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연 입력 2019.01.29. 13:32 수정 2019.01.29. 13:52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의 길로 치달음에 따라 일본의 ‘비핵화 3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미국에서 나왔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원자폭탄의 피해를 본 국가로 1971년 국회 결의를 통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만들지도 않고,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세웠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세계에서 핵무기는 자위 수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일 동맹 관계의 약화로 인해 일본이 핵무기 개발 금지 원칙을 파기할 것인지 집중 조명했다.
◆일본의 고립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쇄 정상회담을 하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곧 회담할 예정이다. 북한의 활발한 정상외교전에서 아베 총리는 제외됐다.
아베 총리는 이런 상황에서 군사 대국화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포린 폴리시는 “일본 정부가 군비 증강을 하면서 많은 전후 터부를 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일본이 정상적인 군 운영을 추진하면서 핵무기 금지 조처도 쓰레기 더미로 던져 버릴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FP는 “그것이 먼 훗날의 일로 보이지만, 일본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안보 환경에 홀로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줄곧 미·일 동맹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속에 머물러 있다. 주일미군은 5만 4000여명으로 주한미군의 2배에 달한다. FP는 “미·일 동맹이 깨질 것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이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이전까지의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전했다. FP는 “일본 관리들이 사적으로 미국의 과거 정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을 트럼프 정부가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서둘러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일본이 안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게 일본 관리들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북한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북·미 관계 개선을 맞교환하는 협상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내용으로 북·미 간 합의가 이뤄지면 일본이 북한의 핵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FP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의 조건으로 한·미 동맹과 함께 미·일 동맹의 해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남북한 관계는 지속해서 개선되고 있으나 한·일 관계는 이와 정반대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FP는 “일본 입장에서는 미래의 통일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통일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를 그대로 보유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이 매체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매년 국방비를 10% 이상 증액해왔다. 올해 4월에 시작되는 회계연도에 일본의 방위비는 480억 달러(약 53조 7408억 원)에 이른다. 일본이 방위비 증액을 하면서 비핵 3원칙을 그대로 유지할지 주목된다. 포린 폴리시는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6개월에서 몇 년 안에 손쉽게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P는 “일본은 현재 47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고, 이것으로 핵폭탄 6000개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일본이 민간용 로켓 프로그램을 개발해 놓고 있어 이를 군사용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현재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는 여론이 조성돼 있으나 북한 또는 통일 한국의 핵 위협에 직접 노출되면 일본의 국민 정서가 급변할 수 있다고 FP가 강조했다. 마츠시타 나루시게 도쿄대 교수는 이 매체에 일본이 핵무기를 직접 만들지 않고 미국으로부터 핵무기를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핵무기를 일본에 팔지 않으면 일본이 프랑스에 타진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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