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입력 2019.02.04. 05:01 수정 2019.02.04. 07:44
“설 명절에 전북에 있는 시댁에 내려가야 하는데 매번 차가 너무 막혀 이번에는 몇 시간이나 걸릴지 모르겠네요.”
서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몇 달 동안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지금의 남편이 베트남에 출장 왔을 때 실제 얼굴을 처음 봤다. 그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2년 동안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다 2015년 11월 결혼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남편이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도 대화가 통하는 것 같았다”며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고 장거리 연애를 하는 2년 동안은 ‘카카오 페이스톡’이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한국 귀화자는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1만1556명으로 2017년(1만86명)에 비해 14.6%가 증가했다. 최근 5년 동안 통계를 보면 매년 1만명 이상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국적증서 수여식에 참석해 “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고 국민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라는 내용의 국민선서를 했다. 이씨 역시 지난달 21일 선서에.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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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한국인 "태극기 단 국가대표 되고 싶다"
벨라루스 출신의 카베트스카야 율리아(18)도 이씨와 함께 국적 증서를 받았다. 율리아는 2008년 어머니가 한국인 새아버지와 결혼하면서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서울 세화여고에서 배구 선수로 생활하고 있다. 1일까지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배구 대회에 출전했다. 대전에 있는 할머니 댁에서 설을 보내면서 대회의 피로를 회복할 생각이다.
율리아는 요즘 고민이 있다. 국적 귀화까지 마친 만큼 율리아라는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써야 할지를 결정하지 못해서다. 그의 한국 이름은 한무린이다. 한국인 오빠 3명이 돌림자로 ‘무’자를 쓰기 때문에 자연히 이름에 ‘무’가 붙었다.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그는 “지금까지 율리아라고 불려왔는데 무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 어색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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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면접보다 귀화 면접이 더 떨렸어요"
올해 정식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중국 출신의 김성위(24)씨는 귀화 면접을 보던 당시 받은 첫 질문을 아직도 기억한다. 김씨는 “면접관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물어봐 순간 머리가 하얘졌는데 학생 때 기억을 더듬어서 떨리는 목소리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씨는 대학 입시 면접보다 당시가 더 떨렸다고 한다.
그는 흔히 말하는 조선족이다. 증조부 때부터 중국에 살기 시작했지만 뿌리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잊은 적이 없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김씨는 “어렸을 때 중국에 살았지만 조선학교를 계속 다녔었고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한국에서 학교 다니는 게 처음부터 낯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한국이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 등 경제사에 관심이 생겨 대학원 진학까지 고려 중이다.
김씨는 귀화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가족과 친구가 모두 한국에 있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아이를 낳은 이수진씨의 국적 취득 이유는 김씨와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차별당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엄마인 나 역시 당당한 한국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귀화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율리아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배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한국 국적이 중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 국가대표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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