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윤석열의 실체와한계

'윤석열의 말'에 여당 이어 야당마저 "애매모호.. 안철수 같아"

석천선생 2021. 6. 17. 19:53

'윤석열의 말'에 여당 이어 야당마저 "애매모호..안철수 같아"

김지영 기자 입력 2021. 06. 17. 05:50 

윤석열 전 검찰총장 9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내에 있는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전시물을 관람한 뒤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화법을 두고 여당에 이어 보수야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대권 주자로서 행보를 본격화했지만, 정치 현안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에는 이르지 못하다 보니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이 따라붙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간접 화법', '간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화법을 문제 삼았다. 하 의원은 "(윤 전 총장의)화법이 뚜렷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하거나 비유적으로 말한다. 국민들이 잘 못 알아듣게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너무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 의원은 "공정은 20세기의 기본 가치고 21세기에는 공기와 같은 것"이라며 "윤 총장도 21세기의 시대정신이 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와 자신의 비전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여권에서도 윤 전 총장의 모호한 메시지에 공세 수위를 높여 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CBS라디오에서 "대통령 하겠다고 알려진 분이 계속 자기 친구를 통해 간접화법으로 메시지를 흘리고, 무슨 과외 공부하듯 돌아다니는 것은 국민 보기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험상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팔면 사기죄로 나중에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가 된다"고 비꼬았다.

 

윤 전 총장의 이같은 화법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제3지대' 잠룡들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표의 모호한 화법은 정치입문 초기부터 최근까지도 지탄의 대상이 됐다. 하 의원은 "안철수 대표가 사실은 윤석열 1기다. 안철수 신드롬이 확 떴다가 점점 저물었던 이유가 그런 모호한 화법 때문"이라고 비교했다.

 

이어 "국민과 제대로 소통을 하지 않고 선문답 하듯이 나중에 더 피해나가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안 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19대 대선 도전을 잠시 고려했던 반 전 총장은 당시 별명이 '반반(半潘) 총장'으로 불릴 정도로 모호한 어법을 구사했다.

 

2016년 5월 사무총장직 퇴임을 앞두고선 "(퇴임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해 결심하겠다"고 말해 대권도전을 시사했지만 언론이 출마를 기정사실화하자 "과대 해석이나 추측은 삼가주시면 좋겠다"고 말을 바꿨다.

 

'메시지'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자 윤 전 총장은 최근 언론인 출신 대변인을 영입했지만, 아직 특유의 모호함을 말끔히 씻어내진 못한 모양새다.

 

이동훈 대변인은 16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 "열려 있다"거나 "자유민주주의와 상식, 공정이라는 가치에 동의한 사람들이랑 힘을 합쳐야 한다" " 지역계층 분야, 각 분야의 말씀을 경청하고 따를 것"이라며 불분명한 설명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준비되지 않은 행보란 비판도 이어진다.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검찰총장직 퇴임 후 첫 공개일정인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서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 대해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아시게 될 것이다" "지켜봐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이 묻고 싶고, 듣고 싶은 데에 답변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의 공개 행보에 첫 메시지가 '지켜봐달라'였다. 대권주자로서 국민들 앞에 서는 자리로 준비했다면 자신만의 비전이든 정치관이든, 대중을 공감을 살 만한 메시지 한 줄은 있었어야 한다"며 "명확한 메시지 없는 메아리 같은 말들은 결국 국민들의 피로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