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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문명은 우주에서 몇단계 수준에 해당할까

우주의 신비

by 석천선생 2018. 4. 1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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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입력 2018.04.16. 15:30

지구의 모습.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100% 쓸 수 있다면 인류는 카르다쇼프 척도로 1단계 문명이 될 수 있다. /사진=NASA

[박상준의 사이언스&퓨처-8]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천문현상 중에 '감마선 폭발'이라는 것이 있다. 약자로 'GRB'(Gamma Ray Burst)라 부르는 이 현상은 블랙홀 못지않게 우주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이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에 태양이 평생 동안 방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면 믿어지는가?

그러나 감마선 폭발은 실제로 존재하는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한 번 꼴로 관측되는, 우주에서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10밀리 초에서 수 시간까지 지속 시간이 다양한데, 10밀리 초면 1/100초다. 눈 깜박할 새보다도 훨씬 짧다. 그 사이에 태양이 평생 방출하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가 발생한다? SF에 등장한다면 피식 웃으면서 책을 덮어버릴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설정일 것이다.

감마선 폭발은 대개 지구에서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다. 그 까마득한 거리를 넘어서 관측된다는 자체가 이미 무시무시한 에너지 폭발이라는 증거이다. 만약 지구에서 가까운 곳(이라고 해도 우리 은하계 내부, 즉 수 천 광년 이내)에서 일어난다면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물이 멸종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지구 생물의 역사에서 나타난 몇 번의 대멸종 사건이 감마선 폭발 때문이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감마선 폭발 상상도. 몇 초 사이에 태양이 평생 방출하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가 쏟아지는 미스터리한 천문 현상 /사진=NASA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 등을 쓴 위대한 SF작가였던 아서 클라크는 생전에 흥미로운 말을 했다. 감마선 폭발이 우주전쟁, 혹은 산업재해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어떤 지적인 외계 존재가 일부러 일으키는 사건일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 과연 가능할까? 그렇게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다룰 수 있을 정도로 초월적인 문명을 지닌 외계인이 정말 있을까?

오늘날 감마선 폭발의 원인은 초신성의 탄생(수명이 끝난 거대 항성의 자체붕괴 폭발)이나 중성자성의 충돌 등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정확한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물론 외계인이 저지르는 짓이라는 생각에 천체물리학계가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우주 문명의 단계별 척도를 제시한 몇몇 과학자들이 있다.

러시아의 천문학자 카르다쇼프는 우주 문명의 과학기술적 발전 정도를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3단계로 구분했다. '카르다쇼프 척도'로 알려진 가장 유명한 구분법이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제국군의 데스스타. 이들의 문명은 1단계와 2단계 사이이다. /사진=월트디즈니

◆1단계 : 행성급 문명

행성에 도달하는 항성 에너지를 100% 이용한다. 인류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몇 %나 쓰는가로 평가할 수 있는데, 현재는 약 0.7단계 수준이다.

◆2단계 : 항성급 문명

하나의 항성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100% 이용한다. 인류의 경우 태양이 낼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몇 천 년 이상이 걸릴지 알 수 없고, 어쩌면 그 전에 멸망할 수도 있다. '스타 워즈'나 '스타 트렉'에 등장하는 우주 문명들은 1단계와 2단계 사이 정도이다.

◆3단계: 은하급 문명

안드로메다나 우리 은하처럼 백억 개 단위의 항성들이 모여 있는 하나의 은하 전체를 에너지원으로 쓰는 문명. 감마선 폭발을 일으키는 외계 문명이 있다면, 그들이 바로 3단계 수준일 것이다.

물론 위의 단계는 어디까지나 거시물리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정신문화라든가 그밖에 다른 분야의 능력으로 우주 문명의 발전 정도를 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코스모스'를 쓴 세계적인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정보의 총량을 기준으로 문명의 단계를 나누어 본 적이 있고, 이론물리학자 존 배로우는 얼마나 작은 세계를 다룰 수 있느냐로 나누기도 했다. 즉 분자나 원자, 쿼크처럼 아주 작은 소립자들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사실상 우주의 모든 물질을 자유자재로 재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능력을 지닌 문명일 것이다.

이러한 얘기들은 순수한 상상의 영역이라서 현재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은 SF에 등장하는 우주 문명들뿐이다. 그래도 이런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 인류의 미래를 객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인류는 과학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폐해도 절감하고 있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고 지구온난화로 육지가 물에 잠길까 두려워한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의 경우 미세먼지는 일상이다.

이런 모든 과학기술의 어두운 그늘로부터 벗어나려면 인류는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우주 진출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0.7단계에 머물러 있는 우리가 더 높은 단계의 문명으로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거대 우주공학 기술이 있다. 바로 '테라포밍(terraforming)'이라는 것이다. 다음에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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