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식 입력 2017.07.30. 18:08 수정 2017.07.3
“오늘 우리가 대륙간탄도로켓의 최대 사거리 모의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은 최근 분별을 잃고 객적은 나발을 불어대는 미국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해서이다.”
지난 7월 28일 북중 국경근처인 자강도 무평리에서 화성-14형 ICBM급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김정은이 언급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을 겨냥한 김정은의 집요한 핵.미사일 도발은 그의 바람대로 미국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느낌이다. 미국의 조야(朝野), 즉 정부 관리와 언론계, 전문연구자 등이 북한과 북한 핵.미사일을 최대 현안으로 간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미 동서센터(East West Center)가 주관한 한미언론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 여론주도층(Opinion Leader)의 솔직한 입장을 청취할 수 있었다.
미국의 여론주도층이 북한 핵과 미사일에 느끼는 불안감과 관심은 기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인터뷰에 응하면서도 '오프 더 레코드'나 익명을 전제로 한 관리.전문가가 많아 이름과 직책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외교안보 분야에 종사하는 관리는 "전 세계에서 단 한 나라 만이 미국을 공격하기 위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있다. 또 미국이 불타는 만화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는 말로 북한을 평가했고, 또 다른 관리는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북한과 대치해 왔지만 그동안 북한이라는 위협은 (한반도라는)지역적 사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 본토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그래서 매우 중대한 국가적 사안이 되었다"고 말했다. 개인이건 국가이건 공포와 불안감을 느낄 때 비로소 그 해결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현재 지구상에서 미국을 공격하겠노라고 공언하는 국가는 북한 밖에 없다. 기독교를 믿는 미국인들은 타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북한의 주장을 단순한 공갈.엄포가 아니라 현실적인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말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가 빨라지면서 미국인들은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시간이 별로 없기에 미국인들의 말에서는 조급함마저 느껴졌다.
하와이 동서센터의 데니 로이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완전히 갖추기 전에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지난 20여 년간 반복했던 방식의 대화론은 별로 인기가 없다. 대화를 통해 해결할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는 진단이다. 이란 핵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전 세계가 힘을 합쳐 강하게 제재해 보자는 주장이 우세하다. 지금껏 실질적인 대북제재는 없었다는 게 미국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는 한 제재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고민의 본질이다. 제재가 먹히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마지막 카드로 군사적인 옵션을 사용할 것인가가 '방법론'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쉴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대해 우선 공격적인 외교(즉 압박과 제재)를 시도해야 한다. 하지만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준비는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개인적으로 남북한 대화가 물꼬를 터야 6자회담 등 다른 국가간 대화가 가능할 것 같다"고 하면서도 "과연 김정은 체제가 진정한 의미로 핵을 포기할 의향을 보이며
대화에 나올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과연 협상이 성공할 것이냐는 의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군사적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그런 가능성에 대해 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군사적인 옵션으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 하나만 이야기 하는데 나는 한가지 방법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다양한 옵션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다양한 옵션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분야의 관리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군사적인 옵션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외교적,경제적 조치를 먼저 할 겁니다.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북한에 대해 압박을 가해서 다른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군사옵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하와이 소재 퍼시픽 포럼(Pacific Forum)의 칼 베이커 소장은 "미국은 항상 모든 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군사적 옵션은 사용불가능하다"면서 "한반도의 피해가 너무 크고 미국이 그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4~95년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며 북한 폭격계획을 수립한 멤버 가운데 한 명이라는 그는
당시 북한이 한국에 대한 공격을 준비중이라는 첩보가 있었고 미 공군에서 영변 핵시설 폭격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리스크와 남한의 경제적 피해가 너무 크게 때문에 군사적인 옵션은 불가능했다면서 지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런 논란 와중에 '북한 정권 교체론'도 제기되었다. 미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아시아태평양안보연구센터(APCSS) 소속 제임스 미닉 대령은 '변화된 북한 정권(A Policy of Changed Regime)론'을 제시하였다.
"김정은을 대신할 다른 사람이 북한 정권을 잡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외부에서 꾸준히 압박을 가해 북한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나게 하겠다는 겁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정권 교체의 부산물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북한 정권 교체론'은 외교적 압박과 군사적 옵션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해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현재 미국에서 북한과의 대화론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 미국이 대화에 응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고 시간만 벌어줄 뿐이라는 판단에서이다. 일단은 북한의 목을 조이고 압박해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자는 쪽이 우세하다. 그러면서도 대북제재가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를 고민하고 있다.
최후의 카드, 군사 옵션이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물론 아직은 군사적인 수단을 쓸 때가 아니라는 설명은 빠뜨리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인된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는 말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한국인을 위한 립서비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본토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한국인들의 피해 가능성을 감안해 군사옵션을 계속 책상 아래에 둘 수 있을까?
쉴새없는 전쟁을 통해 나라를 세우고 키워나간 미국의 역사를 보면 자신의 안마당에 위험이 닥치는 걸 용납하지 않는 DNA가 있다. 외부의 위험요소는 '정당방위론'을 내세우며 반드시 힘으로 제거하였다. 본토 타격을 공공연히 거론하는 북한에 대해 미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끝까지 평정심과 인내심을 견지할 수 있을까? 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급진전하는 상황에서 군사적인 옵션을 떠올리기 시작한 미국 조야의 고민이야말로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화두이기에 내내 가슴이 무거웠다.
장한식기자 ( hansi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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