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 입력 2018.10.21. 06:00 수정 2018.10.21. 06:30
“미국 육군의 차세대 전차(戰車)는 전차가 아닐 수 있다.”
커프맨 준장은 “어떤 것이라도 테이블 위에 올려질 수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는데 아주 재밌다”면서 “왜냐면 (결과가 기존의) 전차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저 포에서부터 스타워즈에 나오는 사족보행 로봇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전차여야 한다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결국엔 전차가 될 수 있고, 그러면 좋겠지만, 군을 위해선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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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발 ‘아르마타 쇼크’가 차세대 전차 관심 촉발
물론 미 육군이 당장 차세대 전차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미 육군의 주력 전차는 M1 에이브럼스다. 미 육군은 당분간 M1을 업그레이드해서 사용할 계획이다. 또 이동 방호 화력(MPF)이라고 경전차 사업을 곧 시작한다. 하지만 2023년께 새로운 전차를 개발하기 시작하려고 한다.
게다가 외부로부터 강력한 충격도 가해졌다. 러시아발 ‘아르마타 쇼크’ 다. 러시아 육군은 2015년 5월 9일 승전기념일 퍼레이드 때 차세대 전차인 T-14 아르마타를 공개했다. T-14는 무인포탑 등 혁신적 기술을 채택했다. 최현호씨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권이 놀랐다. 지금까지 서방권이 우위를 자랑하고 있는 사통장치와 전자장비에서 러시아가 오히려 앞서는 수준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미래형 전차 개발에 불이 붙었다. 강 교수는 “2030년대면 미래형 전차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전차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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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와 레일건, 전열화학포로 업그레이드
2017년 8월 마크 밀리 미 육군 참모총장은 전차의 미래상으로 “레일건, 레이저, 무인 운용, 초경량 장갑, 중량 대폭 감소” 등을 제시했다. 주력 전차(MBT)라고 불리는 지금의 전차는 화력을 강화하거나 방어력을 높이려면 무게가 확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차는 화력·방어력·기동력을 3대 요소로 꼽는다. 화력에서부터 큰 변화가 예상된다. 냉전 시대 서방권은 현재의 전차포인 120㎜ 주포보다 훨씬 더 센 140㎜ 주포를 개발했다. 그런데 140㎜ 주포를 달면 전차에 실을 수 있는 포탄의 수가 지금보다 적어질 수밖에 없다. 전차 내부 공간이 좁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레일건, 전열화학포, 레이저다. 레일건은 전자기 유도로 발사체를 가속한 뒤 발사하는 무기다. 원리는 이렇다. 두 줄의 금속 레일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자기장이 생성된다. 이 레일 위에 올려진 발사체는 자기장의 힘을 받아 앞쪽으로 날아가려는 힘이 발생한다. 물리학 시간에서 배운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생각하면 된다.
엄청난 가속도로 날아가면 운동 에너지만으로도 적을 파괴할 수 있다. 레일건의 장점은 엄청난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어 포탄의 파괴력이 아주 크고, 발사하는 데 화약이 필요 없기 때문에 포탄의 부피가 적다.
레이저는 레일건 보다 더 먼 미래의 일이다. 왜냐면 상대 전차를 파괴할 만큼의 레이저를 만들려면 레일건보다 더 많은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차 발전기나 배터리 기술로 그 정도의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차세대 전차엔 무인기나 대전차 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는 수준의 레이저건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미 육군은 M1에 레이저건을 부(副)무장으로 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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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의 ‘투명 망토’가 현실로
방어력은 최근 전차에서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는 분야다. 전통적인 방어력은 장갑이었다. 그래서 냉전 시대 전차 방어력의 키워드는 복합장갑(전차의 장갑판 사이에 다른 물질을 넣어 방어력을 향상한 장갑)과 반응장갑(둔감 화약이나 장갑 재질을 넣었고, 기존 장갑에 덧대 달아 적의 포탄을 튕겨내는 장갑)이었다.
하지만 탈 냉전 시대엔 능동방어체계로 바뀌었다. 능동방어체계는 적의 대전차 미사일이나 전차포탄를 막는 방어장비다. 능동방어체계는 소프트킬(Soft Kill)과 하드킬(Hard Kill) 등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소프트킬은 적의 대전차 미사일을 방해하는 연막을 치거나 조명탄을 쏘는 방식이다. 하드킬은 날아오는 포탄과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식이다.
미래형 전차의 방어력은 좀 더 SF적이다. 전자기 에너지를 이용해 방어막을 치는 전자기 장갑과 대전차 로켓탄의 관통력을 떨어뜨리는 그물망 전기장갑이 미래형 전차의 방어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보잉은 2015년 공기보다 밀도가 조밀한 플라즈마막을 에어쿠션처럼 사용해 폭발의 충격파로부터 보호하는 플라즈마 방어막 특허를 출원했다. 전차 표면에 특수 물질을 발라놔 화생방 공격을 당할 경우 순간적 발열로 화생방 물질을 기화하거나 분해하는 스마트 자가제독장치도 나올 것이다.
투명전차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가시광선을 반사하지 않고 그대로 투과시키는 메타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투명망토를 생각하면 된다.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를 줄여주는 스텔스 전차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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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에 따라 바퀴에서 궤도로 또는 궤도에서 바퀴로
기동력에선 하이브리드 엔진이 대세를 차지할 수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식 고효율 전기추진 시스템(HEEPS)을 채택할 수도 있다. 내연기관으로 발전기를 가동하고, 주에너지는 전력인 추진시스템이다.
전차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궤도도 확 달라질 수 있다. 궤도와 바퀴를 같이 쓸 수 있는 스마트 변환장치 때문이다. 이 장치는 포장도로에서는 바퀴로, 험한 지형에선 궤도로 각각 바뀐다. 미국의 DARPA는 얼마 전 스마트 변환장치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도 스마트 변환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로봇화다. 러시아는 처음엔 T-14를 무인 전차로 개발하려고 하다 기술적 난제로 포기했다. 미국도 M1 무인 전차형을 4~5년 안에 내놓을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무인 전차로 진입하는 시기가 확 당겨질 수 있다는 평가다. 강 교수는 “무인 전차는 사람을 태우고 보호하는 공간과 장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전차를 더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호씨는 "전차는 전반적으로 작고 경쾌하게 움직이면서도 강력한 타격력을 지닌 무기체계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직 군 당국이 공식적으로 차세대 전차를 계획하지는 않았다. 방산업체인 현대 로템이 미리 개념을 잡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전 세계의 미래형 전차가 나올 2030년 즈음이면 한국도 그 흐름에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 강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은 K2 흑표 전차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나라”라며 “이제 해외만 바라보고 따라가지 말고 먼저 미래형 전차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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