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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검사를 수사할 수 없나

판사,검사, 사법개혁절실하다

by 석천선생 2019. 2. 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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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하 기자 입력 2019.02.09. 15:38       

[경향신문]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2018년 11월 16일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관계자와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1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11월 국내 최대의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2억7000만원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김광준 전 부장검사에 대한 내사를 벌였다. 경찰은 일부 혐의점이 확인되자 검찰에 김 부장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특임검사를 임명, 경찰이 그동안 진행해온 수사기록을 가져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징역 7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2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3년 6월 수도권 인근 별장에서 건설업자 윤모씨로부터 성접대 등 불법로비를 받은 혐의를 포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수사를 벌였다. 김 전 차관은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경찰청 출석요구에 불응하고 대신 맹장수술로 20일간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기각했다. 또 공소시효가 지난 성접대를 제외하고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종결처리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5년이 지난 2018년 11월에서야 김 전 차관에 대한 ‘별장 성접대 사건’ 재수사 입장을 밝혔다.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검사가 경찰에 직접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검·경 역사상 단 한 차례밖에 없다. 2012년 12월 ‘검찰사건수사시스템’을 통해 ‘성추문 검사 사건(자신이 수사하는 사건의 여성 피의자와 검사실과 모텔 등지에서 두 차례 성관계를 맺은 사건. 이후 징역 2년 확정판결 받음)’에 연루된 여성의 얼굴사진을 조회한 뒤 동료검사 및 검찰 실무관에게 전송한 검사 등 검찰 직원들을 소환조사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 역시 검사가 검사와 해당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기지 않고,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내렸다. 2014년 8월 길거리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걸린 제주지검장조차 경찰의 출석통보에 불응, 단 한 차례의 경찰 조사도 받지 않았다. 관련 CCTV(폐쇄회로TV) 등 증거와 피해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검찰은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 지휘는 매번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불씨를 키웠다. ‘경찰은 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없다’는 공식은 매번 깨지지 않았다. 검찰을 제외하고 검사를 수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경찰조차 검사에 대한 수사는 ‘정당한 법 집행’이 아닌 검찰에 대한 도전 정도로 치부됐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절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달리 공수처 설치 논의는 허공을 맴돌고 있다. 공수처는 기본적으로 검찰이 갖고 있는 절대권력(수사개시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검사를 비롯한 고위공직자 및 그 친인척들이 ‘권력’을 이용해 수사를 방해하는 일을 막겠다는 게 기본 목표다.

문제는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도 임기만료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5대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내용을 담은 ‘부패방지법안’을 최초로 발의했지만 철회됐고, 16대 국회 역시 발의된 법안이 전부 임기만료 폐기됐다. 17대 국회에서는 오히려 정부의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논의에 반대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추진 백지화 촉구 결의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18대 국회 역시 3건의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전부 임기만료 폐기됐다. 19대 국회 역시 4건의 관련 법안이 전부 임기만료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비롯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이용주 바른미래당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발의된 지 3년이 되도록 본회의 심의절차조차 밟지 못하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수사처의 소속 및 독립성, 적용범죄의 범위 및 수사처의 구성, 기소법정주의 및 재정신청 등 7가지 항목을 들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권 내에서는 법안소위심사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당론으로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주장하는 반대이유는 ‘옥상옥(屋上屋)’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고위공직자와 그 친인척에 대한 수사를 한다는 것 외에 검찰의 기능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구를 굳이 설치할 이유가 없고,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수처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기 위해서는 우선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야 하지만 여야 전원합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직권상정도 불가능하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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