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10.08. 10:24 수정 2018.10.08. 10:30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실상 비핵화를 의미하는 '전 세계 관심사'에 대한 해결 의지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8일 발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회동에서의 김 위원장 발언을, 조선중앙통신이 하루 지나 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당일치기로 전날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과 오찬을 포함해 무려 210분간 만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회동에서 "최고영도자께서는 제2차 조미(북미)수뇌회담을 계기로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서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는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북한 비핵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접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기울여온 김 위원장은 전날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약속과 함께 그에 적절한 상응조치를 놓고 빅딜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북미) 양국 최고수뇌들사이의 튼튼한 신뢰에 기초하고 있는 조미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 훌륭히 이어져나갈 것", "조만간 제2차 조미(북미)수뇌회담과 관련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등의 김 위원장 발언에 비춰볼 때 차후 북미 간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8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청 회의 모두발언에서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번 평양방문도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2차 북미회담도 가까운 시일 내 개최가 돼 한반도 비핵화 협상 과정은 더 큰 탄력을 받게 될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미 상하원의 정치지형의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는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과 관련해 신중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국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의 방문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자체적인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으나,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언제든 복구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더불어 검증 없는 폐기를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해온 가운데 미국의 사찰을 수용한 것이다.
김정은-폼페이오 회동에서 그 외에 여타 비핵화 조치가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와 관련해서도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수용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이 사찰·검증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8∼20일 남북정상회담 후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폐기에다 핵물질 생산기지인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약속한 만큼 미국이 적절한 상응 조치를 한다면 북한은 추가적인 비핵화 이행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일부에 대한 폐기도 요구해온 상황에서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논의했다는 '플러스알파(+α)'가 이를 의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시 말해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수용과 영변 핵시설이라는 '미래핵' 폐기와 사찰·검증을 수용하고, '현재 핵'이라고 할 보유 핵무기·ICBM 일부를 없애는 실천적 조치를 하겠다는 걸 김 위원장이 '전 세계 관심사'에 대한 해결 의지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물론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칫 자국내 여론을 악화시킬 수 있는 종전선언 약속과 대북제재 완화 등의 상응조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이런 비핵화 조치는 미국 측의 상응조치와 연계돼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에 폼페이오와 만나 핵무기와 미사일 등 현재핵의 폐기에 대해 일정 부분 결단을 한 것 같다"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 정부는 완전한 패키지 딜은 아니지만, 북한의 현재핵과 미래핵을 하나의 꾸러미로 묶고 종전선언과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일부 완화를 묶는 조치를 생각하는 것 같다"며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와 ICBM의 해체 및 반출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의견접근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계기로 북미 간 신뢰쌓기 조치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오찬에서 조미수뇌회담의 성공과 조미관계 발전을 위하여 쌍방 사이에 의사소통과 접촉내왕을 더욱 활성화해 나갈 데 대한 흥미진진한 의견들이 교환됐다"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상응 조치가 반드시 제재를 완화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예술단 교류와 비핵화 조치 참관을 위해 장기간 방북하는 미국인을 위한 연락사무소 설치, 경제시찰단 교환 등을 언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 사이에 제2차 정상회담과 비핵화 진전 방안을 논의하면서 다양한 사회문화교류사업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핑퐁외교 등이 미중관계를 푸는데 윤활유 역할을 했던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북미 사이에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에서 진전이 있었을 수 있다"며 "비핵화가 삐걱거리는 것이 결국 북미 양국 간 신뢰부족에 있는 만큼 이런 분야의 진전은 비핵화가 속도를 내는데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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