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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도 접근 힘든 '타워링'..방화셔터 '조각조각'장인수

사회생활속 화제들

by 석천선생 2019. 3. 2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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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9.03.25. 20:31 


      

[뉴스데스크] ◀ 기자 ▶

인권사회팀 바로 간다 장인수 기자입니다.

작년 9월, 저희 취재진에게 충격적인 제보가 하나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죠.

제 2롯데월드 120층 전망대에 제 구실을 못하는 방화셔터가 설치됐다는 제보였는데요.

이 믿기지 않는 주장을 확인하는 데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먼저 제2롯데월드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영상 ▶

제2롯데월드 저층부 쇼핑몰에 설치된 방화셔터입니다.

셔터 재질이 천이라 스크린 방화셔터라고 불립니다.

방화셔터는 화염은 물론이고 연기를 한 시간 이상 차단할 수 있어야 건물에 설치할 수 있습니다.

[여인환/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방화셔터는) 화재 시에 연기와 불꽃이 넘어가지 않도록 차단해주는 기능을 하는 건축부재로서…"

제2롯데 월드 120층, 전망대로 올라가 봤습니다.

불이 났을 때 외부 구조가 사실상 불가능해 자체 방화 설비가 그만큼 완벽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곳에 설치된 방화셔텨, 저층부와는 구조가 다릅니다.

천으로 된 스크린 방화셔터는 맞는데, 아랫층과는 달리 천을 여러 장 덧댔습니다.

여기저기 틈도 보이고, 천을 살짝만 잡아당겨도 큼지막한 공간이 생깁니다.

덧댄 천들이 잘 달라붙도록 자석을 달아놨는데도 이 정도입니다.

전망대가 둥글다보니 이런식으로 시공을 한 겁니다.

이 방화셔터는 과연 국가가 공인하는 성능시험을 통과했을까요?

해당 방화셔터의 시험성적서입니다.

불길과 연기를 모두 잘 막을 수 있다며 '성능기준에 적합'하다고 나와있습니다.

[여인환/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연기차단 기준은) 분당 0.9입방미터 이내로 누기량이 그렇게 돼야 되거든요. (굉장히 엄격한 거 아닌가요?) "엄격해야죠."

그런데 잘 살펴보니 실제 시공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실험할 때는 천을 가운데 한번만 나누고 보조천을 덧댔습니다.

천을 여러번 나눈 현장과는 다른 겁니다.

천이 겹치는 부분도 실험할때는 45.5cm로 두껍게 했지만 롯데에 설치된 제품은 천이 겹치는 부분이 20cm에 불과했습니다.

시험용과 설치용이 서로 다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장에 설치된 방화셔터가 불이 나면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2014년 7명이 사망한 고양터미널 화재와 2008년 40명이 숨진 이천 냉동창고 화재는 모두 이 방화셔터가 작동하지 않아 참사로 번진 사고였기 때문이죠.

먼저 방화셔터의 핵심 재료인 방화천의 성능.

화염발사기를 수십 초 간 갖다 대도 방화천은 살짝 그을리기만 할 뿐 불이 붙지 않았습니다.

방화셔터의 기본 재료인 천의 내화 성능 자체는 뛰어나다는 얘기깁니다.

다음으로는 한장의 천으로 된 방화셔터와 여러장의 천을 겹친 방화셔터의 성능을 실험해봤습니다.

한 장의 천으로 된 방화셔터는 한시간동안 연기와 불길을 잘 차단해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방화천을 3등분으로 나눠 붙인 방화셔터는 20초 만에 화염과 연기가 밖으로 뿜어져 나왔습니다.

불합격입니다.

실험대로라면 방화천을 여러 장을 겹친 제2 롯데월드 전망대의 방화셔터는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방화셔터 업체들은 방화천을 여러 장 겹치는 시공을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김모씨/00 방화셔터업체 대표] "틈이 나눠진 건 나는 시공 잘 안합니다. 해달라고 그래도 난 잘 안해요. 해놓고 찜찜하니까. 이게 방화가 되나."

해당 방화셔텨 제작업체를 찾아갔습니다.

선진국에서도 널리 쓰이는 공법이라 안전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OOO/'롯데'시공 방화셔터업체 대표] "그 틈새가 화재가 확산되는 거를 막을 정도면 된다는 그 기술적 수준입니다. 그 범위 내에서 공법을 채택한 거죠. 유럽이나 일본에서 수십년 전 부터 사용하던 그런 시스템입니다."

그러면서 석달의 시간을 주면 성능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희는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MBC카메라가 성능 시험을 찍는 건 안 된다고 하더니,

['롯데'시공 방화셔터업체] "이게 꼭 MBC차량이 가고 카메라 감독님이 가시고 이렇게 꼭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렇죠?"

실험장소에 몰래 들어와서 찍으라는 이해할 수 없는 요구도 하더군요.

[OOO/'롯데'시공 방화셔터업체] "(시험기관) 원장한테 보고할 사항인데 보고를 하면 (촬영이) 뻔히 안 된다고 그래서…"

이런 식으로 시험을 하지 않던 업체는 돌연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방송이 나가면 업체의 명예와 신용 등 인격권이 침해되고 사업에 큰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사안 자체의 공익성이 매우 크고, 업체가 시험에 비협조적이었던 점이 인정된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롯데측도 매년 2회 현장점검에서는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한국건설시험연구원에 정식으로 재시험을 요청해 문제가 있을 경우 보완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같은 방화셔터는 영종도 그랜드하얏트호텔, 천안 갤러리아백화점, 수원 CJ 연구소 등에 설치돼 있지만 해당 업체들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장인수입니다.

장인수 기자 (mangpobo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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