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희 입력 2019.03.31. 11:24 수정 2019.03.31. 11:25
A군이 처음부터 수포자였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수학을 곧잘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수학이 어렵게 느껴졌고, 인수분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고등학생이 됐다. A군은 “국어나 사회는 정신 차리고 수업을 들으면 이해가 되는데, 수학은 아무리 집중해서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현재 학교에서 배우는 지수·로그, 삼각함수 같은 개념이 외계어 같이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학교 교실에선 사실상 수포자들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학교에서 방과 후에 수학 기초반을 운영하지만, 성적 낮은 학생 중에 수학 공부하겠다고 나서는 경우 드물다. 서울 강북의 한 일반고 교장은 “학교에서 수학 과목 학습부진아를 대상으로 방과후학교를 개설해도 학생들이 ‘창피하다’는 이유로 참여를 안 해 폐강되는 경우가 많다”며 “또 수학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중·고등학교에서 심화 학습이 이어지는 과목이기 때문에 저학년 때 학업결손을 고교 때 해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포자가 초등학교 때 배우는 분수에서 판가름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2년(2017~2018년) 동안 학습부진 초·중학생 50명의 성장 과정을 추적한 결과 대부분 수학에서 어려움을 호소했고, 학습 부진 최초의 시점은 분수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은 3학년이 돼 분수와 도형을 접하면서 수학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학생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오히려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경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위원(현 영림중 교사)은 “학원에서는 개념보다는 문제 푸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고, 학생들도 여기에 익숙한 나머지 정규수업에서도 문제풀이를 빨리하는 기술만 익히려고 한다”며 “또 어렸을 때부터 수학 선행학습을 해서 그런지 수학을 제대로 공부해보지도 않고 어렵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일반고 수학교사는 “학교에서도 진도 나가기 바쁘기 때문에 문제풀이 위주로 수업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이 ‘근의 공식’을 암기해 시험문제를 풀 수는 있지만, ‘근의 공식’이 뭔지, 왜 배워야 하는지는 모르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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