤 1980년 세계 과학자들의 모임인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를 결성해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행성협회는 2005년에 솔라 세일을 쏘아올리려 했지만 발사체였던 러시아 로켓이 오작동하며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이번 시도가 성공해 솔라 세일의 실용화 가능성이 커진다면 인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우주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과학계는 내다보고 있다. 강재영 인하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한정된 연료 탓에 어떤 로켓이든 특정 임무만을 마치고 서둘러 임무를 종료한다”며 “솔라 세일은 태양광만 있으면 우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여러 임무를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이나 로봇이 우주의 원하는 지점을 장기간 항해하는 본격적인 우주 개척 시대가 열릴 수 있는 셈이다.

우주선의 속도도 확연히 달라진다. 돛의 크기를 키우면 최대 속도는 광속의 20%에 육박한다. 초속 6만㎞가량인데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비행 물체인 보이저 1호가 고작 초속 17㎞인 점을 감안하면 가공할 만한 빠르기다. 공기와의 마찰처럼 속도를 떨어뜨릴 어떤 물질도 없는 우주에서 태양빛을 받아 쉼없이 가속하기 때문에 만들 수 있는 결과다.

태양에서 멀어져 솔라 세일을 밀어줄 광자가 부족해지면 어떻게 될까. 과학계에선 지구에서 레이저 광선을 쏴 주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은 태양계를 벗어나 먼 우주를 초고속으로 탐험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음달 지구의 머리 위에서 조용히 비행할 솔라 세일이 인류 문명을 바꿀 견인차가 될지 과학계가 설레고 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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