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 입력 2019.05.05. 06:01 수정 2019.05.05. 07:23
플레어는 적기가 쏜 공대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발사하는 기만체다. 대부분의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은 적기 엔진의 열을 쫓아간다. 이런 미사일을 떨쳐버리려면 플레어를 여러 방향에서 터뜨린다. 플레어는 폭음과 불꽃을 일으킨다.
대만 국방부의 공식반응도 없고, 구체적인 발생 시간과 장소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난 3월 31일 중국의 J-11 전투기 2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무단진입했을 때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대만 전투기가 긴급발진한 뒤 경고 통신을 보냈지만, 중국 전투기는 10분 넘게 머물다 돌아갔다. 중간선은 중국과 대만 모두 경계선으로 여기고 있다.
요즘 대만 해협을 마주 보고 중국과 대만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2016년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 총통이 집권한 뒤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군사ㆍ외교적 압박을 강화하면서다.
그러면서 위기 상황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15일엔 중국 공군이 Su-30, J-11 전투기와 H-6K 전략폭격기와 KJ-500 공중조기경보통제기, Y-9JB 전자전기를 동원해 대만과 가까운 상공에서 훈련을 벌였다. H-6K는 핵공격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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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못 들은 척 중국, 강력경고 대만
소규모 충돌은 자칫 전면전으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그러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미국과 패권을 다투고 있는 강대국인 중국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글로벌 파이어파워에 따르면 중국은 병력 218만 3000명, 군용기 3187대, 탱크 1만 3050대, 군함 714척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280개의 핵탄두와 1340~2740발의 미사일도 갖고 있다. 반면 대만의 전력은 병력은 21만 5000명, 군용기 837대, 탱크 1855대, 군함 87척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철재의 밀담’은 한때 중국과 맞먹던 대만의 군사력이 어떻게 몰락했는지 분석한 적 있다.
중국ㆍ대만 군사 전문가인 김태호 한림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대만의 전략은 중국과 싸워 본토(중국 대륙)를 수복하는 게 아니다”며 “대만은 중국의 침략을 물리치거나, 최소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상당히 비싼 대가를 치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최소억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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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만 침공하면 비싼 대가 치뤄야
대만군은 지난달 ‘한광(漢光) 35호’ 훈련을 실시했다. 한광 훈련은 한ㆍ미 연합군사령부가 지난해까지 매년 봄 했던 야지 기동훈련(FTX)인 독수리(FE) 훈련과 지휘소 연습(CPX)인 키리졸브(KR) 연습을 합한 개념의 군사훈련이다. 올해도 대만은 한광 훈련에서 중국군의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을 돌려봤다. .
한광 35호가 대만군의 ‘정신승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도 비슷한 예상을 했다. 미국 터프츠 대학의 마이클 베클리 교수는 2017년 ‘떠오르는 동아시아의 군사군형: 어떻게 중국의 이웃 국가들이 중국의 해군 확장을 견제할 수 있을까’ 논문을 보면 그렇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만의 동쪽은 산악지형이라 상륙할 곳이 마땅하지 않다”면서 “중국과 가까운 서쪽에서도 전체 해안의 12% 정도만이 상륙작전 가능 지형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말했다. 대만군 입장에선 12%의 해안만 중점적으로 방어하면 된다.
그렇다면 대만의 최소억제 전략이 어떻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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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군 비밀병기 '북한 미사일 포착하는 레이더'
2016년 8월 24일 오전 5시 30분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이 북극성-1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ㆍ미의 감시자산이 이를 탐지했지만, 북한의 SLBM 발사를 알아챈 곳이 또 있다. 한국에서 1600㎞가 넘게 떨어진 대만이다. 심지어 대만은 한·미보다 더 빨랐다고 주장한다.
이 레이더는 중국이 탄도미사일로 대만을 위협했던 1996년 이후 대만이 도입 사업을 검토했다. 2003년 예산 통과, 2006년 공사 시작, 2013년 시설 완공 등 사업 기간 중 대만 독립파인 국민당 리덩후이(李登輝) 총통,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같은 국민당이지만 친중파인 마잉주(馬英九) 총통 등 세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정파나 이념과 상관없이 대만은 패이브 포즈 사업을 마무리했고, 현재 대만의 든든한 감시탑 역할을 하고 있다.
레이더뿐만이 아니다. 대만의 대중(對中) 정보망은 튼튼하다. 지난해 9월 중국 관영언론이 ‘2018-레이팅(雷霆)’ 작전을 통해 대만 간첩사건 100여건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 군사정보국은 대만에 유학 온 중국 유학생을 미인계나 돈으로 포섭한 뒤 중국의 정보를 빼돌렸다는 것이다.
대만군 한광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고속도로에서의 전투기 이착륙 훈련이다. 대만은 중국군이 공격할 경우 군용기를 36개 비행장과 10개의 민간 공항은 물론 5개의 고속도로로 대피할 계획을 갖고 있다.
대만은 장제스(蔣介石) 총통 시절부터 북한 못잖게 국토 요새화에 열심이었다. 화롄(花蓮) 공군 기지와 타이둥(臺東) 공군 기지엔 산을 뚫어 지하에 만든 격납고가 있다. 화롄 공군기지를 방문한 한 인사는 “산속 동굴에서 갑자기 전투기가 튀어 오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며 “중국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격납고는 대만의 동쪽 태평양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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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요새화, 미군 올때까지 '일주일' 버텨보자
대만의 작계(작전계획)에 빠진 부분이 있다. 바로 미국이다. 김태호 교수는 “대만은 유사시 최대 1주일간 자력으로 버티면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작계를 짜놨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미국 해군의 윌리엄 P. 로런스함(DDG 110)과 스테덤함(DDG 63)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미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SCMP에 공식적으로 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지난달까지 미국 군함이 ‘항행의 자유’ 작전에 따라 92차례 대만해협을 지나갔다. 2017년 5번, 지난해 3번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지난달까지 4번으로 늘었다. 이는 대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미국이 가만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미국은 대만과 동맹관계도 아닐뿐더러 79년 이후 국교도 단절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은 대만 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이란 안전장치를 만들어놨다. 이 법에 따르면 ‘대만의 평화와 안정은 미국의 정치ㆍ안보ㆍ경제적 이익이며 국가 사안’이며 ‘보이콧ㆍ경제제재 등 평화적이지 아닌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노력을 서태평양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과 미국에 중대한 사안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이 대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대만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 정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만은 양안(중국-대만) 관계의 문제이면서도 미·중 관계의 영향을 받는다.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에 상당히 양보할 수 있지만, 대만만큼은 포기 않으려 한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면 대만을 놓을 수 없다. 이 점을 잘 아는 미국은 대만카드를 쥐고 중국을 흔들려고 한다. 또 대만은 남중국해, 동중국해와 함께 미국이 중국에게 넘겨줄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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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당장 침공 어려워…비군사 옵션으로 공략
르산의 페이브 포즈엔 미군이 민간인 복장으로 근무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미국은 위성정보를 주는 대가로 르산의 페이브 포즈에서 포착한 중국 정보를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의회는 대만여행법을 통과해 미국-대만 고위층 교류를 허용했다. 사실상 주 대만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지난달 4일 협회 건물에 2005년부터 미 해병대가 경비를 서왔던 사실을 공개했다.
당연히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월 2일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고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국 민족 감정과 관련돼 있어 어떠한 외부 간섭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평화통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으며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한다는 옵션을 놔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는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회’였다. 40년 전인 79년 1월 1일 덩샤오핑(鄧小平)은 ‘대만 동포에게 고하는 글’에서 평화통일 방침을 밝혔다.
윤석준 위원은 “중국군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빨라도 10년 후에 대만 침공능력을 갖출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문제는 대만도 그동안 가만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교수는 “중국은 당분간 군사 옵션보다는 심리전이나 사이버전과 같은 비군사 옵션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전문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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