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입력 2017.08.05. 11:01
7월의 한 일요일. 도쿄대에서 '식민지 조선의 역사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한국학연구센터 주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은 주로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중 한 발표. 제목은 '군함도, 미쓰비시 다카시마·하시마 탄광에의 강제동원'으로 역사연구가인 다케우치 씨의 강연이 있었는데, 그는 발표를 통해 군함도에서 숨져간 조선 징용자들의 화장 기록이 남아 있음을 설명했다. 취재기자가 9시 뉴스를 통해 군함도 징용 사망자들의 참상을 알릴 수 있었던 시작이었다.
다케우치 씨는 1980년대 후반 자신이 살고 있는 시즈오카 현에서의 강제 연행 조사를 하기 시작해, 90년대 후반부터 전국 조사로 범위를 넓히고, 또 2005년에는 강제동원 진상 규명 네트워크 결성에 참여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어떤 학문적 배경보다는 순수한 연구가로서 일본 전역에서 이뤄진 태평양 전쟁 말기 조선 사람에 대한 강제 동원에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고 이를 정리해온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원본 문서들, 관련 문서들을 모으고 이를 정리해 글자 그대로 실증적인 연구를 해온 사람이다.
특히 다케우치 씨는 연구 결과를 책으로도 펴냈는데, 그 가운데 군함도 관련 자료가 이번에 KBS가 발굴 보도한 '군함도 사망 조선 징용자 화장 기록'이었다.
지옥도로 불렸다는 군함도(하시마)의 참상은 책과 증언을 통해 알려져 왔지만, 그 실상이 실제 문서로 드러난 적은 별로 없었다. 50명의 화장 기록. 1939년부터 45년까지 군함도 옆 섬에서 화장된 조선 징용자들 관련 서류에는 왜 그 섬이 지옥도로 불렸는지 정확히 담겨 있었다.
사망 원인을 숱하게 채우고 있는 '매몰'이라는 단어들. 매몰 질식, 매몰 압사... 거기에 두개골 타격, 뇌척수 손상, 두개골 골절, 뇌 외상, 우폐 외상, 가슴 타격 등등. 글자 한글자 한글자에서 어두운 바다 밑 탄광 가혹한 환경 속에서 석탄을 캐다 죽어간 조선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는 듯 했다.
그리고 더욱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것은 18세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화장돼야 했던 '노치선'의 이름이었다. 위안부로서 그녀가 어떤 사연을 가졌었는지 화장 기록은 말해주지 않지만,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어떤 상황 아래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은 기록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군함도의 화장 기록은 강제징용 역사를 추적해온 나가사키의 시민 그룹이 발굴해 80년대 하나의 자료집으로 펴낸 것이었고, 다케우치 씨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조선 징용자에 대한 부분을 조사해 냈다. 군국주의 일본의 폐해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일본의 평화세력들이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계속 진행하고 있는 작업이다.
이와 관련해 8월 30일부터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획전이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다.
일본 시민그룹 연구자들이 일본 각지에 산재해 있는 '산업 위안부' 관련 자료를 처음으로 모두 모아 신주쿠 고려 박물관에서 기획전을 갖는다. 군 위안부와 달리 탄광 등 기업의 관리하에 있었던 산업 위안소는 당사자 증언이 없는 등의 이유로 크게 주목받거나 그 실태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통해 태평양 전쟁 말기 최북단 홋카에도 탄광에서부터 규슈의 군수 공장에 이르기까지 조선 징용자들을 데려와 군 못지 않은 또 전쟁터로 몰아넣었던 당시 군국주의 일본 정부가 '산업 위안부'에도 상당부분 관여했음을 말해주는 자료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아베 정권 수립 이후 우경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는 일본 사회지만 이런 양심 세력의 존재 덕분에 한일 간 또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이야기.
취재 중 다케우치 씨가 전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최근 군함도와 인근한 또 다른 미쓰비시의 섬 탄광인 다카시마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 숫자가 인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최초로 서양식 채굴을 시작한 해저 탄광인 다카시마 탄광의 경우 위원회가 파악한 강제징용 노동자는 45명뿐이지만 책 ‘조사·조선인 강제노동 탄광 편’을 쓴 일본 현대사학자 다케우치 야스토(竹內康人) 씨는 약 3만 9000명이 동원된 것으로 파악했다."
라는 기사가 실렸지만, 사실관계도 다르고 본인 확인도 없이 이런 기사가 실렸다고 다케우치 씨는 말했다(다케우치 씨가 추산하는 동원 인원은 4천 명이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군함도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데, 정확하지 않은 숫자가 검증없이 계속 반복 인용되고 있어 일본 측 연구자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다시피 잘못된 숫자는 사실이 아닐 경우 일본 우익 세력에 공격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
이승철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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