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3.08 07:50 수정 2018.03.08 08:11
김기덕 감독이 미투(Me Too) 운동 고발 대상자로 성폭행 혐의를 받게 됐다. 추행이건 폭력이건 사건 구별없이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김기덕 사건은 그 심각성의 수위가 역대급이다. 여배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오로지 성관계를 위해 살아온 인생이라도 봐도 무방할 정도다.
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주제로 김기덕 감독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의 인터뷰가 공개됐다. '뫼비우스' 촬영 당시 폭행·성희롱 건으로 4년 후 김기덕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A, 김기덕 감독 영화 오디션을 봤던 여배우B, 김기덕 감독 영화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여배우C가 입을 열었다.
여배우들은 폭로했고, 눈물로 과거의 아픔을 고백했다. 김기덕 감독은 "가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후회한다"는 입장을 전했디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몇 글자의 사과문 아닌 변명문이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혐의와 논란을 벗겨낼 수는 없다.
보도 후 김기덕 감독은 물론 알려진 측근들까지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기대를 모은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은 국내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여배우 A는 "김기덕 감독은 촬영 전부터 성관계를 요구했다. 성희롱과 성추행은 일상이다. 성기 등을 적나라하게 말하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발언으로 모욕감을 준다. 영화 이야기보다 성적 사생활을 더 많이 이야기 했다"며 "또 다른 여성과 함께 '셋이 자자'는 말도 했다. 거부했더니 '감독을 믿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영화에서 하차했다. 비참했다"고 고백했다.
여배우 B는 "오디션을 본 후 '따로 만나자'는 김기덕 감독의 말에 한 카페로 나갔다. '오디션 때 네 가슴을 봤다. 상상해 보니 복숭아일 것 같다. 내 성기는 어떤 모양일 것 같냐. 너의 몸을 보고 싶은데 같이 갈 수 있냐'는 말들을 했다. 당황해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었고, 몰래 카페를 빠져 나왔다. 한달간 멘붕이었다"고 털어놨다.
김기덕 감독과 측근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당장 어떤 해명을 하거나 사과문으로 사태가 일단락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을 터.
앞서 여배우 A에게 폭행 및 강요, 강체추행치상 혐의로 피소 당한 후 벌금 5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던 김기덕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내 삶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영화를 만들 때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첫째는 안전, 둘째는 존중이다. 누구에게도 상처와 고통을 줘서는 안 되고, 영화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누군가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기덕 감독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국내 개봉은 보류를 넘어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국내 개봉을 추진했지만 '올스톱'이다. 작품은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사람들이 퇴역한 군함을 타고 여행을 하던 중 겪게되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등 인류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여자 주인공이 30여분 만에 5명의 남자에게 강간 당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개봉을 해도 파문을 일 것으로 점쳐진다.
국제적 망신이다. 해외에서 이름을 날린 경력이 독으로 돌아왔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한국 영화감독 김기덕 감독의 강간 혐의"라는 헤드라인으로 김기덕 감독 사건에 대해 보도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MBC 'PD수첩' 내용을 디테일하게 적으며 "현재 한국에서 불고 있는 미투 열풍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내용이다. 최악의 미투다.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한국의 팀 버튼과 조니뎁 같은 관계다"고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예술로 포장하며 애정했던 영화 팬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고, 대중은 분노했다. 여배우C의 고백으로 김기덕 감독이 연출하고 조재현이 주연으로 나선 '나쁜남자'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을 모조리 재평가 해야 한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예술로 포장된 성폭행범의 잔재일 뿐이다"는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과거 김기덕 감독에 대한 폭로성 글들이 재조명 받고 있기도 하다.
충무로의 한 관계자는 "김기덕 감독에 대한 이야기는 소문으로만 들었다. 암암리에 전해진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피해자들 역시 더 많지 않겠냐. 누구도 나서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하지 않았던 것은 영화계가 모두 반성해야 할 문제다"며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이미 먹칠됐다. 그는 그 타이틀을 여배우를 희롱하는 미끼로 사용했다. 스스로 나와 입을 열고 책임져야 할 일은 책임져야 할 것이다"고 단언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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